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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셜 네트워크] 자작 패러디. 허세망 (스포일러 주의)
게시물ID : humorstory_208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남이
추천 : 3
조회수 : 8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12/17 14:57:18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그녀와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생맥 500cc 두 잔과 팝콘 한 그릇을 놓고 열띤 대화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우리는 왜 맨날 이런 호프집에서 만나는 거야? 
우리도 좀 뽀대나는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데 가면 안돼? 이건 뭐 싸이에 올릴 것도 없고….”
“그런덴 비싸잖아…”
“내 친구들은 맨날 맨날 남친이 그런데 델고 가서 찍은 안심 스테이크랑 폼나는 디저트랑, 같이 쇼핑한 명품 인증 사진들만 올리는데… 난 도대체 이게 뭐야… 하다 못해 별다방 커피라도 한 잔 사주던가!”
“난 자판기 커피가 젤 맛나던데….”
“그건 니 입맛이 싸구려 길다방이라서 그런거고!”
“낼 수업 리포트는 다 했어?”
“넌 왜 항상 이런식이냐! 뭔 이야기를 하면 나한테 집중하라고! 할말없으면 말 돌리지 말고!”
“아까 보니까 리포트 덜 한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그러지..”
“됐어! 니가 내 리포트 해줄것도 아니고.. 내 친구들은 다들 남친이 알아서 리포트도 써준다더만!”
“별다방 커피라도 먹으러 갈래?”
“아놔…. 리포트 얘기하다가 또 뭔 커피야!”
“아니 니가 아까 먹고 싶다고 하길래…”
“아휴! 정말 내가 못 살겠다. 우리 이제 그만 쫑내자!”
“뭔 소리야! 너 얼마전 갔던 별다방 알바남한테 계속 추파던지더니.. 걔랑 사귀냐?”
“미친….야… 막 주걱! 넌 컴퓨터를 잘하니까 잘하면 별셋전자 연구소에 가거나 벤처기업 정도는 들어갈거야. 하지만 살면서 여자들이 널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니가 공대생이고 프로그래머고 아싸이기때문이라고 여기겠지. 진심으로 진심으로 말하는데 막군,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건 니가 병맛이기 때문이야”

뭔가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것처럼 큰 충격이었다. 그동안 내가 매일 새벽마다 도서관 자리 맡아준것만해도 5번이 넘었는데…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삼선 쓰레빠를 끌고 기숙사로 황급히 돌아와 싸이 홈피를 띄웠다. 내 다이어리에 맘가는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이런 우라질 된장년.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함 두고 보자. 아스팔트 위에 껌!”

그리고, 네이봐 검색으로 깨어진 하트 사진 한 장을 찾아내 메인 사진으로 변경해두었다.
그리고 내 메인에는 조낸 멋진 말 한 마디를 올려 두었다.

“이제는 울지 않을거야.
꾹참고 꾹참아서 강한 내가 될꺼야.
너 때문에 우는 일 따윈 절대로 없을거야.”

이 따위로 올려두면 내일 내 홈피를 방문한 친구들은 
무슨 일이냐구 네트온 메신저로 물어주겠지. 
그럼 난 쿨하게 "여친이랑 헤어졌어~" 하고 말하면 소주 한잔 사주겠지…

그런데 뭔가 허무했다. 헤어진 여친 애리 싸이에 슬쩍 가보았다. 
벌써 일촌이 삭제당하고 사진첩이 일촌 공개로 변경되어 있었다. 
플픽은 벌써 마스카라가 번진 눈물 글썽거리는 셀카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이까짓 이별땜에 흔들리진 말자… 이제까지 잘해왔잖아.
고작 남자 하나 땜에 모든걸 포기하려 하다니..
내일부터 다시 씩씩한 애리로 태어날꺼야…
오늘까지만 아파해야지….”

아놔….동작도 빠르구먼…
너무 분했다. 뭐 내일부터는 새로 생긴 남자라도 만날 모양이지….
방명록에 공개로 욕이라도 한 마디 해주어야 속이 풀릴것 같았다.
허거걱! “1,000번째 히트 이벤트 당첨!”
맙소사!

황급히 싸이를 닫았다. 냉장고에 숨겨둔 맥주 한 모금을 마셔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뭔가 쇼킹한게 필요했다.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시대 최고의 된장녀를 가리는 사이트를 만들자. 
황급히 개인 홈피 계정에 제로보드를 깔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음 이걸 구현할려면 알고리즘이 필요해. 누가 갖고 있지… 
그래 저번 과제할 때 중국 교환학생 왈도바오가 그런 프로그램을 냈었지… 
황급히 그 놈 선불폰으로 전화를 했다. 
머리를 감지않아 떡진 그 놈은 투덜거리면서도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내 방에 와 알고리즘을 알려주었다.

 

몇 시간을 매달려 프로그램을 짰다. 
그런데 기본 데이터가 필요했다. 
각 대학별 대표적 된장녀들의 싸이 홈피를 해킹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모아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일촌에게만 공개된 사진까지 빼내는 프로그램을 짰다. 
드디어 사이트 완성! 그리고 몇몇 친구들에게 이메일과 메신저로 사이트를 알려주고, 
디시와 오유에 도배를 좀 했다. 
물론 욕을 좀 먹었지만 불과 몇 시간만에 사이트 트래픽은 눈부시게 증가하였다. 
저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최고의 된장녀를 자발적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학과 서버에 세팅해둔 사이트가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뻗을 지경이었다.

