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당관(玉堂官)을 소대(召對)하여 《동국통감(東國通鑑)》을 강하였는데, 고구려(高句麗) 안시성(安市城)의 일에 이르렀을 때 임금이 한탄하기를,

“고구려는 작은 나라인데도 성(城)을 잘 지키는 것으로 이름이 나서, 수(隋)·당(唐)의 백만 군대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지방이 고구려에 비하여 배(倍)나 크고 산천이 험준한 것은 고금(古今)이 같은데도, 병자년의 난리에 오랑캐 병졸이 마치 무인지경(無人之境)같이 밀려 들어와, 마침내 하성(下城)하는 치욕을 당하였다. 이 일을 생각하면 어느 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중략) 

(숙종 38권, 29년(1703 계미 / 청 강희(康熙) 42년) 12월 7일(무인) 1번째기사 - 옥당관을 불러 《동국통감》의 안시성 싸움 등을 강하다)

어제 밤에 이것저것 찾다가 좀 흥미로운 기록인 것 같아서 이렇게 올려 봅니다. 

1. 숙종대왕께서는 조선이 고구려보다 훨씬 큰 나라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2. 당시 조선사람들의 고구려 영토의 크기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부족한 듯 싶은 기록인 듯 합니다. 

3. 좀 뜬금없는 생각입니다만 이 내용이 대륙조선설 등의 유사사학 추종자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기록이라고 봅니다. 합리적 의심이나 교차검증, 유물이나 유적 등의 근거가 없이 기록 하나만을 가지고 그것이 맞다고 우기는 것이 얼마나 경솔할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저러한 과정 없이 달랑 저 기록만을 신봉한다면 조선이 대륙에 있었다고 주장할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