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정보:
http://heartbrea.kr/?mid=animation&document_srl=3740074&SSOID=ihp01ss5s1b459r0pq4l5i1mb6
예전에 오유에서 썼었던건데 내용 좀 바꾸고 재활용해봅니다.
프롤로그랑 딱히 나누지 않았습니다. 전 스압성애자니까요.
52kb정도 하는듯.
보셨던분들도 심심하실테니 그냥 봐보세요. 재미없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왠만큼 오글거리는거 잘 보지 못하시면..............ㅎㅎ안보시는걸 추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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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님들, 그거 아세요?
-[ㅇㅇ] 뭐요?
-[이름없음] 옛날에 오유에서 엄청 이상한 일 있었던거.
-[ㅇㅇ] 아, 그거 유명하죠. 닉네임사건.
-[흐멍울라웃] ㅇㅇ님은 아시나보네요? 그게 뭐지..
-[ㅇㅇ] 그거 인터넷 좀 해봤다 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거 아닌가? 님은 왜 몰라요?
-[흐멍울라웃] 그러게요..?
-[이름없음] 추억돋네. 그거 일어난 지가 어제같은데.. 벌써 이렇게 됐네요.
-[흐멍울라웃] 아 그게 뭔데요ㅋㅋ
-[ㅇㅇ] 사건정리 링크해드릴게요
-[흐멍울라웃] 오 ㄳㄳ
-[이름없음] 저때 참 난리였죠...
-[ㅇㅇ]
-[흐멍울라웃] 오 ㄳ
-[흐멍울라웃] 보고올게요
-[흐멍울라웃] ㄱㄷ
-[이름없음] 댕겨오세요
-[ㅇㅇ] 밥먹어야지
-[ㅇㅇ] 좀이따 다시ㅇㅗㅁ
-[ㅇㅇ] 저분 다 읽으실때쯤
[ㅇㅇ] 님이 퇴장하셨습니다.
-[흐멍울라웃] 아 나가셨네
-[흐멍울라웃] 그럼 저 지금 읽고올게요
-[흐멍울라웃] 님은 나가지 마셈ㅋㅋㅋㅋ
-[이름없음] 네네
때는 2017년.. 오늘의 유머 사이트는 그 원인을 알수 없는 거대한 '오류'로
모든 사람들의 닉네임이 한순간에 인터넷상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 오류는 원인도 알수 없고 복구를 시도해봐도 복구가 되지 않았으며
개인이 닉네임을 다시 설정할수 없게 된 인터넷 커뮤니티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오류였다.
임시로 닉네임을 가입 번호로 설정을 해두고
"빠른 시일 내로 원인을 찾아 복구하겠다"
라는 공지를 남긴 운영자는 현재 행방불명되어 오늘의 유머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 사건 이후 오늘의 유머는 질서를 잃기 시작한다.
가입번호로 닉네임을 설정함으로서 자연스럽게
올드비와 뉴비를 구분짓기 시작하고 마치 신분사회를 보는듯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가입순서 1~10000번대 회원들은
'오유 초기 가입 연대' 를 조직, 헤비 업로더와 자짤러,
옛날의 소위 네임드 등을 영입하고 타 회원들을 뉴비라 부르며 탄압한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헤비 업로더와 자짤러, 약쟁이와
네임드를 보유한 오유 초기 가입 연대는 운영자가
사라진 틈을 타 오유 전체를 장악하기에 이른다.
권력을 가진 자의 앞에서 인간은 스스로 노예가 된다 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횡포는 저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추종세력이 생겨나면서 그들에게 반항하는 유저에게는
엄청난 수의 반대를, 연대의 회원들과 추종자들에게는
추천을 누름으로서 그에 반하는 뜻을 가진 일반 유저들의 반항을 막는다.
설상가상으로 타 사이트에서의 테러로 인한
'반대목록 공개'가 2015년에 이뤄진 탓에
그들에게 반대를 한 유저들은 오유에서 매장당하게 된다.
그렇게 '오유 초기 가입 연대' 가 생긴지 4개월..
각 게시판 일반 유저들은 늦은 새벽 자료창고 게시판에
모여 '오유 레지스탕스' 를 조직한다.
오유 레지스탕스는
거대게시판인 유자게, 유머글, 공포, 애니,
과학, 롤 등 총 10게시판의 반 오유 초기 가입연대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조직했으며, 각 게시판의 대표가 조직을 움직이게 된다.
오유 레지스탕스는 오류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일을 하게 되지만
그 뒤에도 약 반년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다.
그리고 오류가 일어난지 1년이 지난 날..
오유 레지스탕스는 유자게, 과학게, 애니게, 공포게, 롤게
총 5게시판의 일반유저들을 이끌고 가입번호 562232가 주축이 되어 '562232의 난' 을 일으킨다.
일반 유저들의 글이 도배가 되다시피 게시판을 가득 채웠으며
막대한 글 수로 오유 초기 가입 연대들의 회원들의 글이 게시판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초기연대의 헤비업로더와 약쟁이들의 반격으로
반란은 진압되고, 주모자 5명은 그 책임으로 회원을 탈퇴하게 된다.
그리고...그날..다시 한번의 오류가 오늘의 유머에 일어난다..
그것은 늦은 새벽 AM 3시 30분에 약 10초간 일어난 오류.
닉네임이 잠깐동안 복구된 것이다.
이것을 목격한 사람은 굉장히 소수였으며, 초기 연대는
이 일을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일반 유저들에게 이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오늘의 유머를 옛날로 돌릴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된
오유 레지스탕스는 지도자가 빈 5게시판의 지도자를 재선출하고
다시한번 혁명의 날을 준비한다..
[THE DAY
TO HUMOR] .오늘 내일의 유머
MORROW
웅....웅.......웅......
아직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
불이 꺼져있는 방 안엔 차가운 공기가 맴돌고 컴퓨터 본체 돌아가는 소리와 키보드 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타닥...타닥...
심각한 표정의 한 남자는 모니터에 청록색의 배경을 한 약간 투박한 사이트를 띄우고는 모니터를 한참을 바라본다.
"그거, 헛소문 아니었어요?"
오유 레지스탕스.
초기 가입연대에 반하는 뜻을 가진 일반 회원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다.
레지스탕스는 며칠에 한 번씩 새벽에 자료창고에서 댓글로 회의를 한다.
새로운 댓글 확인을 누르자 기다렸다는듯이 새로운 댓글이 모니터에 모습을 드러낸다.
"헛소문 아니야. 287880 분이 보셨어."
"우와..십초정도랬죠? 아, 스샷은?"
"소문으론 누가 찍었다곤 하는데, 아직 나오진 않았다.
어쨌든, 소수지만 동시에 본사람이 꽤 돼.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인지는..솔직히 우리들도 모르지만, 지금 상황은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어.
반격 가능성이 있는 거야."
"애게랑 공게 대표는 어떻게 됐어요?"
"내일. 새벽 3시에 자료창고."
오늘의 유머 '대오류' 가 일어난지 1년 하고 1주일..
그리고 오류가 잠시나마 복귀된 '10초의 날' 의 일주일 뒤인 오늘.
레지스탕스의 제 1회 반란이었던 '562232의 난' 이후로 탈퇴했던 5인의 지도자중 3명이 재선출되고 애니메이션 게시판과 공포 게시판의 지도자 재선출만이 남은 상태였다.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
"오류 1주년 기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오류라면..그럴지도.."
"그것도 있어. 첫번째로 반란이 일어난 날..이라는 점."
"그것도 의도된 오류여야하긴 마찬가지네."
"특이점은 이 정도인가?"
그날 이후로 레지스탕스는 오류가 풀어진 그 10초의 조건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을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제 1순위 문제로 두고있다.
