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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본 체류기4 휴식
게시물ID : emigration_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술취한멍멍이
추천 : 5
조회수 : 7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12 13:14:12


"아~~ 영원히 이렇게 있고 싶다~"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 하면서 지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요 몇달, 대학교 졸업논문을 쓰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딴다고 동분서주 하고..


워킹홀리데이 오자마자 바쁘기 그지 없는 성수기의 스키리조트 호텔에서 일하고..


나가노에서 도쿄로 온뒤에도 한인식당이니 일본 노가다까지 하며 지냈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해가지고 나서야 돌아오는 생활..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직장인으로 가득찬 만원전철을 타고 갈때면


'아.. 나도 일을 하고 있구나!  사회인이구나!' 라는 소속감이 들어 좋았지만


매일 밤 12시쯤에는


'아..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라며 내일은 어떻게 일어나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던 세월이었다.


그랬던것이 3일간 아무 걱정도 없이 갓 빨아서 햇님 냄새가 포근하게 올라오는 이불에 누워


뒹굴거리며 지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눈여겨 놓았던 지카라메시라는 가게의[한국으로 치면 김밥천국?] 1050엔짜리 특별메뉴를 오오모리로 먹기도 하고


한국의 김치찌개가 정말 미칠듯이 먹고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마츠야에서 [한국의 장우동 같은 가게?] '한국 김치 찌개돈!!' 이라고


신메뉴 광고를 하는걸 보고


'우왕! 김치찌개를 일본에서 팔다니!' 라며 들어가서 먹었다가


소금대신 설탕을 쳐 뿌려 넣어서 만든듯한 맛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반도 못먹고 나오기도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키하바라와 가까운 스이도바시 [한국어로 한자를 읽으면 수도교] 라는 곳이었는데


아키하바라까지 걸어서 15분


일본왕이 사는 황거까지도 15분


야구경기가 자주 열리는 도쿄돔에도 15분만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우익들의 성지인 그 유명한 야스쿠니신사도 황거의 바로 근처에 있었기에


신기한 마음에 자주 가곤 했는데, 의외로 정원이 굉장히 예뻐서


우익들 구경도 할겸 정원 구경도 할겸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곤 했다.


야스쿠니신사에 처음갈때는


'혹시 우익들이 한국인인걸 알아보고 시비를 걸어오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대부분의 티비에서 나오는 장소가 그렇듯이 실제로 가보니 그냥 조용한 좀 큰 신사였다.


야스쿠니신사의 옆에 있는 대동아전쟁 박물관에 들어갓을때도 '그냥 좀 큰 신사' 라고 생각할수 없었지만..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박물관 내의 각종 설명문을 읽으며 기분이 언짢아지고 불쾌해지는것은


한국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그래서 그저 정원쪽으로 가서 잉어들에게 떡밥이나 던져주며 책이나 읽곤 했었다. [정원쪽은 진짜 이쁘다. 만약 들릴일이 있으면 이쪽을 추천]


물론 야스쿠니신사가 전범들을 합사한 장소이며 구일본군 헌병을 기리는 비문이 여기저기 있는


우익의 성지와 같은 장소이기 때문에


그곳이 어떤곳인지 역사적 배경을 확실히 알아두고 가야겠지만...


아무튼, 처음에는 벌벌 떨면서 구경을 갔었지만, 나중에는 그곳에서 햇살을 받으며 책도 읽고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특이한건 일본사람들도 카미카제니 대일본 같은 문구가 쓰여진 머리띠를 멘 우익들을 보면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곤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미디어에서 들은것과 달리 일본사람들 대다수는 우익들을 별로 반겨하지 않는듯했다. [적어도 2013년 이전까지는]


그동안 일을 많이해서 돈도 모였겠다.. 싶어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다니기로 한 나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동경을 돌아보기로 했다.


걸어서!


