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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게시물ID : cook_212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204SS
추천 : 21
조회수 : 1413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10/04 11:19:37
우리 엄마는 20년 동안 혼자 차례상을 차리셨어요. 어렷을 적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몰랐어요. 그저 우리집도 놀러나 가지 이 힘들고(별로 돕지도 않은 주제에 ㅋㅋ) 귀찮은걸 왜 하는걸까 속으로 투덜투덜. 
그러다 조금 머리가 크고 사춘기가 올 나이때쯤 좀 이상하다는걸 알았죠. 
왜 어르신도 안오고, 친척들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챙기지 않는 제사를 우리 엄마는 저리 혼자 묵묵히 하시는걸까. 성인이 되고 난 후 엄마가 제게 이야기해주시더라구요.
10년 넘은 세월 동안 본 적 없는 우리 아빠의 형들, 제 큰아버지들은 전부 아버지의 배다른 형제들이고 기독교인들이라 제사를 안지낸다고.
근데 저의 친할머니께서 살아생전에 그렇게 제사, 차례를 귀하게 생각하셨대요. 
근데 할머니는 그렇게 제사 차례를 준비하면서 저희 엄마 손에 물 한번 못 묻히게 하셨답니다ㅎㅎ 
저희 엄마가 젊었을 적 마르고 몸이 약했는데, 우리 며느리 몸 상한다고 아무것도 안하게 했대요. 
명절에만 그러셨을까요, 평소에도 해주면 해주셨지 무엇 하나 받으려 하시지 않았고. 저 낳았을 때는 산후조리할 때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붙여주셨대요.. 
엄마는 시집 와서 요리도 청소도 잘 하지 못해서 야단 맞을까봐 전전긍긍했는데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엄마를 공주대접해줬던 시어머니께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저희 친할머니는 제가 학교 가는 것도 못 보시고 일찍 돌아가셨어요.. 사고로.. 
저희 엄마는 할머니께 받은만큼 돌려주지 못한 것 같다고  그렇게 20년 동안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계세요. 언제까지 지내실꺼냐 여쭈었더니 그냥 엄마 몸이 대서 못할 때 까지 하고싶다 하시네요. 
오빠한테는 너는 안해도 된다. 엄마까지만 하자. 하시구요.. 
머리 커졌을 때 부터 엄마를 돕는다고 열심히 돕는데도, 저희 엄마가 매번 일당백하시니 저는 매 명절마다 죄송하고 그렇네요 ㅋㅋ 
어렸을 때도 그리고 사실 지금도, 몸도 힘드신데 올해부턴 차례를 안지내도 되지 않나 생각해보지만 , 
엄마가 할머니를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라 생각하니 감히 계속하자 그만하자 제가 말하기도 조심스럽네요 ㅋㅋ  
흐이 그냥 우리 엄마 참 대단한 것 같기도 하고 , 할머니도 보고싶어 글 남겨봤어요. 
마지막으로는 요리게에 맞게 저희 엄마가 손수 준비하신 차례상 사진 올립니당;_; 
어서 취직해서 추석때 엄마가 더 이상은 차례 안지내게 여행 보내버리는(!) 멋있는 딸이 되고싶네요. 
그때 즘이면 차례 안지내도 할머니가 수고했다고 하늘에서 웃어주시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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