그 특수한 상황의 조건을 알 수만 있다면 일반 유저들이 다시 오유의 주인이 되는..평범한 오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알던 오유는 사라지고 말것이다.
사실 이미반쯤은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지만..
다음 날, 애게와 공게의 지도자가 재선출 되었고
레지스탕스는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의 혁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일시는 앞으로 일주일 뒤, 심즈 게시판이다.
유자게, 공게, 고민게, 패게, 애게, 과게.
이 6게시판이 동시에 글을 올릴 거야.
목표는 단 하나라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입성시키는 것이다."
....
조용한 댓글창의 적막을 깨고 누군가가 말한다.
"되겠어요? 보류는?"
"새벽을 노린다. 새벽 3시 반.. '10초의 날' 그 시간에.
그날은 레지스탕스 모두 새벽까지 대기하도록."
[탈칵]
방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푸른 빛이 사라지고 웅웅거리던 소리가 멈춘다.
모두들 그 적막 속에서 무언의 동의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른 아침부터 게시판이 시끄럽다.
가입번호 백만 번 대 일반회원이 글의 배경을 바꾼 것이다.
이는 초기 연대가 만든 오유의 규칙에 위반하는 일이다.
"우우와, 세상 살기 좋아졌어? 백만? 배경바꾸는건 만번대부터만! 우리 '오유 초기 가입 연대' 회원들만의 특권인거 몰라?"
댓글 추천수 430. 반대 2.
"저..제가 오랜만에..와서 몰랐습니다..죄송해요.."
추천수 2, 반대 430.
너무 심하다.
앞뒤 가리지 않고 초기 연대에는 추천이, 아닌 사람에겐 반대가 들어온다.
분명 내용도 읽어보지 않고 반대를 누르는 것이리라.
"뉴비님을 위해 짤좀 만들어왔슴다!"
초기 연대에 빌붙는 자짤러가 출현.
추천수 430. 반대 1.
"죄송합니다..글 삭제할게요.."
반대수 430.
노골적이다.
누가봐도 명백히 추천수 반대수 조작이다.
우습지만 지금 오유는 이따위로 돌아가고 있다.
몇년 전까지 독재자와 침묵하는 언론을 규탄하던 오유는 어디로 갔는가.
초기 연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 초기 연대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거라며, 또다시 베오베를 도배하기 시작했다.
초기연대 회원들의 글로만 가득 차있는 베스트게시판, 베오베 게시판.
오유에 관심이 그다지 없는 사람이라면 오유가 이런 사이트인줄 알겠지.
초기 연대....
저 멍청한 놈들에게 반드시 한방 먹여줄 거라 다짐하고 초기 연대의 댓글에 소심하게 반대를 눌러본다.
이런것밖에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원망하며..
2회 혁명의 날..
새벽, 모든 레지스탕스는 심즈 게시판에 모였고 일제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반대가 생각보다 많아..!'
분명 이 시간이라면...대부분은 잠에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반대수는 뭐야..!
"가입연대! 가입연대다!"
가입연대는 우리들의 글을 빠르게 보류게시판으로 보내버렸다.
"추천! 추천을 하라고!"
"아, 백스페이스가 잘 안먹혀요!"
"다른...다른 게시판이라도 공략해! 심즈게는 10명만 남는다!"
'다른...다른 게시판..
사람들의 활동이 비교적 적은 게시판.....
그래..이곳이면!'
[탈칵]
원망스러울 정도로 경쾌한 마우스 소리..
영어게시판을 누름과 동시에 모니터가 파란색으로 도배됐다.
"미친...! 왜! 왜 이럴 때!!"
마우스를 주먹으로 치며 욕을 해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있다.
모니터는 날 보고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듯 짜증스러운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고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모바일 오유를 켰을 때에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우습게도, 2회 혁명도 처참하게 끝이 나버렸다.
스파이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계획은 초기 연대에 다 까발려져 버렸고,
혁명의 글은 올라오자마자 보류행이었다.
이들의 독재는 그런 것 이었다.
레지스탕스는 혁명 다음 날은 모든 일을 쉬었지만
레지스탕스의 사기는 상당히 저하되었다.
점점 이런 상황에 절망해 레지스탕스를 탈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으며
어째서 이런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건..상당수의 사람들이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구리를 뜨거물에 넣으면 뜨거운걸 눈치채고 뛰쳐나온다.
하지만 찬물에 개구리를 넣은 뒤, 서서히 데우면 개구리는 그것을 눈치 못채다 끝내 익어서 죽는다고 한다.
초기 연대의 글은 대부분 제대로 된 자료이고..양질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을 독재라고 생각하지 못하는것이다.
그리고 서서히 오유를 집어삼키고 있는것을..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끓는 물의 개구리처럼 될것이 뻔하다.
오유는..이미 늦은 걸까?
-안녕하세요. 레지스탕스 분들.-
혁명 3일 뒤. 자료창고에 글이 올라왔다.
지금은 새벽. 레지스탕스 회의에 대해 모른다면 이시간에 자료창고 게시판에 들어오는사람은 거의 없다.
이사람은..누구지?
- 안녕하십니까. 레지스탕스 분들.
저는 가입번호 1768398 번 회원입니다.
레지스탕스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작은 힘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또다른 가입 번호는..9번입니다.
증거로 9번 아이디로 올린 글이 베오베에 있습니다.
아이피를 확인해 보세요.-
9번?
9번이라면..이런사람이 있을리가..
"9번이면 초기 연대에서도 손에 꼽히는 간부급 인사잖아!"
"아이피 확인해!"
조용하던 레지스탕스가 분주해진다.
그리고 머지 않아 레지스탕스의 한 회원이 댓글에 스크린샷을 올렸다.
"아이피가 같아!"
베스트오브 베스트 게시판...닉네임..9...!
아이피....221...9..........14...4.........
아이피가...일치한다..!
-이래도 못 믿으시겠다면 9의 아이디로 이곳에 댓글을 남기겠습니다.-
짧은 글을 올리고 잠깐 사라진 1768398는 이윽고 다른 아이디로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9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
.
.
오늘, 레지스탕스에는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초기 연대의 간부급 인사인 9번이,
레지스탕스에 가입한 것이다.
"일단 그래도..의심정도는 가는게 어쩔수 없기 때문에..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당연하죠, 뭘."
갑작스런 9번의 가입에 레지스탕스는 잔뜩 들떠있었다.
지금은 9번의 예전 글과 댓글목록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글은 별로 안쓰셨네요?"
"아니, 별로 안썼다기 보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야. 이건....대오류날이네."
9번이 대답했다.
"대오류 이후로 거의 쓰지 않았어요. 초기연대에 어쩌다 가입은 되었지만..댓글은 일반 글과는 다르게
반대목록이나 추천목록이 표시되지 않으니까, 댓글로 추천반대를 하는 정도의 활동이었지요."
"맘만 먹으면 엄청난 지지를 받는 유명인사...네임드가 될수 있을텐데..갑자기 레지스탕스에 들어온..이유는?"
"...."
그는 댓글창에 쓰기를 망설이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저기요..?"
"...닉네임을..봤습니다."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닉네임을 봤다니, 그건 무슨 말인가.
"며칠전의 제 2차 레지스탕스 혁명. 그날도..아주 잠깐 닉네임이 복구되었습니다."
...!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그대로..아무말없이 놀라고만 있었다.
"아무런 정보도 듣질 못했는데.."
"저만 본것 같습니다. 혁명이 일어나고 하루 뒤, 새벽 3시 30분. 약 5초간..복구되었습니다."
아뿔싸.
하루 뒤라면 레지스탕스가 모든 일을 쉬었던 그날이다.
"그렇게 자신있으시다면..증거는?"
