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그런 익살은 그만두게"
K선생이 얼굴을 찌뿌려서 구보는 몹시 당황했다.
"선생님, 저의 예술은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말하지 않으셨어요?"
K교수는 젊은이의 너절한 취기에 질려 입을 꾹 닫고 나가버렸다.
계단을 내리다 미끄러지는 줄 알았으나
어지럼증 때문일지 부끄러움 때문일지
취하지 않고서는 말하지 못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슬픔 때문일지
부끄러운 것은 내가 아닌걸
구보는 가만히 자신을 들여 보다가
나는 욕과 정을 모두 가지구 있지
천재는 아니지마는 그러한 열정을 가졌었다고 자신한다.
그래, 그래서 사람의 온기 기대하는 거이 나쁜 것이야?
가까운 실루엣 헤헤 웃으며 보았다.
이 도시에서는 계집의 아양도 쉽게 살 수 있고
밤의 과실도 얼마든지
베어 물 수 있는데
그런 것은 이미 져 버린 것은 아닌가
아니 없었던 것은 아닌가
나무 사이로 달이 쓰러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는 나고,
나도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