도쿄돔도 보고, 오챠노미즈역에 있는 [역이름이 이쁘다.] 메이지 대학교도 구경갔었는데


가난한 워킹홀리데이생이었던 나는 메이지 대학교를 샅샅이 탐방하다가 본관 건물 6층에 있는 학교식당을 발견했다.


의외로 학생증 같은것 없이 식권 발매기에서 식권만 뽑으면 누구나 식사가 가능하다는걸 알게된 나는


그다음부터 자주 메이지 대학에 들러 저렴하면서도 풍성한 볼륨의 학식을 이용하곤 했는데


하도 자주 다녀서 나중에는 내가 메이지대학교 학생이 된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메이지대학 근처의 ywca에 후에 다녔기 때문에 자주 오게 되었다.]


사실 스이도바시에서-아키하바라로 가려면 중간에 오챠노미즈역을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들러본거였는데


낙원상가같은 악기상점골목도 있었고,


라면의 거리로 유명한 진보초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까지는 일본여행사이트에서 '맛없다!'  '돼지비린내난다!' 라는 악명이 자자했던


일본 라면도 먹어보았다.


콩나물이 잔뜩 들어가 있는 라면이었는데 국물은 기본적으로 돼지고기를 푹 우려서 만들었기에 기름이 가득했고


볼륨이 꽤 좋았다.


[야채 가득 고기 라면]


이라는 이름의 라면이었던것 같은데..


가격은 550엔으로 매우 저렴한 편인 반면에 콩나물을 엄청나게 많이 주는대다


라면 사리도 무한 리필이라서 엄청 애용했었다.


한번은 아침 11시쯤에 갔더니 점심손님을 맞을 준비로 정신이 없어보였다.


여전히 노가다 일하러 다닐때의 습관이 남았는지 아침일찍 일어나서 황거를 크게 한바퀴 둘러보고 왔던터였던 나는


매우 허기져 있엇고, 바로 식권자판기에서 콩나물[모야시] 버튼을 여러번 눌러


라면위에 콩나물을 엄청 올려 받았다.


너무 많아서 웃다가 사진을 찍는데 라면집 사장과 알바가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튼...


그날따라 많이 먹을 수 있을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라면을 맛잇게 먹고는


최대한 국물을 보존시키며 라면사리를 7번이나 추가해서 먹었다.


마지막 쯔음에는 라면국물이 밍밍해져서 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아르바이트생도, 사장님도 부엌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어떤 녀석이야? 저 녀석이야?' 라는 표정으로 혼자서 홀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날 보고 있었다.


[오바가 아니고 진짜로.]


왠지 푸드파이터가 된듯한 느낌을 받은 나는


'두개만 더 먹어볼까 .. 어차피 무료고..' 라며 더 먹어보려 했지만


도저히 무리여서 그만두었는데


사장님이 '이렇게 맛잇게 먹어줘서 기쁘다' 라며 5끼치 식권을 선물로 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너무너무 기뻐 나는 그만 그뒤로 수많은 진보초의 라면집중


오로지 거기만 다니게 되었었다.


아무튼 그런식으로 놀고 먹고 하다보니 느낀게 있었는데 한인식당에서 일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다.


밥만 파는게 아니라 일본요리와 일본주까지 만드는걸 배우다보니 지금은 잊었지만 그때 당시까지만 해도


일본주 이름과 맛을 다 꾀고 있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손님이 거의 없을때 심심하단 이유로 사장님의 허락하에


일본주를 매일매일 조금씩 맛보았기 때문이었는데, 의외로 달달한것도 있었지만


고구마로 만들었다는 일본주는 무슨 고무타이어를 태우는듯한 역한 냄새가 나서 정말 싫어했었다


아무튼 혼자서 여행다닐때도 이전같으면 뭔 술을 마시면 좋을지..