"스크린 샷을 찍었습니다."
9번은 스크린샷 이미지를 댓글창에 올렸고, 그곳엔 분명히..사람들의 닉네임이 돌아온 모습이 보였다.
"번호가아니라 글자야..와..어색한데, 이거?"
"6678656, 저 스크린샷, 어떤지 확인좀 해봐."
"예?아..예!"
"기분 나빠하진 마세요. 어차피 거쳐야하는 확인이니까."
"아, 압니다. 알죠."
그리고 또다시 침묵.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분명 이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보두 그 스크린샷을 넋놓고 보고있을 거다.
닉네임이 돌아온 모습...어색하지만....역시 이쪽이 진짜 오유라는 느낌이네...
"확인결과 이상 없습니다. 수정흔적도 발견하지 못했고요."
사진 확인을 위해 잠깐 사라졌던 6688656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건..진짜군."
또다시 침묵.
"이로써 닉네임이 돌아오는 조건은 대충 짐작이 간다.
1주년 기념이었느니 뭐니 했지만 그건 그냥 우리가 1주년 기념으로 일을 벌였기 때문이었던거고.
닉네임이 돌아오는 조건은.. 일반 유저들의..음..뭐라 해야 하지? 반란? 너무 거창한가.."
"그렇다면 이 '대오류' 는 분명.."
9번이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고의적으로 누군가가 만들어내고 조종하고있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왜 저번엔 10초고 이번엔 그것보다도 더 짧았을까요?"
"아마도 혁명의 규모가 아닌가 싶다.
저번엔 실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개의 글이 베스트에 입성하긴 했어. 하지만 이번엔 올라오자마자 죄다 보류행이었지."
"그럼..우리 레지스탕스의..일반 오유저들의 글들이 베오베를 가득 채우게 된다면..?"
"그래. 닉네임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적지않아.
애초에 사람이 조정하는 오류이니, 목적은 있겠지.
그렇다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그것이 목적에 가장 가깝다."
나는 왠지모를 두근거림과 떨림에 목뒤로 깊게 침을 삼켰다.
꿀꺽..
마치 모니터에서 그 긴장감과 흥분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분명 지금 이곳의 사람들은.. 언젠간 올 그 혁명의 날을 상상하며 마음속에서 흥분하고 떨고있을 것이다.
가입번호 2번이자 오유 초기가입 연대 창시자인..
나도 그러하니까.
'오늘의 유머 오류대응 연대'
이것이 '오유 초기가입 연대' 의 원래 이름이다.
대오류가 발생한지 2개월에서 3개월정도사이, 가입번호 2번인 나는 이 단체를 창설했다.
물론 초기가입자들의 단체는 아니었다.
가입의 조건은 단 하나.
'방문수'
방문수 100이 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었다.
연대의 목적은 운영자가 모습을 감춘 이 시점에서 대오류의 원인을 찾아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연대가 만들어진 지 2주일도 채 안돼 연대는 변질되고 말았다.
갑자기 '올드비' 들은 자신들보다 가입번호가 낮은 사람들을 깔보며 '뉴비'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처음엔 그것을 비판하던 '올드비' 들도 차츰 소속감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변해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고 빠르게 연대는 초기가입인들만의 연대가 되었고 나는 그 시점에서 연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난 옛날에 만들어둔 서브 아이디로 '레지스탕스' 라는 것에 가입, 현재까지 활동중인 것이다.
"지금의 오유저들중 상당수는 변화를 두려워하고있다. 아니..변화할 필요성 자체를 못느끼는지도 몰라.
사이트가 어찌됐든 자기들은 자료를 보고 웃으면 그만이라는 거지..
이기적이지만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생물이니까."
지금 말하고있는 사람은 레지스탕스를 창설한 레지스탕스의 우두머리, 220439.
오랫동안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며 친해져서 이사람을 형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긴 하지만...
이 사람도 나의 정체는 모른다.
"지금의 상황이 잘못되었다..라는걸 알릴만한 사건은 없나?"
"음...며칠전에 배경 못바꾸게 했던거. 그 가입번호 백만번대...1768972번 이었던가. 그사람 사건은 어때요?"
"배경은 초기연대 놈들만 바꿀수있게 맘대로 정해놨었지.....그래. 이거랑..뭐 한두개 더 없을려나?"
"지금까지 강제탈퇴당한 사람들 사건만 모아도 대충 명분은 나와요.
한번 찍히면 글과 댓글마다 몇십개씩 반대가 즉시 달리고..
아이디를 다시 만들어도 아이피를 추적해서 활동좀 한다 싶으면 매장해버리니까..
아이피를 바꾸기 전에는 그사람들 활동 못하는거나 다름없잖아요. 얼마나 억울해?"
"그래. 그럼 일단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은 관심없는 오유저들에게 퍼뜨리는걸로 시작하자."
"어떻게? 댓글은 쓰레기통 쳐박히고 글은 다 보류갈걸."
"그나마 사라지진 않는 댓글을 공략한다.
깨닫는 사람이 있겠지.....
어차피 이것이 잘못되었다는건 모두가 알고있어.
입에 담기도 힘든 짓을 벌인 범죄자에게도 도둑질이나 살인이 나쁜 짓인가를 물으면 나쁜 일이라 대답하기 마련이고 일진들도 학교폭력 설문지엔 폭력이 나쁘다고 적기 마련이지.
중요한건 잘못된 일이다라는 점이 아니야.
사람들의 마음은 일반적으로 그렇게 정의롭지 못하니까.
돈...소속감...명예..권력. 이런 것들로 한 순간에 천사를 악마로 만들수 있어. 그게 인간이다.
만약 그런것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거야.
레지스탕스는 더 많이 모여야 해..
오류가 복구되는 조건을 안 지금..우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물량이다."
"9번님은 일단 초기연대 쪽으로 돌아가서 티안나게 계셔주세요. 무슨일 있으시면 이 링크로 오시고."
"무슨 링크요?"
"레지스탕스 회의장의 링크입니다. 제가 4년쯤 전에 오유에서 한참 활동할 때 자료창고에 쓴 글이죠. 지금은 회의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는 항시 대기중일테니 부담가지지 마시고 언제든지 오세요."
"아, 네.."
형은 레지스탕스 회의장의 링크를 달았다.
저 곳은 레지스탕스가 꾸준히 쓰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주 소수만이 알고 있는 곳이다.
저렇게 가볍게 알려줘도 되려나 싶다.
이 날 이후로 레지스탕스는 일반 오유저들에게 지금의 상황과 부당함을 댓글에 알리는데 힘을 쏟았다.
전에 배경을 사용하다 매장당했던 1768972나 강제탈퇴 당했던 사람들이 나와서 도와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희망적인 것은... 그래도 그 댓글에 추천이 꽤나 박힌다는 것이다.
추천 82. 반대 516. 쓰레기통.
반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댓글 추천목록은 공개되지 않는게 어딘가 싶다.
그리고 이 댓글운동을 시작한 후, 레지스탕스의 가입 인원도 눈에띄게 늘었다.
"형! 가입신청 대기자 목록좀!"
"아, 기다려봐라! 지금 방문수 확인중이니깐!!"
레지스탕스는 점점 규모가 커져갔고, 이렇게 혁명의 희망도 커져갔다.
"좋아..이대로 가면..베오베는 무리여도 베스트는 꽤 갈 수 있겠어!"
그리고 레지스탕스 가입자가 2000명이 넘은 오늘.
220439 형은 새벽 4시의 심시티5 게시판에서
레지스탕스 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시한번의 혁명의 날이..
다가오고있다..
-레지스탕스 선언문-
안녕하십니까, 오유저 여러분.