며칠 후 학과에서는 난리가 났다. 내 계정이 아닌 왈도바오의 계정으로 들어가 세팅해둔 
된장녀 추천 사이트 땜에 컴공과 서버가 뻗은걸 모르고 
중국에서 해킹이 들어왔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나 막 주걱은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다. 음하하하하~

 

며칠 후 학교 내 엄친아들인 원구 형제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갑사정 좋은 애들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는 학교 근처 로바다야끼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원구 형제는 교내 동아리 회장과 과대표를 맡고 있는 쌍둥이 형제였다. 
왠 인도 출신 교환학생처럼 생긴 한 놈이 더 있었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단순했지만 좋았다. 
대학내 인맥들을 연결시켜주는 사이트를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래봤자 지잡대지만….

나는 더 이상 이야기도 귀찮고, 더 이야기하면 술값만 독박을 쓸 것 같아 
알겠다고 하고 로바다야끼를 나왔다. 사실 메인 안주를 다 먹었기도 했기 때문에…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지잡대 출신들에게는 취업이 지상과제였다. 
이리 저리 스펙을 쌓는다고 노력들을 하지만 지방대생들에게는 
인맥과 정보의 부재가 큰 아쉬움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이건 나 혼자서도 충분히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아이디였다. 
일단 만들기 시작했당.

사이트를 만들고 서버 호스팅을 하자니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유일한 절친 왈도바오를 설득했다. 
중국 교환 학생인 왈도바오는 집안도 중국에서 빵빵한 부자였지만, 
수업은 안나가고 근처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여유 자금이 있었다. 
워낙 돈을 안 쓰는 악착같은 뗏놈이어서 설득에 애를 먹었지만… 
가끔 치맥이라도 사주던건 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겨우 도메인 등록비와 호스팅비를 빌릴 수 있었다.

 

어느날 누나의 대학 선배라는 손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벤처 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무제한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를 운영해서 대박을 치다가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해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이었다. 
그는 한국의 벤처 기업의 생태계에 대해 너무나 빠삭했다.

 

결국 학교를 휴학하고 손 선배를 따라 서울에 입성하였다. 
지잡대 출신들이지만 실력있는 친구들을 개발팀으로 꼬셔 데리고 올라갔다. 
강남은 너무 비싸 구로공단쪽에 둥지를 틀었다. 
매일 라면을 끓여먹었지만 행복했다. 
야전 침대를 사무실에 깔아놓고 밤샘을 밥먹듯이 했다. 
최초 투자자 왈도바오는 나중에 성공하면 중국 지사장을 시켜준다고 꼬셔놓고 중국에 돌려보냈다.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싸이월드를 능가하는 인맥 서비스를 만들어 내리라고 다짐했다.

 


시간이 흘렀다. 
사용자가 1백만명을 넘어설 때는 족발을 시켜 조촐한 자축 파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갑자기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란게 밀고 들어왔다. 
싸이에 질렸던 사람들이 모두 해외산 SNS에 열광하고 몰려들었다. 
광고 같은건 영업하기도 쉽지 않았다. 
손 선배가 나즈막히 말했다.

 

“우리도 소셜 커머스 같은거라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그런건 안 합니다. 우리의 희망을 잊었어요? 우리는 싸이월드 따위는 넘어서는 글로벌 SNS를 만들거라구요!”

“야… 너 열정은 돋는다만… 체불 임금이라도 해결해야지…”

 

결국 손선배는 며칠 후 노동사무소에 보자는 문자를 보내왔다. 
엄친아 원구 형제는 형은 해외에서 학위를 따는 중이고, 
동생놈은 산업체 특례를 받아 인턴쉽을 잘 한 덕분에 수원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에 간 왈도바오는 지들 아부지 회사를 물려받아 잘 나가는 사장이 되었다고
나중에 중국에 놀러나 한번 오라는 이메일이 왔다.

 

괜히 벤처기업한다고 나대던 내 신세만 처량해진것 같다. 
깡소주 한 병을 마시며 서핑을 하다가 문득 예전에 헤어진 애리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오랫만에 그녀의 싸이를 가보니 방명록 하나만 남아있는 폐가가 되었다. 
페이스북을 하나 싶어 예전 메일 주소록으로 검색해보니 그녀는 페북 계정은 안 만든것 같았다. 
트위터에서 그녀의 친구들을 통해 겨우 그녀의 트위터 계정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팔로우를 하고 그녀의 타임라인을 흝어 보았다. 여전히 별다방 커피를 자주 마시고 
이제는 비싼 레스토랑이나 맛집들도 찾아다니며 된장질은 여전히 즐기고 있었다. 
시덥잖은 중소기업에 다니는것 같은데도...
 

문득 DM을 보내고 싶었다.

 

“잘 지내?”

 

한참을 망설이다가 Send 버튼을 눌렀지만, 
나를 팔로하지 않아 DM을 보낼 수 없다는 에러 메시지가 떴다.

왜….. 맞팔을 안해주냐규…. 으헝헝….. ㅠㅠ

맞팔을 해줄때까지 F5를 하염없이 눌러 보았다.

 

IE가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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