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닐 줄 알았다. 첫 질문에 말문이 막혀 30초가 3분같이 흘렀다. 긴장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떠냐는 말 한마디에 문장들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명이 시작되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점점 심해져 현기증과 구토 증세까지 더해졌는데도 이비인후과 정밀진단도 신경과 뇌ct도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 그렇게 반년을 꾸역꾸역 견뎌가고 있을 때 심장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100미터를 전력 질주한 것처럼 헐떡이는 심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꾹꾹 눌러 진정시켜보려 애썼다. 이 상담실을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다. 평범하게 살아왔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해왔다. 남보다 좀 더 감성적인 사람이었고, 남보다 좀 더 연애를 오래했으며, 남보다 좀 더 시집살이를 했고, 남보다 좀 더 억울한 빚을 지고, 남보다 좀 더 가난했으며, 남보다 좀 더 아버지와 일찍 이별을 했지만, 나하나 참으면 다 좋아질 줄 알았다. 귀한 아이들이 티 한 점 없이 자라줄 테고 가난해도 웃음이 멈추지 않을 테고 애쓰면 빚을 갚을 날도 오겠지……. 사연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사정은 다 있기 마련이니 나 혼자 꾀병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4년 전 하나있던 작은 아파트를 팔아 빚잔치를 하고 월세 방으로 이사를 하던 날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라며 비어져 나오는 눈물을 봉합했던 게 문제일수도 있었겠다. 하루하루가 마이너스였던 삶이 적어도 노력하면 플러스가 되는 거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잘한 결정이었다. 30평대 새아파트를 입주하는 시누이가 잔금이 부족하다며 남편에게 신용대출을 부탁하기 전까진 말이다. 부탁도하고 화도 내며 날 설득하는 남편을 보고 많이도 울었다. 그리고는 끝까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지만, 그 뒤로 말없는 둘을 보며 나 몰래 진행되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물론 나중에 그게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