저는 '오늘의 유머 레지스탕스' 를 창설한 가입번호 220439,
본 닉네임은 Clar*** 였던 사람입니다.
1년하고도 몇주 전.. 오늘의 유머에는 '대오류' 라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닉네임들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운영자 바보 님은 자취를 감추셨고, 오유 초기 가입 연대라는 것이 생겨나 일반 오유저들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유 초기 가입 연대는 오유 초기에 가입한 소수의 인원들과 많은 추종자들, 헤비 업로더와 자짤러, 약쟁이를로 이뤄져
자신들의 글에 추천하고, 일반 오유저들의 글엔 반대를 누르면서 게시글을 조작해 베스트게시판과 베오베게시판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에 이르렀 습니다.
양질의 자료를 올리니까 됐잖아? 라고 말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유는 자료만을 위해 오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웃고, 울고, 감동하고, 무서워하고, 신기해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어쩔땐 힘을 합치며 인간미를 느끼러 오는 곳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기를써서 찾아내 막고..
정의를 위해서 촛불을 들었으며..
잘못된것을 비판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몇시간을 서있었습니다.
오늘의 유머는 온라인에만 존재했던 사이트가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ASKY 라는 말 하나에 뭉쳤습니다.
지금 오늘의 유머는..오늘의 유머가 아닙니다.
독재를 비판하고..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썩어빠진 언론을 비판하던 오유는 어디로 갔나요?
왜 그것을 비판하던 오늘의 유머가 그들같이 행동하고 있나요?
오늘의 유머는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며칠 전, 레지스탕스에서 혁명을 일으킬 때마다 그의 규모에 따라서 닉네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바뀔 수 있습니다.
언제나 세상을 바꾼건 민중이었듯이.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를 지켰던것은 의병이었듯이..
이번엔 우리가 우리가 있을 곳을 지켜낼 차례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레지스탕스가
해낼 수 있습니다.
2018년 9월 13일
220439,C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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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저..여기가 레지스탕..스..그.. 가입하는곳......."
선언문이 올라온지 3일째.
선언문은 보류게시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글을 찾고있고 스크린캡쳐된 사진도 심심찮게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시, 웃대나 다음 카페같은 다른 커뮤니티에도 사진이 돌아다니며 오유의 상황도 많이 알려졌다.
"네. 그런데요"
"저.....가입하려고....."
...뭘이렇게 뜸을들여.
"네. 음.. 1865339 님. 어..잠시만요. 방문수 확인하고 올게요.
흠..방문수..2137......어..? 일반게시물..13058개..?
"저기..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하셨네요..?"
".......네...."
나는 아무생각없이 게시글중 하나를 클릭했다.
..!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있는 사람과 이 글을 쓴 사람이 동일인물이 맞나 싶을정도로 상큼하고 활발한 글.
"저..실례지만, 글에선 이렇게 뭐랄까.. 생기발랄 하신데 지금은 좀 뭐라해야하지? 자신감이 없으시달까..부끄러워하신달까요?"
"......."
"네? 어차피 텍스트인데 뭘 망설여요."
1865339는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글..쓰는건..다른 사람이랑 말하지 않아도..되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나랑 얘기하고있어서 이렇다는건가?
...대인기피증..같은거?
"그래봤자 이것도 그냥 채팅이잖아요? 긴장 푸시고, 맘 놓으세요."
"......응."
긴장하지 말라고 했다고 바로 말을 놓다니.
이건 이거대로 웃긴데.
"그래서 레지스탕스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뭐예요?"
"..선언문을 읽었어."
음. 합격. 훌륭하고 간단한 이유다.
"그거 감동적이죠. 저도 그거보고 눈물날뻔했어요."
"..응."
뭔가 차가운 느낌의 사람이네.
순간 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란 생각이 들었다. 형을 도와주러 가야 한다.
"그럼 가입하신걸로 알게요. 회의는 채팅방 주소 이따 알려드릴거고...
활발한 활동 부탁드려요! 아까 그 글에서처럼!"
나는 이 말을 남기고 가입신청방을 빠져나왔다.
".......응."
"형! 뭐 도와줄거 있나?"
"아, 넌 저기서 사람들 채팅방 파서 거기로 좀 모아줘. 오늘 회의있다."
형은 바빠보였다.
레지스탕스에 핵심이자 레지스탕스 창시자인 형..
가끔은 오유가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이길래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기도 하다.
"자, 레지스탕스 분들은 저기 저 채팅방으로 가주세요!"
뭐 하루종일 오유에 붙어있는 내가 할 생각은 아니지만.
형은 잘 모르겠지만..나는 그냥 그렇다.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고..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니까..
그냥 좋은 곳으로 남았으면 싶은 거겠지.
"형. 대충 모였어. 말해."
"그래..여러분."
"오늘 레지스탕스는 중대한 회의를 할겁니다.
바로 다음 혁명의 날짜를 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번 혁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사상 최대의 혁명일겁니다."
형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오늘로 레지스탕스 가입인원은 2300명을 넘었습니다. 모두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큰 성과입니다."
"그럼 언제가 좋을까요?"
"1주일정도 준비하는건 어때요?"
"너무 길지 않나?"
"짧지 않아?"
"아니지. 저번처럼 안되려면-"
"아니, 온라인에서 하는거라 딱히 준비까진 필요 없잖아?"
"....저........"
?
"................"
"말씀하세요."
".....1865339님?
'4일...! 쯤..뒤가...좋다고 생각해요...."
여러사람이랑 하는 대화라서 그런가. 아까보다 더 뜸을 들인다. 신경쓰여..
"그 이유는요?"
"4일 뒤는..9월 19일..목요일이예요...."
"그런데요?
"..........."
모두가 자기의 말을 듣고있는게 걸리는지 계속 주저하는게 모니터에서까지 보이는 듯 하다.
그때였다.
좌르르륵!
엄청난 양의 텍스트...갑자기 대화창이 글자로 빽빽하게 가득 찼다.
처음엔 누군가가 테러를 했나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1865339 가 올린 댓글이었다.
적어도 몇십 줄은 되보이는 글...뭐지..?
"........지금까지 초기 연대의...활동 기록 정리예요....
어떤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목요일이...눈에 띄게..가장 활동률이 낮아요....."
.........!!!!
'1년이 넘는 시간의 활동을 쭉 지켜본건가..?'
그 글을 찬찬히 흝어보던 나는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이걸 다 혼자..?"
"......응."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대화창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어때요, 형?"
".....와....................
대단해..할말을 잃었다. 야, 어디서 이런 인재가 나왔지..?
정말 감사합니다. 1865339 님. 큰 도움이 될거예요."
"...네."
"좋았어. 그럼 여러분, 다가오는 혁명의 날은 4일 뒤인 9월 19일. 목요일 새벽으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없으시죠?"
"네!"
"아, 9번 님은 뭐 초기연대에서 문제 없으시고?"
"아, 네. 일단은."
"좋네요. 오늘 회의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군요! 자 그럼 해산합니다!"
모두가 해산하고 난 뒤..나는 몇분 뒤 돌아와 아까 그 자료를 다시 읽고 있었다.
대단해..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을 뿐만이 아니라 딱 봐도 엄청난 양의 자료..
하루이틀 정리한 게 아닌건 틀림없다.
"ㅁㄴㅇㅇㄹㄴㅇㄹ"
저게 뭐지..누군가 알 수 없는 말을 적었다.
다 나간게 아니었나.
"누구세요?"
"아..있었네"
그 자료를 쓴 주인공이다. 왜 지금까지 남아있지?
"어쩐 일?"
"....그.......그냥..한명 안나가고 있길래....."
"관찰력 좋으시네요."
"..........."
"저기"
"저기"
침묵.
"아, 먼저 말씀하세요."
".....아냐. 먼저 말해."
