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나가수의 한계. 분명히 있죠. 근데 말입니다. 더 큰 한계가 뭔지 알아요? 나가수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가수는 공중파에 노출될 기회가 더이상 없다는 점입니다. 생각해봐요. 왜 그렇게 김연우 조규찬이 떨어진 것이 안타까운지. 그들은 경연에서 졌고, 나가수에 더이상 출연할 수 없고, 나가수 출연 못하면 공중파에서 얼굴 보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고, 그래서 그들은 더이상 대중 앞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거든요. 아 씨발.
꼭 나가수에서 오래 살아남는 가수가 좋은 가수입니까? 그래요? 그런데 일개 방송 프로그램에 불과한 나가수에 대한 평가가 왜 그렇게까지 과대평가되어 있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런 건 어때요. 나는 가수다에서도 예술성을 입증했던 뮤지션. 이소라. 그녀의 두번째 프로포즈를 공중파로 끌어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일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이게 정 힘들다면 금요일 저녁 시간대라도 황금시간대에 집어넣어요. 그리고 그 무대에 나가수 무대에 맞지는 않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들을 자주 출연시키는 겁니다. "우리는 우리 방식에 맞는 무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가는 거죠. 나가수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가수는 그 가수들대로 명예를 얻고,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에 출현 빈도가 높은 가수들은 또 그 나름대로 명예를 얻고.
왜 이런 건 안 되는 거냐구요. 그렇게 이소라, 김연우, 조규찬이 탈락한게 아쉽다면 방송사에 득달같이 달려가서 저 가수들 좀 계속 더 보고 싶으니 당장 황금 시간대에 프로그램 하나 편성해서 내놓으라고 다그치지 않는 거냐구요. 왜 그렇게 나가수 탓만 하면서 황금 시간대에 댄스 가수가 노래도 아니고 토크만 하는 암담한 현실에서 그나마 한줄기 빛이 되어준 나가수의 존속 가능성조차 말려버리려고 하는 거냐구요. 우리가 지금 "나가수의 한계" 를 한가롭게 논평할 수 있을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었어요? 애초에 나가수가 왜 시작되었는데요. 대중 앞에 노출될 기회를 잃어버린 가수들. 이 가수들에게 서바이벌이라는 독한 컨셉을 빌려서라도 대중들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거였잖아요. 그 문제. 해결되었습니까? 사람들이 나가수 외의 프로그램에서 가수들 자주 좀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나가수가 그 문제까지 해결해줘야 되는 겁니까?
나가수가 건져낸 주옥같은 노래들을 생각해보자구요. 나가수가 건져낸 주옥같은 가수들을 생각해보자구요. 인순이.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YB. 자우림. 바비킴...... 그냥 이런 사람들을 황금 시간대에 볼 수 있는 무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는 그렇게 부족한 걸까요. 한계가 있으니까, 문제점 있으니까, 설렁설렁 비아냥거리고 헐뜯으면서 자기 귀가 고급귀라는 사실을 인증하면 만족스러운 겁니까. 왜들 그래요. 씨발.
나가수의 한계는 말입니다. 임재범을 살리면서 동시에 김연우를 살릴 수 없고, 인순이를 살리면서 동시에 조규찬을 살릴 수 없는 데서 오는 한계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런 한계. 세상 어디에나 있어요. 나가수가 무슨 하나님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그 다양한 가수들을 다 살려내는데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김연우 조규찬 못 살려낸다고 나가수 닦달하지 말고, 차라리 다른 방식의 프로그램을 고민해보는게 어때요.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혼자서 세상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는 없잖아요.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러니까 역할을 나누는거 아닙니까. 그나마 이들이라도 건져내어서 대중들 앞에 노출시켰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가수는 자기 할 일은 다 하고 있다고 인정해줘도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가수가 못하는 건, 나가수 보고 하라고 다그치지 말고 다른 프로그램 만들어서 하면 안 될까요. 그리고 말이죠. 자신이 고급스럽고 품격있는 귀를 가져서 가수들이 악쓰는거 피곤하다면 말이죠. 그냥 나가수 보면서 헐뜯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앨범 사고 콘서트장을 찾아다니면서 스스로 만족스럽게 살면 안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