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역사에 대해 여러 글을 올렸습니다...
일본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되는 건 동시대 조선의 역사를 보면 볼 수록 한심하고 화가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 일본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 우리나라에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 즉 지정학적인 한계와 경제발전상의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당시의 인물들을 파고들면 들수록 더욱 화가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 대세가 변하는 와중에도 성리학 원리주의를 외치는 사대부들 (IMF가 낙수효과가 틀렸다고 주장해도, 피케티가 주목할만한 업적을 이룩해도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맹신하고, 나이도 어린 경제학자가 까분다고 말하는 한국의 "사대부"들)
서양열강, 제국일본, 그리고 중국 간의 갈등을 국내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용하는 고종과 민비 그리고 외척들(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북한이라는 실존하는 안보위협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우리나라의 집권세력)
조선이나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영국, 미국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려고 꾸준한 정보전을 벌였던 일본,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일본, 아니 상전으로 모시던 청나라에 대해서도 그 어느 것도 알지 못했던 조선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나 우리나라의 원유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동에 대해서는 커녕 바로 옆에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장님 상태인 대한민국)
19세기 문명의 표준, '근대입헌국가'를 부정하고 유가적 전제왕권에 집착하던 조선 (21세기 문명의 표준 자유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부정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집요하게 반대하는 유림과 기득권
국가적 위기라는 상황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병폐와 모순이 극대화된 시기에 우리나라의 권력자들은 사리사욕만을 채우고 사회 전체의 공익에 대해서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일부 극소수 개혁을 도모하고자 했던 이들도 존재했으나 그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또는 침묵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현실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동학농민들처럼 무장투쟁을 전개하거나, 이마저 실패하자 완전한 무력감에 빠진 자들은 국개론을 외치면서 윤치호처럼 친일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권력의 수뇌부가 드디어 위기의식을 느꼈을 때...그 때는 이미 시기를 놓쳐 국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선은 동정의 여지가 없습니다. 집권세력이 비극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강구했다면 모를까, 그들은 스스로 비극을 초래하였고 마지막에는 스스로 나라를 팔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한민국을 보자면 구한말과 너무 오버랩되는 것 같아서 정말 걱정됩니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주변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체급은 그 어느 역사 시대보다 양호한 상황이지만, 정치적 인식이나 집권세력의 태도는 망국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와 행동이 지속된다면 조선과 같은 쇠락은 필연적이겠죠.
특히 체급으로 봤을 때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는데, 역사가 준 기회를 완전히 날려먹고 있다고나 할까요.
미중러를 축으로 하는 급변하는 국제정세, 혹시 모를 북한의 급변사태, 세계적 경기침체, 고령화와 저출산, 청년실업, 지구온난화, 그리고 중국과 일본 경제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한국의 경제 등 눈 앞에 펼쳐진 과제가 산더미처럼 많은데
우리 집권세력은 과거 조선마냥 예송논쟁이나 벌이면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화를 일으키고, 실존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문제를 방관할 뿐만 아니라 MB처럼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기는 커녕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고 주변인들만 배불리 먹였습니다. 더욱 비극적이게도 이번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이들에게는 기본적인 문제해결능력도 없었습니다.
상황이 그러할진데 우리 앞에 펼쳐진 '진짜' 문제들은 더욱 더 풀기 어렵겠죠. 이들에게는 그럴만한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고, 국가안보의 기틀을 확립하고, 주변국과의 외교를 탄탄히 하고, 국가의 미래산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그리고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의 명예와 위신을 바로 세워야 합니디만
지금 대한민국의 저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절망적입니다.
물론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도 삶은 계속되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냥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금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너무 열악해진 환경에서 살게 되는 차이겠죠.
작금의 상황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에 불과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