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공지를 만들기 위해서 상소문에 쓰인 유사역사의 정의에 대한 부분을 따로 발췌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1. 유사역사란 무엇인가?
1) 유사역사의 정의
유사과학이라는 용어는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과학게시판에서 심심하면 등장하는 '무한동력' 이나 '창조설' 이 유사과학에 해당됩니다.
과학게시판에서는 이 유사과학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용어를 빌리긴 했으나 실제로 '명확한 논리적 진술이 아니거나', '이론으로서 인정받을 수 없거나' 하는 경우들을
의미합니다. 주로 근거를 뒷받침하는 실험적 결과가 전무하거나, 실험이 잘못된 경우, 또는 최초실험자 이후
그 누구도 동일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 한 실험 등등이 해당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학의 용어를 빌렸으나 과학이 아닌 것'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유사역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합니다.
'역사의 용어를 빌렸으나 역사가 아닌 것' 이 유사역사입니다.
유사역사에 대해서 '스캡틱의 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사이비 역사학(유사역사)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역사학이다.>
1. 신화나 전설, 이야기 등 문학상의 기술을 문자 그대로 사실로 보는 것
2. 고대의 역사가가 말하는 것을 무비평적으로 전혀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대의 주장에 반대되는 경험적,논리적 증거를 무시하는 것
3. 사실의 발견, 즉 과거에 정말로 일어난 것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특정 정치적, 종교적인 문제를 지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4. 진리는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이며 절대적으로 올바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회의주의적인 개념에 집착해서
역사의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
5. 역사는 단지 신화창조일 뿐이고, 서로 다른 역사는 정확성이나 경험적 개연성, 논리적 일관성, 타당성, 완결성, 공평성, 성실성 등의,
전통적인 학문적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으며, 도덕이나 정치의 입장에서 비교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
6. 고대의 문헌을 선택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agenda에 적절한 것만을 인용하고 그들과 맞지 않는 것은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
7. 어떠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자기의 주장과 일치하면 충분히 믿을 만 하다고 주장하는 것
8. 인종차별이나 무신론, 민족 우월주의, 혹은 정치나 종교적 agenda에 반대된다는 이유로 자기들의 주장을 억압하는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스캡틱의 정의를 따르자면 유사역사는
'역사의 용어를 빌렸으나 사건을 단편적으로 인식하고 비판적 해체적 읽기과 근거를 도외시하며(비 학문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음모론 생산 및 문헌유물(근거)의 의도적 취사선택 두둔)하고
역사 자체의 실체성을 부정(역사의 실제성 부정하고 역사왜곡 두둔)하며
마지막으로 역사를 특정 이데올로기적인 문제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것(역사연구를 사실 탐구가 아닌 도구적 목적으로 사용) 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습니다.
(첫번째, 비 학문적 자세를 견지한다
두번째, 음모론 등을 생산한다
세번째, 문헌유물의 의도적 취사선택을 두둔한다.
네번째, 역사의 실제성을 부정하고 역사왜곡을 두둔한다.
다섯번째, 역사연구를 사실 탐구가 아닌 도구적 목적으로 사용 한다.)
2) 유사역사의 유형.
유사역사의 유형을 구분하자면 크게
'민족적 담론에 대한 극단적인 긍정'
'민족적 담론에 대한 극단적인 부정'
'민족적 담론과는 크게 관계 없으나 비 학문적 연구태도를 견지하는 것'
으로 3분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민족적 담론을 극단적으로 긍정하는 유형에는 잘 알려진 [환단고기]와 그것의 추종자들이 있으며 이들은 '위대한 민족=민족제일주의'을(를) 위하여 유사역사를 수행한다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민족적 담론을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유형에는 대표적으로 '식민사학'이나 '디씨 역갤류 일뽕사관' '조선시대 비난론(조선까)' 등이 있으며 '형편없는 민족'을 증명하기 위하여 유사역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 학문적 연구태도를 견지하는 유형에는 역게에서 종종 보이는 '면적학파' 등이 있으며 자신이 믿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유사역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앞선 민족담론에 대한 두개의 유형은 일견상 양극단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만, 실상은 '민족 담론에 대한 해석'을 위하여 역사를 도구화 하여 이용한다는 점에서 위에서 야누스적인 존재들 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마지막 유형 역시 단지 민족담론과 연관성이 희박하다 뿐이지 자신의 신념을 역사를 도구로 사용하여 주장한다는 점에서 앞선 2가지 유형과 크게 차이 점이 없습니다.
2. 왜 유사역사는 위험한가?
유사역사는 그저 의견이 다른 주장이나 학문상의 논쟁이 아닌 '역사가 아닌 것'들 입니다.
역사가 아닌 것들이 역사의 탈을 쓴 채 역게에 나타나 혹세무민 하고 이를 비판하는 유저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사역사의 문제점은 크게 '일반유저들을 조롱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점'과 '유사역사 자체의 문제점'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이 글을 유사역사 자체를 소개하는 글인 관계로 '유사역사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1) 학문적 관점에서의 오염1(역사왜곡)
대표적인 민족제일주의 유사역사로 [환단고기]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위서(僞書)로 알려진 [환단고기]는 실제 저자와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가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그 내용마저도 황당무계합니다.
하지만 [환단고기]에 매료된 분들은 이를 신성시여기며 이 책에 기록된 내용을 우리의 역사라며 열광합니다.
급기야 기존 학계를 공격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납득시키려 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그들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 왜곡된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식민사학해체 국민운동본부' 는 [환단고기] 추종자들이 참여한 단체인데 일반 대중을 상대로 다양한 강연과 일부 정계인사 등의 지원을 받아 상당한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환단고기] 추종자들의 활동으로 인해
대중들은 그들이 말하는 위대한 '쥬신' 제국을 실제 역사로 여기게 되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온 고조선과 삼국의 역사를 거짓으로 여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즉, 역사왜곡을 당한 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작용은 단순히 대중의 선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학문으로 연구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북아역사특위와 동북아역사재단의 갈등입니다.