이 요리는 어케 먹어야할지 잘 몰랐었을 터였으나


지금은 대충 한번씩 먹어본것은 물론이고 만들기까지 했었으니


단 몇달만에 혼자서 일본을 여행하며 음식도 자기돈으로 사먹는 내 모습에 혼자서 괜히


'캬.. 많이 배웠구나' 라며 감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을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것을 하며 놀다가 [뭐하며 놀지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쓸대없는 걱정이었다.]


거진 일주일만에야 아키하바라에 진출했다. [집에서 15분 거리인데....]


라디오회관, 돈키호테, 세가, 아키하바라역, udx, akb카페 등등


유명한곳을 3일에 걸쳐 전부 돌아보았는데 그렇게 찾던 식료품점이 아키하바라 소방서를 지나서 있었기에;


그담부터는 정기권을 끊고 김치,과일,고기를 사러 거의 매일 아키하바라를 찾았었다.


스이도바시는 편의점등은 있어도 식료품 도매상가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오타쿠라서 매일 간게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당시에는 일을 하느라 이전처럼 애니를 못봤기 때문에


아키하바라까지 가서도 구입할만한게 없었다.


이제와서 케이온이나 강철의연금술사,블리치나 나루토의 피규어를 사는것도 망설여졌던게


같이사는 일본인들에게 보여지는것도 부끄러웠고


짐을 늘리는것도 부담스러웠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큰맘먹고 딱 하나 삿는데


2만엔이 넘는


2차세계대전 당시의 미군 m1게런드 소총이었다.


진짜 쇠와 나무로 만들었기에 외형만 보면 실총이나 다름이 없었다.


무게도 k2보다 무거워서 군필인 나조차도 자세히 보아도 진짜같아 보이는 완성도였기 때문에


올때마다 구경가서 팔렸나 안팔렸나 보곤 고민하다가 결국 삿다.


"공원이나 공공장소에서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m4를 살지 이걸 살지 고민하며 계속 이것저것 물어본 탓에 가게 아저씨는 내가 일본인이 아니란걸 알고 있었는데


결국 물건을 사니까


'드디어 사는군;' 이라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공원에서 쏘면 사람들에게도 폐를 끼칠수 있고 경찰들이 압수할 수 잇으니 주의하세요"


라고 경고를 해주었다.


그때는 별 생각없이


"오케 오케" 하고 돌아왔는데 막상 들고 나가서 시험사격을 해보려니 공원외에는 근처에 산이 있는것도 아니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으로 올라가니 같은 하우스에 사는 일본인들이 파스타를 삶아서 먹고 있었는데


양해를 구하고 다 마신 맥주 캔을 하나 주워서 조준하고 쏘니


가스압력으로 쏘는 총이라 그런지 총소리도 팡! 팡! 나고 노리쇠도 후퇴전진하는게


엄청나게 리얼했다.


"와! 굉장해! 그거 뭐야?"


한참동안 마시고 놀았는지 얼굴이 붉어진 일본친구들도 다가와서 구경하고 그러니 나도 왠지 우쭐 해져서


"왜? 한번 쏴보고 싶어?"


라고 이야기 하며 줄듯말듯 애타게 만들다가 파스타랑 맥주캔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한번씩 쏘게 해주었다.


bb탄이 얼마나 파워가 샌지 맥주캔에 구멍이 숭숭 날 정도였는데


아무튼 공짜로 저녁음식도 얻고, 내가 산 물건으로 다들 재미있게 노는걸 보니 왠지 마음이 뿌듯하고 좋았다.


"아~ 좋구나~~~~~~"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번돈으로 해외여행을 이렇게 만끽할 수 잇을줄은 생각도 못했었기에 참 기분이 좋았다.


집을 구할때 절대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오오쿠보와 신오오쿠보는 안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인이 많으면 결국 한국인끼리 놀게되고,


그렇게 되면 일본어는 하나도 안늘고 한국인 끼리 우루루 몰려다니게 될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는데...


그 생각은 정답이었고 생각보다 잘 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것으로 가득차 있었고 즐거운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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