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주박물관으로 남산신성비 탁본을 뜨러가게 됐습니다.
같이 가신 분은 한국 최고의 탁본가 가운데 한 분이시자, 한국 금석문을 총 정리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당시에도 이미 정년하신 노교수셨습니다.
(이정도 말하면 아실분은 다 알 듯..)
암튼 그래도 다른 분들의 초상권 문제도 있고 하니 사진을 막 자르고, 사용 못할 만한 것도 많아
사진에 생략된 것이 많습니다.
1. 일단 비에 물을 묻이고, 종이를 붙인 후 다시 물에 적셨다 꽉~짠 수건으로 눌러서 종이를 밀착시켜줍니다.
(뭐 좋은 종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건 종이사러 가서 '탁본할라고 하는데요?'라고 물어보면 알아서 준다고 합니다)
2. 수건으로 눌러주면 이런 모양이 나옵니다.
3. 요걸 솔로 다시 톡톡톡 쳐서 완전히 밀착시킵니다.
너무 세게치면 종이가 찢어질 수 있으니 톡톡 쳐야하며 글씨가 드러날 수 있게 구석구석 세밀하게 쳐야합니다.
4. 보통은 3의 상태에서 말린다음에 먹을 치기도 하는데, 저희는 한장을 덧댓습니다.
이번에는 수건으로 눌러주는 과정 없이 바로 솔로 쳐서..
이렇게 하려면 3의 과정을 마친뒤 물이 마리기 전 바로 종이를 덧대어야 합니다.
5. 4의 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상태..
6. 이제 마른 정로를 봅니다.
이건 순전히 감인데, 물기는 있으니 먹을 쳤을 때 번지지 않을 정도라는 느낌이라고 합니다.ㄷㄷㄷㄷ
손을 살짝 대보시곤 '이제 됐군..' 하시더군요..ㅠㅠ
7. 이제 솜 방망이로 치기 시작합니다.
이 천도 그냥 천 사는데 가서 '탁본 뜨려고 하는데요?' 하면 준다고 합니다.
솜 방망이는 저 천을 찟어서 가운데 솜을 넣고 묶어 주는 과정으로 만드는데,
전 단단히 만드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럴필요 없다고 하네요..
솜 방망이를 여러 개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두 개 이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솜 방망이 하나에 먹을 묻이고, 그 솜방망이에 묻은 먹을 다시 다른 솜 방망이에 묻혀 그 방망이로 탁본을 뜹니다.
솜 방망이는 전날 저녁에 여관 방에 오손도손 둘러 앉아 소주에 족발을 먹으며 만드었습니다.
8. 거의 완성해 갑니다.
남산신성비는 비 상태가 좋치 않아서 뭐 암튼 저정도..
10. 완성된 모습입니다.
저도 탁본을 학부 시절부터 취미(?) 삼아 해봤는데, 이렇게 박물관 안에 들어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탁본 뜬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뭐 예전에는 탁본을 떠야 글자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고 그랬는데,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꼭 탁본을 뜨지 않아도 됩니다.
하긴 그것만이 아니라 좋은 글씨를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예전부터 탁본을 많이 뜨기도 했지만..
그런데 돌 표면에 남은 먹은 나중에 돌을 훼손시킨다고 하네요..
그러니 혹 탁본을 하더라고 탁본이 끝나고 돌을 깨끗하게 한 번 닦아주고 가는 여유 정도는 보여주셔야 합니다.
10분도 안 걸립니다.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