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한 투자로 무한 지혜와 경험을 얻는 일이요. 그리고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성과를 얻는 일이죠.
투자를 할 만큼 가지지 못한 사람은 안 하는 게 옳아요.
부모로서의 타이틀을 획득하긴 했으나 '최고의 부모'의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못한 겁니다. '행복한 가정'부서에서 '최고의 부모' 타이틀을 획득하는 것이 바로 결혼사업 궁극의 목적.
그걸 못하면 실패한 겁니다. 그러나 괜찮아요, 몇 백 년이 걸리든 해내면 일단 성공한 겁니다. 죽고 나서 타이틀을 부여 받아도 성공한 거임. 한 번이라도 들으면 성공한 거임. 근데 어느 날 "아빠랑 엄마는 부모로서 최악이야, 난 이런 부모를 가진 게 너무 싫어!!"라는 보고서가 접수됐을 때 감사 후 적절한 이유가 없다면 뒤집어 엎어도 괜찮습니다만 적절한 이유가 있다면 전에 성공한 거 몽땅 황. 압수. 차압.
결혼은 일입니다. 유희도 아니고 레크리에이션도 아니고 장난도 아닙니다. 내리사랑과 치사랑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업체를 위한 노동입니다.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일에서 농땡이 부리면 안 됩니다. 아주 빠듯한 일이거든요. 그러나 할 만 합니다. 한 만큼 보상 받습니다. 농땡이치면 농땡이친 만큼 성공도 멀어지고 보상도 줄어듭니다. 필사적으로 하면? ;3
물론 사직서도 받아 줍니다. 재탕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성공은 계속 멀어지겠죠.
이 얘기를 왜 하냐면...
20살 때 딱지를 떼고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뜬 사내가 있었습니다. 호랑방탕하게 지내던 사내였죠. 모델 같은 여자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볼 정도로 외모도 비범하고 성격도 호탕하고 잘 노는 사내였습니다. 말하자면 개자식이죠. 몇 년이 지났습니다. 결혼을 하더군요. 결혼식에서 보니 녀석 눈빛이 좀 달라져 있다 그래야 하나. 아무튼 그랬습니다. 그 뒤 서로 바쁘다가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술 한 잔 하자는데 그 술귀신이 딱 잘라 거절하고는 집으로 떠나더군요. 어느 날부터인가. 그 사내, 새벽3시나 4시 쯤 메신저에 로그인하더군요. 이상해서 말을 걸어 보았죠. 대타를 뛰고 있다고 합니다. 맨날 뛴다네요. 몸이 으스러질 것 같다네요. 하루에 2시간 정도 잔다고 합니다. 미친듯이 대타를 뛰고 야근도 죽어라 해 가며 고생하는 것을 보고 철없이 물었습니다.
"살 거 있냐?ㅋㅋ"
그러자 그가 대답합니다.
"응, 울 애기가 걷기 시작해서. ㅎㅎㅎㅎㅎ"
결혼은 이런 사람만 해야 된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적어도 결혼이라는 일을 충실하고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했으면 합니다. 과거가 어떻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 천성은 못 바꾼다 어쩐다 이런 말도 맞아요, 그렇지만 결혼이라는 일은 학벌 안 따집니다. 성별, 외모 안 따져요. 유학 경험 스펙 이런 거 안 따져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따지는 건 사람이지 결혼이라는 일은 따지지 않습니다. 그 회사는 훈늉한 회사임. 단 하나 보는 것은 입사 지원자(항상 둘씩 받더군요.)들의 마음가짐.
그게 안 되어도 함부로 자르지는 않습니다만, 성공도 시켜주지 않습니다.
그냥 갑자기 부모님 사랑해요 엉엉 늘 사랑했지만 갑자기 더 사랑함 엉엉 울 부모님 최고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