"아, 네. 이거..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4개월."
4개월...! 온라인에서 한가지에 몰두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대단한 근성이다.
"대단하시다...저, 아까 진짜 솔직히 말해서. 놀란 정도가 아니었어요.
그냥 어리버리한 줄 알았는데."
"..........."
.........나 잘거야."
"그러세요. 내일봐요."
"............."
...모니터 우측 구석의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가 넘은 늦은 시간.
내일 아침부터 형이랑 회의하기로 했으니, 슬슬 자야 한다.
나는 크롬의 창을 닫고, 시작버튼을 누르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내일부터 좀 바빠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준비 기간은 4일.
결코 길지 않은 시간..
우리는 이 혁명을 반드시 성공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2018. 9. 15
D-4
"이번 혁명은..10개의 게시판이 전부 움직인다."
"그리고?"
"새벽 3시.. 각 게시판의 지도자들이 신호를 줄거야.
그럼 각 게시판에 대기하고있던 인원들이 동시에 글을 써..
그리고 다른 대기조에서 추천을 누르고..
베스트에 기다리고있던 사람들과 모든 인원이 전부 베스트로 가서 추천. 이런 식이다."
...
도배잖아..
"방금 도배잖아-하고 생각했지? 어쩔수 없어.
그래도 우리도 양심은 있다. 모두 내용이 있는 자료로 할 거야."
"형"
"응?"
"이번엔..성공할 수 있을까?"
"........"
"이번에도 실패한다면..아마도 사기가 엄청나게 꺾일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책임을 질거야."
.....?
"책임이라니?"
".........."
"형....설마...........
.......탈퇴하려는건...아니지?"
"이번에도 실패하면..난 세번이나 말아먹은거야.
그정도의 대가는 치뤄야 해."
"아니...형이 레지스탕스 지휘를 안하면 누가 해?!
이만큼이나 열심인 사람이 어디있다고?
지금까지 레지스탕스가 만들어진 이후로 한번도 안빠지고 매일매일 회의에 나온 사람이 어딨어!!"
"너가 있잖아."
.....
침묵.
"넌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어. 가입 이후로 한번도 출석을 빠진 적이 없었고.. 나와 친해지면서 더욱 열심히 했지.
내가 믿고 맡길만한 사람은 너밖에 없다."
"그런...말도 안되는..!"
"말 잘 하고있잖아? 그냥 사이트 탈퇴하는것 뿐이야.
너무 큰 의미 부여하지 않아도 돼."
......
"....오유는...형한테...그냥 사이트가 아니잖아...."
..........
"어제 잠깐 생각했었어..과연 오유가 형에게 어떤 의미일까 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하지만 형이 오유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는 잘 알아.
눈팅까지 합치면 8년 이상을 이곳에서 있었다는것도..
촛불시위에도 나갔었지? 선언문에선 형의 진심이 보였어.
그런데 그렇게 쉽게 탈퇴할 수 있어?"
"쉽게 아니다. 그만큼의 각오가 있어야 한단 거야.
그리고 성공하면 되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해."
"형은 모바일이랑 컴퓨터 아이피가 저쪽에 전부 넘어가 있어. 아이피를 바꾸거나..저쪽이 망하지 않는 이상는 못 돌아올 거야.."
"아이피 바꾸는게 어렵나?"
"그래도 형 그 아이디가 얼마나 오래.."
"오유가 중요한거지, 아이디가 중요한게 아니야."
....
"그리고 오유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이상은 나도 돌아올생각 없다."
"........성공할 거야."
"그래.."
불안해졌다.
저거 사망 플래그잖아.
"나가볼게. 그리고 오늘부터 새로온 사람들 전부 받지는 마. 너가 알아서 필터링 확실하게 하고 전보다 더 빡빡하게.
혹시 모르니깐."
[220439 님이 퇴장하였습니다]
형이 나간 후에도..나는 한참을 그 방에서 멍을 때리고 있었다.
"저기요!"
아무도 글을 쓰지 않는 글의 적막함이 깨졌다.
누군가가 글에 들어온 것이다. 어디보자......1768398......
아, 9인가.
"네. 9님. 어쩐일로?"
"초기연대 정보좀 가지고 왔습니다.
목요일에 왜 가장 활동이 적은가 했더니.. 얘네 목요일이 휴일이예요."
"아..그래서........어? 님은 모르셨어요?"
"저는 평소에 9로 활동 안하고 이걸로 하거든요.
어쩌다보니 좀 자동적으로 초기연대에 가입된것 뿐이죠."
"흠...그렇군요. 이것때문에 일부러?"
"아..그런 셈이죠. 마침 근처에 있기도 했고..안녕히계세요!"
그렇게 9번은 돌아가버렸다.
싱겁다고 생각했다.
저런 정보면 그냥 이따가 회의때 알려줘도 되잖아?
굳이 지금 와서 알려주는 건 뭐지?
뭐, 내가 신경쓸건 없다.
저사람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자.
.................................
조용하네.
어째 4일밖에 남지않은 오늘이 평소보다 더 조용하다.
레지스탕스의 활동도 줄었다.
폭풍전야....같은건가.
여전히 베스트와 베오베에는 초기연대의 글이 가득하다.
그리고 지금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레지스탕스만 조용한 거겠지.
그럼나도 오늘은..좀 쉬어볼까..
......
형이..탈퇴하면 안되는데...
크롬 닫기.
시작버튼.
종료.
익숙한 종료음이 들리며 웅웅대던 소리가 멈춘다.
바빠질줄 알았더니..
...한가로운 날이다.
산책이나 갈까.
2018. 9. 16
D-3
아침.
나는 밥도 안먹고 생각없이 레지스탕스 회의장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생각해보면.......여긴 안들켰을려나?
안들켰으니까 지금까지 있는거겠지.
하긴, 2013년에 만들어진 자료창고 글에 누가 오겠는가.
"저...가입하려고 왔는데요.."
이른 아침부터 침묵을 깨는 가입신청.
"네...알겠습니다..잠시만요, 1768972님...가입 조건이 좀 빡빡해져서요."
어디보자..방문수 확인..
"............배경."
우왓, 깜짝이야. 1865339 다.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해..!"
"........방금 왔어."
"그건 그렇고...배경이라니?"
.....
"나 저 사람 알아."
"뭐?"
"배경... 며칠전에..배경사용했다가...초기 연대한테.......찍힌 사람...."
순간적으로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이미지.
--
"우우와, 세상 살기 좋아졌어? 백만? 배경바꾸는건 만번대부터만! 우리 '오유 초기 가입 연대' 회원들만의 특권인거 몰라?"
"저..제가 오랜만에..와서 몰랐습니다..죄송해요.."
--
아. 기억났다. 그 백만번대..
"그사람 번호를...기억하고있어?"
".........잘 안잊으니까...."
전에 찍어둔 스크린샷으로 확인을 해봤더니 확실히...그 사람이다.
대단한 기억력...
"가입이유는...대충 알겠네요."
"네..그렇죠?
...전 그날 오유에 굉장히 오랜만에 온 거였어요.
1년넘게 활동을 안했거든요..사정이 있었어요. 오유에 사건이 터진거나..변한건 알고있었지만 그정도 일 줄은..
그날 쪽팔림을 당하고.. 며칠간 레지스탕스를 좀 알아봤어요. 선언문을 보고 감동받아서..이렇게 온거예요."
역시 그 선언문.. 파급력이 크다.
"네..알겠습니다. 방문수도 맞췄고. 환영해요."
"아, 감사합니다. 저기...아까 그쪽은..?"
"네? 아, 아까 그.. 레지스탕스 회원입니다.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주고있어요."
"............"
"말이 적으신편이신가요?"
