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대는 19세기말 ~ 20세기 초가 아닐까 싶네요.
정말 거대한 문명사적인 전환기에,
아시아로 보자면 <우주전쟁>에서 처럼
압도적인 힘 앞에서 철저하게 무기력하였고
다른 한편 다양하고 매력적인 호걸들이 각자만의 대의를 가지고
대세를 극복하기위해 동분서주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세(世)로 보자면 서구열강이 전 지구를 식민지로 만든 상황이었고
그 와중 일본만이 비서구 국가 중에 열강반열에 올랐지만
일본은 <왕도>가 아니라 <패도>를 추구하였고
동양의 가장 거대한 나라 <중국>은 아시아의 병자가 되어 제국이 공중분해되기 직전이었으며
우리나라 <대한제국>은 거의 필연적인 '멸망' 앞에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상황이었습니다.
인물로 보자면 리훙장, 위안스카이, 캉유웨이, 량치차오, 김옥균, 홍종우,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등이
모두 자국의 경계를 넘어서 모두 필사적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던 대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거대한 전환기에
정말 다양한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 그것이 옳든 그르든 - 세계각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행동반경을 넓혔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건 당연 쑨원이겠죠.
그는 중국, 하와이,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지아, 미국 그리고 유럽을 누비며 중국의 혁명을 위해 자기 몸을 불살랐고
세계각지에 뻗어있던 중국화교들은 그런 쑨원을 지원하였습니다.
또한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던 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를테면 김옥균은 조선, 도쿄, 홋카이도, 오사가와라, 상해 (...) 등을 누볐고
홍종우는 조선과 프랑스, 그리고 상해(...)를 누볐습니다
서구열강 7국의 군대는 중국의 의화단을 진압하기 위해 동시에 북경에 쳐들어갔으며
미국의 은행가는 일본에 전쟁자금을 지원하고
일본의 정보요원은 러시아의 혁명가들에게 자금을 지원하였고
베트남의 독립지사들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로 망명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미국인 백인(영국인이었나?...)은 중국의 혁명대의에 공감하여 쑨원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1860-70년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정말 세계가 이제 하나의 '촌락'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온갖 종류의 사상이(자본주의, 사회진화론, 사회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국가주의, 아시아주의, 신토주의, etc) 난립하면서,
온갖 종류의 인물들이 국적과 문화 그리고 신념을 막론하고 서로 얽혀있었으며
온갖 종류의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벌어지던 시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가장 흥미로운 역사 시대는 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