국회소속 동북아역사특위는 동북아역사재단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어 '동북아역사지도'와 동북아역사재단의 활동에 공격을 가했습니다.
문제는 동북아역사특위의 인사들이 유사역사 추종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동북아역사특위에서 주장했던 각종 주장들 또한 [환단고기] 추종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결국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여 성과를 내야만 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의 활동에 유사역사가 악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 학문적 관점에서의 오염2(역사의 목적 훼손)
유사역사가들은 자신들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민족제일주의' 혹은 '형편없는 민족'을 내세우며 역사를 도구로 이용하며, 설령 민족과 크게 상관이 없더라도 자신이 믿는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서 역사를 도구화 하여 이용합니다.
물론 백보 양보해서 그들이 말하는 민족 담론에 대한 해석이나 신념이 최우선 목표라 할지라도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역사를 도구로 이용한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합니다.
역사에서 최우선 목적은 내재적 가치의 추구입니다.
그 외의 민족적 자긍심이나 반민족적 담론의 전개 그리고 자신의 신념(혹은 이데올로기)을 위한 근거는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얻어지는 부차적인 가치일 뿐이며 결코 그것이 주된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민족제일주의'의 구호아래 역사를 도구로 이용하는 극단적 예가 북한입니다.
간략히 이야기 하면, 북한은 국가적 단결과 민족제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역사를 무리하게 조절하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는 그동안 북한 역사학계가 쌓아왔던 역사연구를 스스로 부정하고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북한학계의 연구는 세계 어느 나라도 인정해 주지 않는 그들만의 것이 된지 오래이며 이는 학문적 관점에서 크나큰 손실입니다.
반대로 '형편없는 민족' 이라는 구호아래 전개 되는 대표적 사례가 '식민사관'입니다.
한국의 역사를 당파성, 만선사관 등으로 규정하며 역사발전 단계를 부정하고 끝내는 일본의 지배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기 까지 합니다.
식민사관은 본질적으로 역사가 아닌 관계로 실증적 연구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형편없는 민족을 증명만 하려 할 뿐입니다.
그 결과 역사란 학문은 하나의 목적을 위하여 극단적으로 반민족적인 스텐스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이는 객관적으로 대해야만 하는 역사학에게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족과는 크게 관련이 없더라도 오직 자신이 믿는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역사를 도구화 하는 사례로 이른바 '면적학파'가 있습니다.
역사는 다양한관점에서 복합적으로 사고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유사역사는 오직 수도의 면적만으로 해당 국가의 국력을 비교합니다.
비 학문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편적인 역사 비교를 수행하는 것은 본인이 믿는 결론을 입증하기 위하여 역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3) 과도한 패배의식(처절하게 몰락하거나 태생부터 미천한 민족)
민족제일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역사(환단고기 등)의 경우 고대의 광대한 영토와 더불어 뛰어난 문화와 우월한 민족의식을 소개합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패배의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찬란했던 고대에 비해 현재의 우리는 한 없이 쪼그라든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역사는 결국 '처절하게 몰락한 한민족' 이라는 결론 외에는 아무것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형편없는 민족을 주장하는 유사역사(식민사관 등)의 경우 한국의 역사 전반에 걸친 미숙성과 상대적 후발성을 주된 주제로 삼습니다.
이 또한 필연적으로 '패배의식'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선진적인 주변국들에 비해 한국의 역사와 유산은 형편없이 허접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역사는 결국 '태생부터 미천한 한민족' 이라는 결론 외에는 아무것도 내지 못합니다.
4) 과도한 민족주의(타 민족과의 공생이 아닌 피해의식에 사로 잡힌 극단적 민족주의)
민족제일주의를 목적으로 하는 유사역사는 앞서 말했듯이 '고대의 찬란했던 역사'를 틀로 삼고 그 속에서 과도한 민족주의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민족의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의 시기'에 '민족'의 개념을 연결하여 '고대의 위대한 우리 민족'을 그리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도한 민족주의가 유발하는 위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터키의 유사역사 투라니즘입니다.
터키의 유사역사인 투라니즘에 따르면 알타이 어족을 가진 모든 민족은 투르크 족인데,
터키에서는 투라니즘에 심취한 정치 단체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유사역사의 실체인 과도한 민족주의의 위험성은 투라니즘의 사이트에서 명백히 명시되어 있습니다.
"Throughout history, the Turanian lands have been invaded by foreigners: Semites, Persians, Chinese, Greeks, Romans, Slavs, and Germanic peoples. In many cases, the indigenous Turanian peoples have been and are still subjected to genocide, colonization, deportation, or assimilation. Foreign rule has not only caused great losses in demographic and cultural terms, but also economically and environmentally as severe damages have been inflicted by the exploitation and pollution of the Turanian lands by states such as Russia (formerly the Soviet Union) and China. Faced with all these hardships, the Turanian peoples are struggling to preserve their distinct cultural identity and to reassert their rights. "
간단히 번역하자면
"역사를 지나오며 투라니안 사람들은 여러 다른 민족들에게 핍박받았고 이들 외국인들은 정치 문화 환경 모든 측면에서 피해를 입혔다" 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래 위대했는데 다른 민족놈들이 우리를 괴롭혔다" 라며 민족적인 감정에 호소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사역사에 빠진 사람들은 민족애라는 착각에 빠져 타 민족을 적대시하고 본래 자신들의 영토나 문화를 되찾기 위한 복수전 혹은 배척을 수행합니다.
전형적인 확장적 민족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히틀러의 게르만 민족주의와도 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