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입수 전에 구명조끼에 바람을 불어 넣으시면 안 됩니다.…"
승무원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문구입니다.
항공기에 구명조끼가 배치되었을 때부터 이 문구는 존재했습니다만, 그 당시 탑승객들에게는 그다지 와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왜 절대로 바람을 불어넣으면 안 되는지, 왜 이 문구가 뼈저리게 와닿게 되는지, 그리고 왜 항공사고 매뉴얼은 피로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고자 한 사건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에티오피아 항공961편 납치 사건
<요약>
사건 발생일 : 1996년 11월 23일
발생 장소 : 코모로 제도
탑승객 : 175명
사망자 : 125명
생존자 : 50명
│발단
(실제 사고기의 항공 운항도)
본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은 인도 뭄바이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 케냐의 나이로비 → 콩고의 브라자빌 →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으로 향하는, 총 4곳을 경유하는 항공편이었습니다.
뭄바이를 출발한 첫 여정은 매우 순조로웠지만...
첫 번째 경유지인 아디스아바바에서 공중납치를 계획한 3명의 청년이 탑승하게 됩니다.
이 3명의 청년은 스스로 에티오피아의 정치범이라고 자처했고, 망명을 원해 안전한 제 3국으로 가길 원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적당한 시점이 되자 무기와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승무원을 협박, 조종실로 들어가 호주로 향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승객이고 뭐고 폭탄 터트리겠다고 협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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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범 - "얼른 호주로 비행기를 몰아!"
기장 - "이 비행기 호주 갈만큼 연료 충분하지 않는데?"
납치범 - "※뭔 개소리야. 항공기 책자에 보잉 767의 최대 항속거리가 호주까지 갈 수 있다 하는데? 구라치는 거 봐라."
기장 - "원래 비행기는 자신이 비행하는 거리만 연료 싣고 다닌다고. 나이지리아에서 다시 기름 채울 예정이였단 말야.
이대로 호주가면 망명이고 뭐고 다 추락해!"
납치범 - "호주로 몰아!"
기장 - "아니 추락한다니깐"
납치범 - "호주로 몰아!"
기장 - "아니 추라ㄱ"
납치범 - "호주로 몰아!"
기장 - "야이 시발너ㅁ"
납치범 - "호주로 몰아!"
※ 실제 납치범이 주장했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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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중납치를 몇 번이나 경험한 납치 베테랑(?) 기장은 일단 그들의 요구대로 기수를 돌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하지만 호주로 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아프리카 해안 대륙을 따라 비행했죠.
이는 필요시에 가까운 인근 공항 또는 바닷가에 비상 착수를 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납치범들은 일단 비행기가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장은 바다에 추락하여 망명이고 뭐고 모두 죽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은밀히 기수를 코모로로 바꿔놨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연료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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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 "이거 연료 떨어지는거 보이지? 호주에 가지도 못하고 추락하게 생겼다고."
납치범 - "뭐래ㅋ 호주로 몰아."
기장 - "연료 떨어진다니깐."
납치범 - "뭐래ㅋ"
기장 -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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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기장은 어떻게든 코모로의 공항에 착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같은 상공을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납치범들을 설득했지만 되려 부기장이 폭행당해 부상을 입고 맙니다.
이제 연료는 고갈이 났고
비행기는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추락
(실제 사고기의 추락 사진)
기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그랑드코모르 섬의 공항에 비상착륙을 결정하지만, 납치범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격투가 벌어지고
설상가상으로 기장은 공향으로 향하는 방향을 놓치고 맙니다.
결국 차선책으로 휴양지와 가장 가까운 해변을 선택했습니다.
기장은 최대한 동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고자 날개를 수면에 닿게 했지만 마찰력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동체는 부서지게 됩니다.
│기적과 비극
하지만 기장의 훌륭한 판단으로 관광객이 많은 휴양지 근처 해안에 착륙했기 때문에 이 사고를 목격한 관광객과 현지인이 빨리 구조활동에 나섰습니다.
마침 사고 현장 바로 옆에 보트가 있었고,
그 보트에는 프랑스인 의사들이 대거 탑승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주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구조했죠.
하지만
이러한 거의 '신의 기적' 에 가까운 상황속에서도 사망자는 125명에 달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대다수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자마자 공기를 채웠기 때문입니다.
(빗금친 부분이 공기가 있는 지역. 하지만 동체 내로 물이 계속 들어오자 결국 저 공간에 있었던 생존자들은 사망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력으로 물 속에서 잠수를 못하고 비행기 동체에 갖히게 되어버려, 익사를 하게 되었죠.
물론 그 당시 매뉴얼에도 절대로 입수하기 전까지 공기를 넣지 말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이 지시를 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륙시에도 승무원들이 알려줬지만 대다수가 이를 무시했죠.
더군다나 패닉상태에 처한 많은 승객들은 사고 당시 승무원의 지시를 따르지 못해 사망까지 이르게 됩니다.
│뒷 이야기
에티오피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납치범들은 그저 무직자 2명과 간호사 1명이었습니다.
그들이 과시했던 무기와 폭탄은 그저 구라였으며, 무엇보다도 폭발물질이 담겨져있다던 유리병은 사실 위스키였습니다.
또한 그 병을 열어서 유유히 마시는(..) 장면을 목격한 승무원도 있었죠.
(실제 관광객이 촬영한 당시 사고현장)
그리고 비상착수한 지점이 관광객이 많은 장소여서 그 장면과 비행기가 부서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녹화되어 있는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 사고를 촬영했던 사람은 처음에는 에어쇼인 줄 알았다는 인터뷰를 남겼죠.
사건 이후로 수 많은 매체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며 또한 구명조끼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서도 전파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승무원의 구명조끼 사용법을 그저 흘려들으셨습니까?
出典 : 내셔널 지오그래픽 항공 사고 수사대, 구글이미지,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