결과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당은 신라의 요청에 의해 백제를 멸하고
숙원사업(?)인 고구려 정복을 완수하기는 했지만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그 노인네처럼 기껏 잡은 큰 생선을 모조리 뜯기고 겨우 건진 건 그 생선의 뼈다귀 뿐이었죠.
당을 끌어들임으로써 신라가 가장 큰 이익을 보았습니다.
두 적대국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국토와 인민을 두배 이상 확장시켰으며 다시 세계 최강국 당과의 관계정립에 성공하여 동아시아 세계질서에서 큰 이익을 거뒀죠. 삼한일통 이후 신라는 무려 300년간의 평화를 얻어내고 있죠.
당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엇던 이유는
애시당초 고구려와 백제는 당이 계속 장악할 수 있는 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백제의 경우 신라의 군수지원이 없이는 한시라도 유지할 수 없는 곳이고 그런 이유로 고구려 역시 일부만을 직접 장악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당은 고구려를 무너뜨림으로써 오히려 거란, 말갈, 돌궐 등의 북방 민족들에 대한 방파제를 잃어버린 셈이 되었죠. 오히려 변방의 안정만 해쳤을 뿐입니다.
당이 동방전역을 벌임으로써 저지른 가장 큰 손해는
대토번전선의 약화입니다.
동방전역에 투입했던 병력과 물자를 대토번전선으로 돌렸다면 토번은 훨씬 더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했을 겁니다. 토번과의 전쟁은 당의 중앙아시아 패권 장악과 바로 직결되는 중요한 전쟁입니다. 토번과 당의 수도는 더욱 가깝구요. 안보에 관해서라면 동방전역은 전혀 쓸모가 없고, 패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오히려 외교적 수단이 더 주효한 방법이거든요.
당고종은 혼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당의 실책 때문에
바로 신라가 기회를 얻은 것이고
그것이 바로 우리 역사의 형태를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당이 동방전역을 벌이지 않았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가요?
고구려가 통일???
제가 보기에는 전혀입니다.
삼국의 통일은 훨씬 더 뒤로 미루어졌을 것이고 세 나라가 각기 어떻게 발전될 지 알 수 없으니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지 모릅니다.
신라가 외세만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가 통일했을 거다라는 것은 일종의 환상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