"아, 뭐..그렇죠. 인사정도는 하지?"
.......
"......안녕...하세요..."
"하하, 네. 잘부탁드려요. 전 그럼..이만 가볼게요!"
"아, 네!"
"........."
휴...이렇게 아침부터 가입신청이 오는 경우는 드문데.
".....나도 잠깐.....나갈게....."
"아, 어. 그래라."
그렇게 또 다시 아무도 없는 글이 되었다.
이렇게 매일 아무도 없는 글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상이라니..
한심하다고도 생각했다.
삐걱거리는 의자. 아무 소리 없는 집안.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
덥고 습한 날.
그렇게 그날도 지나갔다.
2018. 9. 18
D-1
오늘도 레지스탕스는 아침부터 바쁘다.
아니, 특별히 오늘이 바쁘다. 요 며칠간은 딱히 할 일이 없었지.
조를 짜고, 준비를 하고, 리허설도 해본다.
왜 사이트에 이렇게 정성을 쏟느냐며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에게 오유는 일개 사이트와는 의미가 다른 것이다.
세번째 혁명이 불과 하루 남았다.
2300여명 어치의 분노가 바로 내일 터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초기 연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베스트와 베오베를 장악하며 떵떵거리고 있다.
이번 혁명이 실패하면 형이 오유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반드시...
"337867님은 패션게시판..237911님은 고민게시판을 맡아주시고요.
아, 너는 애니게시판을 맡아라."
"응."
애니게시판이라..내 담당은 애게가 된건가.
1865339 는 무슨일인지 몰라도 어제부터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오유가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것뿐이다.
심심풀이겸 베스트와 베오베를 둘러본다.
레지스탕스에 들어온 후에는 별로 들어가보지 않았다.
추천수는 하나같이 똑같고, 반대수도 똑같다.
똑같은 추천수와 똑같은 반대수.
이걸 과연 '베스트' 라고.. '베오베' 라고 말할 수 있는것일까.
- 나를 토해 베스트로..! -
예전 오유에서 내가 10번째 추천을 눌러서 베스트를 갔을 때 나오는 문구였다.
물론 지금도 똑같은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나는 오유가 변한 뒤 그 문구를 본적이 없다.
추천할 만한 게시물이면 보류행이었고, 나머지는 거의 모두 초기연대의 게시물이었으니까.
"9번님, 9번님은 계속 초기연대 상황 보면서 회의장에 보고해주시고요. 1768972 님..1768972님 어디계세요?"
1768972 도 보이질 않는가보다.
1865339 도 그렇고 1768972 도 그렇고 하루도 안남았는데 다들 어딜 간거지?
"형 그냥 일단 있는사람들끼리 준비해요.
올때되면 올거야."
"흠....그래. 그러는게 좋겠다.
그럼 여기 댓글창에 선언문 뿌릴테니까 이거 다들 저장해놓고 계세요!"
"네!"
저 선언문은 아직까지도 쓰이고있다. 워낙에 잘썼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고 다른 사이트에서의 파급력도 있으니..
형이 없다면...누가 저런 글을 쓰고, 사람들을 모이게 할 수 있을까..
"자 그럼...준비는 이정도로 됐고. 새벽에 일어나셔야 되니까 이쯤에서 해산합니다.
다음 모일 때는..혁명의 자리일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변한..예전으로 돌아간 오유이길 바랍니다."
.....
꿀꺽..
침묵.
모두가 긴장하고, 흥분하고..떨고있을것이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에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마디 말을 써, 댓글창에 남겼다.
"오유저들의 오유를 위해!"
그러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말로 댓글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오유저들의 오유를 위해!"
"오유저들의 오유를 위해!"
"오유저들의 오유를 위해!"
오유저들의...오유를, 위해서.
2018. 9. 19
D-day
AM 2:55
오늘의 유머...레지스탕스 대혁명까지 앞으로 5분.
모두 숨을 죽이고 각자가 맡은 게시판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이제 각 게시판의 지도자가 신호를 주면 일제히 글이 올라올 것이다.
'초기연대 놈들...엿이나 먹으라지.'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형을 이대로 탈퇴하게 둘순 없다.
1865339 랑 1768972 는 아직도 보이질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심심찮게 들락날락거리던 놈들이 동시에 어디로 사라진건지 참..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때에..
"오늘의 유머 레지스탕스의 깃발을 올립니다."
3시 정각, 각 게시판에 일제히 글이 올라왔다.
신호다!
레지스탕스는 일제히 글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1초도 안돼 몇개씩 올라오는 글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한 페이지가 밀려나는 그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추천!!추천을 해!!"
"A조!! 베스트로 이동해서 대기해!! 곧 글들이 베스트로 간다!!"
좋았어..베스트로 간다!!
추천...! 추천....! 추천!!
추천수 1
추천수 3
추천수 6 반대수 1
추천수 9 반대수 7
추천수 12 반대수 13
보류게시판으로 옮겨졌습니다.
......!?
빠른 속도로 늘어가는 반대수.
순간, 저번의 악몽이 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간다.
'뭐...뭐지? 다른글..다른 글들은??"
다른 글들도 하나같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일이야!!초기연대냐??"
"추천!!추천을 해!!"
"초기 연대가 이렇게 빨리 대응할 수 있을리가 없어!!"
"또 스파이가 있었던 거야?"
"베스트는??베스트는 몇개나 간거야?!"
"몇개 가긴 갔지만 그것마저..보류로..!"
!!!
초기 연대...
대체..어떻게..!
그 때, 유머자료 게시판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초기연대의 9번입니다."
추천수 13 반대수 2
베스트게시판으로 옮겨졌습니다!
순식간에 늘어난 추천수..
잠깐..9번이라고?
"안녕하세요. 초기연대의 9번입니다.
그리고 레지스탕스에서는....1768398 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재밌었습니다..ㅋㅋㅋ
좀만 더 찾아봤으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 텐데..어지간히들 급하셨나 보군요.
아, 제가 스크린샷찍어서 드린 닉네임 돌아온 사진은 진짜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뭐 그래봤자 어차피 못하실거지만 ㅋㅋㅋㅋㅋㅋ
희망고문이란게 더 끔찍한거, 아시죠?
그러게 그렇게 쉽게 회의장 링크를 알려주셨으면 안되죠.
그거 다~ 초기연대에서 보고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
멍청하긴ㅋㅋㅋㅋㅋㅋㅋㅋ
뭐요? 초기연대 상황을 보고해달라고요?
미안하지만 레지스탕스 상황 보고하고 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근데 어쩌죠?
레지스탕스 창설자이자 지휘자. 220439 님..
이번 혁명이 실패하면 아마 탈퇴하신다고 하셨던 걸로 알고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
그럼 탈퇴하는거 잘 보고있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
.
.
그 글의 내용이었다.
이 글은 ..레지스탕스의 엄청난 반대수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교도 안되는 추천수로.. 보류게시판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이런 씨발.......이럴수가..!
"형!!뭐라고 말좀 해봐!!"
.....
사람들은 우왕자왕하며 혼란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나도 그러했다.
형..형이 어떻게든..!
"안녕하세요. 220439 입니다."
형이 글을 올렸다. 빨리...빨리 클릭을...
엄청나게 바른 속도로 올라가는 추천수.
분명..초기연대 놈들이 추천하고 있는 거겠지...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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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나름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버리는군요.
저는 약속대로 8년간 해왔던 이 아이디를, 오유를 탈퇴합니다.
아마 오유가 돌아가지 않는 이상 다시 이곳에 올일을 없겠죠. 곧 다시 뵐거라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레지스탕스는...1765339 에게 맡깁니다.
레지스탕스 분들은 아실겁니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 사람입니다. 그럼 전 이만 물러납니다.
