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mail Elizabeth Bernstein
마리 델라노는 남편이 맡은 집안일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남편과 전화로 다퉜다. 그러다가 둘 다 기분이 확 상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고, 마리는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용이 뭐였을까? 아무 것도 없었다. 마이애미에 살고 마케팅 경리부장을 하고 있는 29세 마리 델라노는 남편에게 ‘일부러’ 아무 것도 쓰지 않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러자 남편에게서 곧바로 물음표가 적힌 답장이 왔고, 마리는 남편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남편은 혹시 문자를 보내지 않았냐고 확인하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그녀는 깜짝 놀란 척을 했다. 그러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치챘는가? 마리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남편과 대화를 계속 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빈 문자메시지로 어색한 분위기를 깰 수 있어요. 전화를 할 구실이 생기니까요.”
Remie Geoffroi
The Mystery Maker: Texts people blank messages so they will respond, then act like, oops, it was an accident .십대들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실을 발견하는 어른들이 요즘 들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로 문자메시지가 심리전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쿨해보이고 싶거나, 중요한 일로 바쁘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쓰는 것처럼 보내보라. 혹은 문자를 받았을 때 누군지 알더라도 “누구시죠?”라고 문자메시지로 물어보라. 데이트를 하는 동안 친구에게 계속 문자를 보내라고 한 뒤, 문자가 와도 오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볼 수도 있다.
이런 행동들은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일종의 ‘블러핑(bluffing: 허세부리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에 사는 26세 웹 통신 전문가 숀 파너는 관심이 가는 여성에게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몇 시간 후, 심지어 며칠 후에 보낼 때도 있다. 몇 년 전 그가 데이트 하던 여성이 하루에 한 두 번만 그의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는 것을 겪은 후, 문자메시지의 위력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바로 답장이 오지 않으니까 계속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고 숀 파너는 말한다.
이제 숀 파너는 상대 여성이 하루 뒤에 답장을 보내면, 자신도 하루 후에 거기에 대한 답장을 보낸다. 한번은 여성에게서 2주 뒤에 문자를 받고 나서 2주를 기다렸다가 답장을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계속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문자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리곤 하지만, 상대방은 그걸 모르길 바라죠.” 숀 파너는 이런 행동이 유치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오늘날 이성간의 밀고 당기기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고 여긴다. 그는 말한다. “여자가 너무 빨리 답장을 하면 오히려 좀 경계를 하게 되요. ‘왜 이렇게 빨리 답장을 보내지? 좀 이상한 사람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고요.”
물론, 문자메시지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밀고 당기기를 하긴 했다. 누구든 한번쯤은 (혹은 수도 없이)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걸다가 상대가 받기 전에 끊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문자메시지가 있는 지금은 이런 유혹이 훨씬 많아진 것이다. 스마트폰의 경우를 보면, 많은 이들이 항상 스마트폰을 지니고 다니고 자신만의 벨소리와 케이스로 장식하며 잘 때도 옆에 두고 잔다. (마치 알람기능 때문에 필요한 척 하면서 말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 도파민을 포함한 쾌감에 관련된 신경화학물질 분비가 급증한다고 한다.
Remie Geoffroi
The Very Busy Bee: Randomly texts people while out with friends to look important and popular .“교묘한 심리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MIT대학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라는 학제간 프로그램의 심리학자인 쉐리 터클 박사는 말한다. “문자메시지는 아주 친밀한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문자메시지는 또한 ‘즉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메일이나 음성사서함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문자를 더 빨리 확인하고 바로 답장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쉐리 터클 박사는 말한다. 박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문자를 보내면 3분 안에 답장이 오기를 기대하고, 5분 내로 답장이 안 오면 안절부절못하기 된다고 한다. 그리고 10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따로 또 같이: 왜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기술에게 더 기대를 하는가(Alone Together: Why We Expect More From Technology and Less From Each Other)”에서 말한다.
특히 데이트 같은 불안정한 관계에서 사람들은 통제권을 가지고 싶어한다. 중독 및 충동치료 전공으로 로스엔젤레스에서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소로야 바쿠스는 말한다. “우리의 무의식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의 만족을 바라는 아이 같은 측면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런 만족감을 채울 (문자메시지라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뉴욕 주에서 인터넷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는 23세 저스틴 캠벨은 가끔씩 자신을 가볍게 생각하는 남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거짓말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그녀의 방식은 이렇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술에 취한 척하며 상대 남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그리고는 ‘당신이 마음에 든다’ 같은 솔직한 말을 문자로 보내며, 취한 상태라는 것을 분명히 알리고 일부러 오타도 낸다. 이럴 경우 남자가 ‘나도 당신이 좋다. 내일 다시 얘기해보는 게 어떠냐’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 남자는 데이트를 할 가치가 있는 남자인 것이다. 부적절한 답장이 올 경우에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는다.
캠벨은 말한다. “사람들이 보통 상대가 취한 상태에서 진실을 알아내려고는 해도, 그 취한 상대가 자신에게서 진실을 알아내려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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