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세월호’ 편을 연출한 배정훈 PD는 “여러 언론에서 편집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가 (방송이 나간 후)자신들이 피해자 인냥 대응하고 있다”며 해경의 과도한 언론 통제를 지적했다.
배 PD는 28일 오전 〈PD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닷새 만에 공개된 녹취 파일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여러 언론에서 편집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며 의혹을 명백하게 밝히면 해소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희망은 왜 가라앉았나?-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편(이하 '세월호' 편)은 이미 세월호 선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복원력 문제와 부실한 안전관리실태를 지적하면서 세월호 사고가 ‘예고된 참사’였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언론에 공개된 사고 당시 세월호와 진도관제센터의 교신 파일이 의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을 제기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 26일 시청률 6.5%(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한 <그것이 알고 싶다>는 27일 재방 시청률(8.3%)이 본방보다 높게 나오는 등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
하지만 해경은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지난 27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기한 ‘진도 VTS 교신 녹음파일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해양경찰청은 이상의 방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포함해 가능한 법적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정훈 PD는 “교신 녹취 파일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삐’처리, 무음 처리된 부분이 있었고, 하울링을 덮어 씌워 믹싱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해경의 답변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그래서 답변을 열어둔 채 조작이 아니라 의도된 편집 가능성을 제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방 전에 해경 쪽에서 편집 의혹을 보도한 다른 방송사는 기사를 내렸다면서 재방을 하지 말라는 요청도 있었다”며 “해경이 언론의 사실확인 요구에는 발뺌하면서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당황스럽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교신 내용 편집 의혹은 이번 ‘세월호’ 편 방송에 앞서 KBS와 YTN에서도 나왔지만 현재 YTN 보도는 인터넷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언론 뿐만 아니라 여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국정원이 ‘학자들을 입막음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것이 알고 싶다>도 전문가 섭외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 PD는 “초기에는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의견을 제시했던 전문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에 기반한 자문을 기대했는데 인터뷰 전날 돌연 취소하신 분도 있고, 비공개로 이야기만 해주겠다는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월호가 이미 복원력을 상실해 시한폭탄 상태였다는 의견은 국내 교수가 아니라 일본 도쿄해양대 교수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배 PD는 “자문을 해줬던 일본 교수가 우리 국민성까지 거론하는데, 물론 자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26일 방송에서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구원파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후속편 제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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