오유저들의 오유를...위하여.
220439, Cla*** 올림
1765339..너가 이글을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르겠다.
그냥 길게 말 안할게. 레지스탕스를..오유를 잘 부탁한다.
지금 오유는 오유가 아니야.
아마 레지스탕스는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질거야..
너가 그걸 잡아야 해. 그럴려면 최대한 빨리..해야할거다.
그리고 나. 너가 2번인거..알고있었다.
초기연대 주요인물인데 아이피를 확인안할리가 없잖아.
그리고 2번이 사라진 시점과 너가 나타난 시점도 같았어.
하지만 널 믿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고 날 잘 따라줬어.
이제 너가 핸들을 잡을 차례다.
오유를 꼭..되돌려줘. 그땐 나도 돌아갈테니.."
-------------------------------------------
.......
무슨소리야..
"형!!댓글로..댓글로 말해!빨리!!"
"아니, 채팅방으로, 채팅방으로 와! 빨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기연대의 조롱섞인 댓글들로 내 댓글은 뭍히고 있었다.
이새끼들....너네는 초기 가입자도 아니잖아..!
대부분 그냥 추종자들일 뿐이잖아..!
왜 이사람들을 따르는 거야?!
.......
사실 답은 알고있다.
웹에서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소속감을 가지고 자신이 대단하게 여겨지면 사람은 웹에서 자제력을 잃는다.
초기 가입연대라는 것에 가입해 초기 회원들을 모시다 보니.. 자기도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져 이러고 있는 거겠지.
이 비열한 놈들..
마치 왕따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그 괴롭힘을 무시하고 오히려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눈빛으로 그 괴롭힘을 구경만 하고 있는 학생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8년의 추억과 세월이..
힌순간에 무너졌다고..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잡아
형의 가입번호를 클릭했다.
설마.
설마 아닐것이다.
아니어야 해..
[탈칵]
-이미 탈퇴한 회원입니다.-
......
..
.
.
......내가...
반드시......
....바꿔놓겠어....
나는 형의 마지막 글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
그러고보니..저 마지막 문장 뒤에 부자연스러운 여백은 ..뭐지..?
나는 그 여백을 드래그했다.
파란색 박스 안에는 흰색으로..이런 글이 써져있었다.
"1765339. 너가 이글을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른 사람이 볼지도 모르겠다.
그냥 길게 말 안할게. 레지스탕스를..오유를 잘 부탁한다.
지금 오유는 오유가 아니야.
아마 레지스탕스는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질거야..
너가 그걸 잡아야 해. 그럴려면 최대한 빨리..해야할거다.
그리고 나. 너가 2번인거..알고있었다.
초기연대 주요인물인데 아이피를 확인안할리가 없잖아.
그리고 2번이 사라진 시점과 너가 나타난 시점도 같았어.
하지만 널 믿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고 날 잘 따라줬어.
이제 너가 핸들을 잡을 차례다.
오유를 꼭..되돌려줘. 그땐 나도 돌아갈테니.."
.........
........뭐야...
알고있었잖아....
............
...다 내 잘못이다...
내가 바꿔야한다..내가 바로잡아야 해...
내가 시작한 이 일을...
나때문에 일어난 이 일을...
내가....
힘없이 컴퓨터를 끈다.
그냥, 전원 버튼을 내려 버렸다.
너무나도 무기력하다.
희망 속에서 발버둥친게 한심하게 느껴진다.
한숨을 쉬고, 핸드폰을 들었다.
다시 확인해 보았지만 냉정하게도 탈퇴한 회원이라 적힌 빨간색 글씨는 바뀌지 않았다.
....그 날 새벽엔..2시간동안 닉네임이 돌아왔다.
-------------------------------------------------------------
-레지스탕스 선언문-
안녕하십니까, 오유저 여러분.
저는 '오늘의 유머 레지스탕스' 를 창설한 가입번호 220439,
본 닉네임은 Clari* 였던 사람입니다.
1년하고도 몇주 전.. 오늘의 유머에는 '대오류' 라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의 소중한 닉네임들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운영자 바보 님은 자취를 감추셨고, 오유 초기 가입 연대라는 것이 생겨나 일반 오유저들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유 초기 가입 연대는 오유 초기에 가입한 소수의 인원들과 많은 추종자들, 헤비 업로더와 자짤러, 약쟁이를로 이뤄져
자신들의 글에 추천하고, 일반 오유저들의 글엔 반대를 누르면서 게시글을 조작해 베스트게시판과 베오베게시판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기에 이르렀 습니다.
양질의 자료를 올리니까 됐잖아? 라고 말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유는 자료만을 위해 오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웃고, 울고, 감동하고, 무서워하고, 신기해하고 때로는 분노하며 어쩔땐 힘을 합치며 인간미를 느끼러 오는 곳입니다.
자살하려는 사람을 기를써서 찾아내 막고..
정의를 위해서 촛불을 들었으며..
잘못된것을 비판하기 위해 피켓을 들고 몇시간을 서있었습니다.
오늘의 유머는 온라인에만 존재했던 사이트가 아닙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ASKY 라는 말 하나에 뭉쳤습니다.
지금 오늘의 유머는..오늘의 유머가 아닙니다.
독재를 비판하고..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썩어빠진 언론을 비판하던 오유는 어디로 갔나요?
왜 그것을 비판하던 오늘의 유머가 그들같이 행동하고 있나요?
오늘의 유머는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며칠 전, 레지스탕스에서 혁명을 일으킬 때마다 그의 규모에 따라서 닉네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
돌아갈 수 있습니다.
바뀔 수 있습니다.
언제나 세상을 바꾼건 민중이었듯이.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를 지켰던것은 의병이었듯이..
이번엔 우리가 우리가 있을 곳을 지켜낼 차례입니다.
그것을
우리가
레지스탕스가
해낼 수 있습니다.
2018년 9월 13일
220439,Clari*
.
.
.
.
.
.
적막함이 감도는 회의장.
이곳은 망연자실한 레지스탕스 회원들이 모여있었다.
......
"초기연대는......지금쯤 승리에 취해있겠지요.."
......
"...아마도..방심하고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아침에....다시한번.....바로 반격하면..모를거예요.."
"여기도 들켰을지 모르는거 아닙니까?"
"아니요..이 임시 회의장은 9번에게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형을...아니, 220439를...다시.."
.....
"아침 8시에..모입시다.
두시간이나 닉네임이 돌아왔어요. 분명..
닉네임이 돌아온걸 보고 흔들린 사람들도 있을거예요.."
AM 8.00
레지스탕스의 회원들은 일단 약속한 게시글에 모였다.
하지만..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형은 나를 믿는다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나....할 수 있는게 없다.
"1765339 님...이제..어떻게 해야 할까요..?"
......
"분명..해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자..잠깐만요!지금 유자게에!"
뭐?
"유자게에...소동이 일어났어요!!"
유자게에?
유자게에선 1768972 가 또다시 초기연대에게 당하고 있었다.
"1768972 ...! 요즘 안보이더니 왜 여기에..!!"
아마도 또다시 배경을 사용해서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너..! 한번 찍혔었잖아..! 어째서 다시!!"
그 때,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1768972 가 입을 열었다.
"....배경을 사용하지 말라는건...누가 정했죠?"
"그야 우리, 초기연대지! 이 멍청한 새끼..머리가 안돌아가냐?!"
"초기 연대가 말하는건 뭐든 들어야한다..이말입니까?"
"우리를 욕하고싶으면, 어디 운영자라도 데려와 보라고!
1년넘게 실종된 <바보> 말이다ㅋㅋㅋㅋㅋㅋ"
......
...!
잠깐...!
아이피..!
아이피가, 보이질 않는다?
