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혼술 하려면 고난이 좀 있음.
집에서 그냥 퍼마시면야 괜찮지만 얼마 안되는 뒷정리거리가 생기는 것도 귀찮아서
동네로 나가는데 있는거라곤 국밥집이랑 실내포차 뿐임.
저런 곳도 혼술하기 결코 나쁜 집은 아니지만 동네가 노인층이 좀 많아서
조용히 이어폰 꼽고 유투브 동영상이나 음악 들으면서 혼술하고 있으면 꼭 말을 걸어오거나
젊은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혼자 술먹냐는 둥 훈장질을 하는 경우가 많음.
그런데 최근, 다찌 자리가 있어서 진짜 말 그대로 혼자 술마시기 좋은 선술집이 생김.
분위기도 차분하고 조용함. 너무 좋음.
첫번째는 생강소스 돼지고기구이
돼지 목살을 적당한 두께로 썰어 생강소스와 함께 구워져 나오는 메뉴.
최근 시작한 신메뉴라고 함.
고기도 질기지않고 생강향이 솔솔 나는 소스가 입혀진 고기를 입 안에 넣으면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생강의 상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저절로 술이 땡김.
간이 적절해서 밥이랑 먹어도 좋을 듯 함.
채 썬 양배추에 어간장과 마요네즈가 뿌려져 있는데 이걸 잘 쉐킷쉐킷 해서
고기와 같이 먹으면 더 좋음.
혀가 살짝 지친다 싶으면
고기만 먹고 곁들여져 나오는 생강절임을 먹으면 입 안이 깔끔해지면서
다음 젓가락질을 준비 할 수 있음.
두번째는 왕새우튀김
새우튀김이야 흔한 술안주 메뉴지만 개인적으로 이 새우튀김은 가성비가 좋은 것 같음.
족히 30미는 되어보이는 큼지막한 새우를 머리까지 통째로 튀겨서 내어주심.
튀김옷은 바삭하고 기름기가 적어서 식어도 딱딱하지 않고 고소함.
안쪽의 새우도 두툼하고 적당히 잘 튀겨져서 촉촉하고 새우살이 탱글탱글해서 씹는 재미도 있음.
사진의 타르타르 소스나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면 당연히 맛남.
개인적으로는 간장소스가 더 취향임.
참고로 위의 두 메뉴는 모두 15,000원 임.
요거는 그냥 덤.
사장님이 맛이나 보시라고 내어주신 광어회를 이용한 회무침.
아삭한 야채들과 적당히 식감이 살아있는 광어회, 초장소스가 입맛을 돋구는데 충분함.
세번째는 연어회.
이 집은 다른 집 인데 다찌자리는 없지만 손님층이 2~30대가 많아서 혼자 구석에 찌그러져서 혼술해도
말 걸거나 귀찮게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음.
이 집 사장님은 비쥬얼에도 굉장히 신경쓰심.
사진의 이 연어회가 20,000원 임.
연어의 각각 다른 부위를 즐길 수 있고 불에 살짝 그을리는 등의 조리법을 쓴 부분을 같이 주기 때문에
연어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음.
거기다 꽤나 신경 쓴 듯 보이는 비쥬얼이 더욱 흥을 돋구어 줌.
그리고 이 집 연어회의 특징은 묵은지볶음을 조금 같이 준다는 건데 김치양념을 제거하고 부드럽고 고소하게
볶아진 묵은지볶음이 연어회와 잘 어울림.
그리고 그 묵은지볶음을 맛 본 사람들은 거의 어김없이 다른 메뉴인 묵은지볶음덮밥을 시켜먹는다는 건 함정.
네번째는 꼬치구이.
이 집도 또 다른 집임.
사실 이 집은 체인점인데 특이한 점은 보통 체인점들은 본사에서 재료를 납품받기 마련인데
이 집은 특이하게도 닭껍질 등의 육류 몇가지를 제외한 야채 꼬치류는 사장님 내외분이 직접 장을 봐서 재료를 수급하심.
다찌자리도 있어서 눈 앞에서 꼬치가 구워지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미.
그래서 그런지 특히 버섯류가 굉장히 맛있음.
오래되서 말라비틀어진 버섯이 아니라 싱싱하고 촉촉하고 구워질 때 부터 향이 작렬하는
맛있는 버섯을 먹을 수 있음.
버섯꼬치 한 입 베어물면 입안에 버섯육즙이 팍팍 터짐.
꼬치는 사장님 내외분 중 여자사장님이 구우시는데 스킬이 상당하심.
재료를 절대 타지않게 적당히 먹음직스러운 비주얼로 잘 구워주심.
그래서 닭껍질 꼬치는 잘못 구우면 딱딱하고 맛없기 일쑤인데 이 집 닭껍질은
바삭하고 쫄깃하고 촉촉함.
그리고 보통 꼬치집들 보면 5개 이상 부터 주문 가능합니다 라는 경우들도 많은데 이 집은 그런거 없음.
달랑 닭껍질 3개에 맥주 500 한 잔 마시고 나온적도 있음.
쓰고보니 또 먹고싶어짐.
하지만 본인은 저녁을 먹은게 함정.
여러분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