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촬영을 다 마친 후 풍선을 들고 단체 촬영을 진행했다. 이때 현장 매니저가 기자에게 질문지를 검토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질문지는 없고 흐름을 체크하기 위해 작성해 놓은 질문지와 유사한 것은 있다고 말하니 그 종이라도 받아가겠다며 챙겼다. 매니저는 그 종이를 뉴미디어팀 대리에게 건넸고, 그녀는 질문지를 읽으며 질문 앞에 하나둘 X(엑스)자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질문지를 검토한 곳은 없다”고 말하자 “우리 소속사는 원래 이렇게 한다”며 “모든 매체와 이렇게 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6개월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고 하니 그때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는 말뿐이었다. 또한 “내가 빅스 총괄”이라며 무려 24개의 질문에 X(엑스) 표시를 했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나’, ‘인기가 많아져 불편한 점은 없는가’, ‘화이트데이 이벤트를 가장 잘해줄 것 같은 멤버는?’ 같은 일반적인 질문에도 X(엑스) 표시가 되어 있었다. 접속사에 취소선을 그어 놓거나, 문장 끝이나 중간에 물음표와 쉼표를 적어 놓는 등 ‘교정’을 봐놓기도 했다.
한참 뒤 음반기획팀 대리가 다가와, “다음번에는 시안을 보내줄 때 질문지도 같이 보내달라”는 말을 전했다. 많은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해 왔지만 기자가 보는 앞에서 X(엑스)표시를 치는 걸 보고 있는 건 처음이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민감한 내용은 알아서 잘 빼달라고 부탁하는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런 당부가 없더라도, 인터뷰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쏟아부으며 애정을 갖고 만난 연예인의 이미지에 혹여 누가 될지, 기사를 쓸 때에도 한 마디 한 마디 신경을 쓴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