그 때, 갑자기 공지사항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운영자입니다."
운영자..?
1768972가.....
바보님이라고?
----
...전 그날 오유에 굉장히 오랜만에 온 거였어요.
1년넘게 활동을 안했거든요.. 오유에 사건이 터진거나..변한건 알고있었지만 그정도 일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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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말한 1년이..?
"저는 어떠한 사정 때문에 약 1년정도동안 오늘의 유머에 접속 자체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혹시나 해서 만들어두었던 저 아이디..
1768972 로 접속을 할 수 있었죠.
여러분께 제일 먼저 공지사항을 올리고 싶었으나..오유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배경을 쓴 게시물을 올렸더니..
역시. 타깃이 되어 엄청나게 까였죠.
이제 오유는 예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이상의 초기연대의 만행은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황하고 있는 혼란 속에서
그 글에 초기연대의 추종자로 보이는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우..웃기지 마! 오유의 추천 반대 시스템을 오유가 이용한 것 뿐이야!!"
"옳다!!오유의 추천 시스템을 없애던가, 오유인들을 무시하는 건가요?!!!"
"우린 잘못을 하진 않았다고!!"
저 미친...지금 운영자님에게 무슨말을 하는지 자각하고 있긴 한건가??
그건 그렇고.. 지금...이 혼란의 상황..!
모두가 운영자님에게 관심을 쏟고있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운영자님도 있겠다..!
지르고 본다...!
"레지스탕스의 깃발을 올립니다."
추천수 2
추천수 8
추천수 9...
기다리고있던 레지스탕스는 이때를 기회로 삼아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운영자님의 등장으로 흩어지고 혼란에 빠진 초기 연대의 반대테러로는 레지스탕스의 추천을 막을 수 없었다.
베스트로..!
베스트로..!
나를 토해 베스트로!!
레지스탕스의 글이 베스트에 가고있다.
최대 성과다... 할 수 있어!
그때였다.
자유게시판에, 글이 올라왔고, 엄청난 속도로 베스트게시판으로 옮겨졌다.
"ㅇㅇ에서 왔습니다.
오늘의 유머에서 청한 도움 글을 보고 왔습니다.
우리도 옛날의 오유가 그립습니다.
같이 힘을 합쳐서 오유를 되돌려놓자구요."
"ㅇㅇㅇ에서 왔습니다."
"ㅁㅁ에서 왔습니다!!오유남은 우리가 지킨다!"
"**갤러리에서 화력지원 왔습니다!!"
"**에서 왔습니다!"
"***에서 왔습니다"
"~에서 왔습니다!!"
갑자기..뭐지?!
지금까지도 물론 몇번씩 도움을 청한적이 있었지만..
이렇게..많은곳에서 한번에..이건 대체..!
"레지스탕스...복귀했어."
...!
1865339...!
"..너가 설마..!"
"...나는..여러 사이트를..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 많은 사람들은..! 대..대단해..
"....그냥....오유를 위해서..한 거니까...
....꼭...성공해서..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좋겠다고 생각해."
....
"...
....그래!"
나는 본능적으로..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곳에..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레지스탕스 지휘자, 1765339 입니다.
저는..원래 가입번호 2번입니다.
그리고 초기연대의 창설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초기연대가 변질되기 직전..그곳을 나오고 레지스탕스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그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며 220439를 따랐습니다..
하지만...형은 ...3번째 대혁명의 실패로 책임을 지고 탈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형이 마지막으로 부탁한 것을 꼭 해내려고 합니다.
바로 오늘의 유머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
지금..희망이 보입니다.
부디 마지막까지 힘을 빌려주세요.
오유를 위해...
-게시글이 등록되었습니다.
-게시글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졌습니다
.....?
..!!!
운영....바보님..!
나도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고,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할 수 있어..
형..!
형은 탈퇴했어..이젠 없어..
하지만..오늘의 유머가 있다면..형도 계속 살아가!
추천을 한다면..베스트오브 베스트까지..!
반대를 받는다면 그 두배의 추천을..!
이것이 바로.. 오늘의 유머다!
"레지스탕스의 깃발을 다시한번 올립니다!!
혼란속에서..추천수 0으로 베스트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옮겨진 나의 글은..
수많은 오유저들을 움직이게 했다.
그날..몇천개의 글이 베스트로 올라왔고..
베오베에 등록됐으며..
초기 연대는 몇개의 반대만을 누르다가 사라져 버렸다.
레지스탕스가...
오늘의 유머가...
이긴 것이다.
그날로부터 일주일.
닉네임도 돌아왔고..
요 며칠간 초기연대의 만행, 처리 문제나 이 오류의 원인 얘기로 떠들썩했지만..
일주일간 대충 정리가 됐다.
우선 초기 연대의 회원들은 공식 사죄문을 올리고 거의 오유를 탈퇴했으며..
그의 추종자들은 사죄를 하고 오유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오류의 원인은..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년간 운영자 바보님이 뭘 하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운영자님은 그에 관해서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보이셨고, 오유저들도 그를 이해하기로 했다.
운영자님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계좌를 열어서 치킨을 사드리자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공포 게시판과 미스테리 게시판에서 오류에 대한 음모론이 성행하고 있다.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만들어내고 조종한 오류라는 건 정설이고, 어떠한 심리학자가 인간이 이런 상황
에서 어떻게 변하고, 그에 따른 집단 형성과 영웅의 탄생 등을 현실과 온라인을 비교하려고 벌인 소행
이라는 소문에서 정치적인 음모론까지.. 그럴 수밖에 없지만 굉장히 화제이고 떠들썩 해서
운영자님은 대오류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주셨고, 아직까지도 떠들썩하다.
레지스탕스에 관해서도 말이 많은데,..
오늘의 유머에서는 일주일 전을 대혁명의 날로 지정해, 사이트 로고를 1년에 한번씩 그날에 바꾸기로 했다.
레지스탕스 핵심 멤버들과는 오프라인에서도 나름 친한 사이가 되었으며 며칠 뒤에는 운영자님이 주최하는 오프 모임에도 나간다.
그리고...
형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유가 예전으로 돌아가면 분명 돌아온다고 했는데..
닉네임도 아직 같은 닉네임이 없고 아이피도 같은 아이피를 발견하지 못했다..
언제쯤 돌아오는걸까.
오늘의 유머..
나와 청소년기부터 함께 보내고..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한 사이트.
일개 유머 사이트가 아닌..
함께 웃고, 울고, 감동하고, 즐기고, 분노하고, 힘을 합치고..
때로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몇시간이고 서있고
한 생명을 기를쓰고 힘을모아 살리기도 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도 나간...
....인간미 넘치는 장소.
인포메일로 시작되어..거대 사이트가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까지 나와 당신이 이곳에 있기까지..
하나의 추천이 모이고 모여..
이곳을 지탱 하기까지..
앞으로도 오늘의 유머는..싸우고, 즐기고, 추천하고, 반대할 것이다.
오유를 토해
우리를 토해
당신을 토해
그리고..
"어라...이게 왜 지금 베스트에 오지??"
-레지스탕스의 깃발을 올립니다.-
"뭐야....일주일 전의 글을 이제서야 추천한 사람이 누구..."
그리고..
나를 토해..
..나를토해 베스트로..
추천되었습니다!!!!!!!!!.
추천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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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6 00:010:37 211.246.***.*** Clari*1 7451213
글
ClariS
BGM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OST - Decretum
레지스탕스 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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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TO HUMOR] .오늘 내일의 유머
MORROW
끝
발로써서 그런지 아주 개판이네요
옛날에 쓴거라 scv님이나 운영팀장님 등은 등장 안하셨네요
뭐...그렇다구요....
님들 라노콘 많이 보세요 네 그래요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