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개도국에 지난 50년간 ‘한국’의 경제성장 궤적은 하나의 신화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에서 50여년 만에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 특히 최근 10년간 두 번이나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2009년에는 경이적인 6.2%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15위, 1인당 GDP는 1만9505달러로 세계 36위(2010)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의 반열에는 올라서지 못했다.
특히 복지에 관해선 더욱 낯뜨거운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력은 나날이 성장하면서도 복지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의 성장과 사회통합을 위한 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금을 적게 내고, 동시에 복지도 적은 나라’다.
한국의 가정은 소득의 8%를 세금과 사회분담금으로 내고, 정부로부터 받는 복지 수당도 소득의 4% 수준이다. 반면 OECD 국가는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복지수당 비중이 22%로 우리의 5배를 넘고, 납부하는 세금도 29%에 달한다. 즉, OECD의 평균적인 국가가 우리보다 훨씬 두터운 복지제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보고서 내 통계자료를 보면 한국의 사회보장은 미미한 수준이다. OECD 국가 평균이 사회보장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GDP의 약 20%인 반면, 한국은 7.5%에 머문다. 특히 세제와 민간복지지출을 합쳐도 GDP의 10.4% 수준에 불과해 OECD 평균에는 한참 못 미친다. 통상적으로 세금과 사회보장이 부의 재분배라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작고 얇은 복지제도는 결국 비효율적인 재분배 제도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지표상의 결과에 대한 반론도 있다.
첫째는 한국은 아직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나라인 반면, OECD 대부분의 국가는 성장을 멈춘 나라라는 점이다. 즉, 각국의 복지정책 수준을 비교ㆍ평가하는 틀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복지정책이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경제성장 자체가 일종의 복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1988년에야 연금제도가 도입되는 등 아직 연금제도가 성숙되지 않아 통계상으로 복지지출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65세 이상 수급자가 본격화하지 않고 있어 2020~2030년이 돼야 적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전문가는 한국의 복지정책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확보돼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등 아직 미비점이 많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