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 우주항공업체 CEO, 고속철보다 싼 교통수단 제안 ㆍ시속 1220km로 LA~샌프란시스코 30분 만에 이동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와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인 엘런 머스크(42)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약 613㎞ 구간을 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을 12일 제안했다.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이름이 붙은 이 미래의 운송수단은 비행기보다 2배 빠른 데다 안전하고, 비용이 싸며, 지진이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태양광을 이용해 환경 오염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퍼루프는 저압의 튜브 안으로 승객을 태운 캡슐이 오가는 방식이다. 캡슐의 앞 부분에 설치된 회전장치가 공기를 빨아들여 튜브 안의 공기압을 낮추고 캡슐 밑으로 빨아들인 공기를 압축시켜 내보내 캡슐을 지지한다. 각 역마다 자력을 이용한 선형가속기로 캡슐을 이동시킨다.
캡슐 속도는 시속 약 1220㎞로,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약 613㎞ 구간을 30분 안에 주파해 비행기보다 2배 빠르다. 또한 28명을 태울 수 있는 캡슐은 매 30초~2분마다 출발해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다. 튜브는 강철로 만들어졌고, 튜브 위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자체 생산해 환경친화적이다. 머스크는 총 건설비용으로 약 60억달러(약 6조6860억원)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우주개발, 청정에너지 개발 등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면서 미국에선 ‘21세기형 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기존 사업의 비효율성을 혁신하는 방법으로 기업을 키워왔다. 그가 공동 설립한 온라인 결제 회사인 페이팔은 은행산업을 뒤흔들었고, 2002년엔 스페이스X를 세워 국가가 주도하던 우주발사체 시장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시대를 열었다.
하이퍼루프를 구상한 것도 현재 추진 중인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그는 이 고속철도가 건설비용이 684억달러(약 76조2700억원)로 훨씬 비싼 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2시간38분이 걸려 현 교통수단과 비교할 때 이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요금도 하이퍼루프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하이퍼루프의 가장 큰 난점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머스크는 그 해결책으로 진공 대신 압력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비행기가 공기 마찰을 줄이기 위해 고도를 높여 공기가 희박한 곳으로 올라가듯 튜브 안의 압력을 고도 약 45.72㎞에서의 대기압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머스크는 밝혔다. 마틴 사이먼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물리학교수는 “기술적 관점에서 실현 가능하다”며 “그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에 전했다.
지난해 초부터 하이퍼루프를 구상해온 머스크는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데도 특허를 내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면서 하이퍼루프의 원안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퍼루프 소개글에서 머스크는 “모든 사람이 하이퍼루프 설계 과정에 기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다양한 개인과 모임이 제안한 개선안이 하이퍼루프를 생각의 차원에서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움직이는 시제품을 완성하는 데 4~5년이 걸릴 것”이라며 “지금부터 7~10년 정도면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서 눈을 뗄 수 없다”며 “하이퍼루프에는 자금을 지원하거나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