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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미국 소아과 주사 맞기
게시물ID : baby_21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카고댁
추천 : 9
조회수 : 129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8/12 04:09:39
막내 2개월 첵업을 갔다.
예약은 막내가 태어나고 첨 소아과 찾던 날에 미리 했다.
동네에서 유서깊은(?) 소아과라고 미국 엄마들이 칭찬하기에 막내 태어난 김에 소아과를 옮겼는데, 새 건물로 이사를 해서인지 유서깊은 병원치고는 간호사도 시스템도 모두 신상(?)의 삘이 난다.

막내는 생후 2개월만에 첫 예방접종을 한다.
막 태어났을 때 맞은 B형 간염빼고는 처음이다.
입으로 넣어주는 로타 바이러스 약과 나머지 주사 세 방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해서 몇달 전에 예약을 잡아놓지 않으면 만나기 힘든 친절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전에 간호사가 막내의 몸무게와 키, 머리 둘레를 재면서 2개월짜리에 해당되는 문진을 30개쯤 하고는, 엄마더러 뭐 특별히 걱정되거나 궁금한 거 없냐고 묻고 갔다.
학교 다녔을 때도 예습 복습 철저히 하셨을 것 같은 이 선생님은
간호사가 가져간 내 질문에 대해서 미리 다 훑어보시고 들어오신다.

아직 말랑말랑한 막내의 숨통부터 기저귀 속까지 다 훑어보시고는 잘 자라고 있다고 확인을 해 주신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 했던 질문에 대해서 다 답을 해 주신다.
선생님과 10-20분 시간을 보낸 후, 예방 접종을 하러 간호사들이 주사기를 세 대 들고 들어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간호사가 각각의 주사를 막내의 토실한 허벅지에 사정없이 꽂아 버린다.
아무 것도 모르던 막내는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병원이 떠나가라 운다.
아랑곳않고 세 번째 주사도 마저 놓는다.

애를 세번째 키워보지만 주사를 동시에 놓는 시스템은 처음 본다. 보통 울건 말건 하나씩 차례로 세 방을 놓는데 이런 쇼킹한 방식이라니...
"왜 한번에 두방씩 놓는 건가요?
"어차피 아플 거니까 한 번이라도 덜 아프라고요."
그리고는 피가 방울방울 맺히는 주사자국에 밴드를 붙이지 않고 솜으로 누르라고만 한다.
"밴디지 안 붙이나요?"
"네. 그게 나중에 떼기가 더 힘들어요. 그냥 잠시만 눌러주면 되요. 어머~ 어머니 옷에 애 피가 묻었네요. 괜찮아요?"
"아 네..."
지금 내 누더기 옷에 묻은 피가 문제가 아니라 막내 허벅지에서 방울방울 솟구치는 피가 내겐 더 가슴아픈데 간호사는 내 옷만 걱정한다.
"애가 너무 우는데 수유 좀 해도 될까요?"
"그럼요. 천천히 있다 가셔도 됩니다."
그렇게 냉혈한처럼 보이던 간호사는 모자에게 시간을 주고 문을 닫고 나갔다.

넘어갈 듯이 악을 쓰며 울던 막내는 젖을 물고서야 안심을 하며 아팠다고 칭얼거리는 듯이 내 품으로 파고 든다.

몇년 전 친정에 갔을 때 둘째 배꼽 감염이 있어 소아과에 간 적이 있다.
한국 의료 보험이 없어 캐쉬로 내고 들어간 진료실에서는 의사가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항생 연고를 처방해 주겠다며 1분만에 나를 내쫓았다.
보험이 없어 비싸다며 수납과에서는 미안해하며 3만원을 청구했다.
역시 보험이 없어 캐쉬로 산 연고는 5천원이었다.
빨리빨리 여러 명의 환자를 보는 시스템은 불만이었지만 보험 없이도 미국보다 싼 병원비 덕에 병원 문턱이 낮아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렸다.
(이번에 막내 낳고 병원비 청구서를 받으니 자연 분만이었는데 산모+신생아 케어 합쳐서 2만불쯤 나온 것 같다. 물론 보험 회사는 절반만 인정해 주었고, 절반만 페이를 했다. 우리 부담은 없었지만 보험이 없었다면 애 낳기도 무서운 후덜덜한 금액이다.)

오늘도 combined shot 대신에 우직하고 무식하게 각각의 주사를 세 대나, 그것도 이왕 아픈 거 한방에 아프라고 한 번에 신생아의 허벅지에 찔러넣는 간호사를 보니 기가 막혔지만, 우는 아이에게 젖주라고 do not disturb처럼 문고리에 표시를 살짝 걸어놓고 시간을 주는 미국 병원을 보니 화를 내야 할지 감사해야 할지 헷갈린다.​
출처 foodiechicag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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