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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티비 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슬프네요
게시물ID : emigration_20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윤종신이미나
추천 : 0
조회수 : 108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9/25 16: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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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는 만 20살의 남학생입니다 
현재 밴쿠버 유학 중이고 캐필라노 유니버시티에 크리에이티브 라이팅으로 서류 넣었는데 그 와중에 미래가 너무 암담해서 몇 글자 적어요.
  
 초등학생때부터 작가, 티비나 영화 작가를 하고 싶었어요. 예능 리얼리티쇼 드라마 영화 가리지 않고 필름 인도스트리에서 작가를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사회계층 최하위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고 영어공부를 했어요. 내가 만든 대본과 내가 만든 유머 코미디 드라마를 보고 사람들을 웃기고 감동시키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외국으로 가서 살 결심을 하더라도 작가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세계 어디를 가던 대학을 갓 마친 햇병아리같은 아마추어 작가에게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제가 직접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신입들은 쇼의 staff writer(작가진 계급에서 제일 낮은 직) 조수로 몇 년, 길면 10년을 보낸다고 하더라구요. 너무나 길고 기간이 불명확한 불안한 그 시간동안 허드렛일 청소 잡심부름 커피타오기 식사챙기기 등을 한다고 한대요. 대부분은..
그래서 그 수년동안 아랫것으로 살다가 저엉말 운이 좋으면 staff writer로 고용될 수 있는데 이게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고 또 재능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네요. 더군다나 외국인인 저에게는 더 불리할 것 같아요. 막말로 저라도 네이티브를 쓸 확률이 높고...

그래서 수 년을 조수로 살고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작가진의 가장 신입으로 들어와도 많이 구박받고 혼나고 또 정해진 날짜까지 대본이 안나오면(거의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촉박)선후배 할거없이 라이터룸에서 매일같이 야근하며 머리 쥐어짜내면서 스트레스 속에서 대본을 만든다고 해요.

사실 상사한테 혼나고 야근하는 것도 저는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이고 또 내가 즐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저는 더 바랄게 없으니까요. 매일같이 야근한대도 스트레스 받는대도 괜찮아요. 

문제는 그렇게 내가 즐기는 일을 하려면 수년간을 조수로 살아야하고(그마저도 박봉에 경쟁률이 세고) 또 방송사에다가 나의 고용을 어필하기 위해 오디션같은 것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게 경쟁률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게다가 저는 외국인이구요) 

게다가 방송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모를까 파일럿 프로그램(방송을 계속 만들지를 결정하기 위해 방송 첫 화를 제작하고 시청자 반응이 좋으면 방송을 계속해서 만듦)부터 시작해서 6화 7화까지 반응이 안오면 그대로 방송 종료라서요. 그렇게 되면 작가는 물론이고 제작진 거의 다가 밥줄 짤리고 월세도 못 낼 지경이 돼요. 돈 생각하고 꿈 꾼 직업은 절대 아니지만 이렇게 고용이 불안정해서야 제 밥벌이도 못 할 것 같아요.. 제 꿈도 중요하지만 서른 다섯 마흔이 되어서도 부모님한테 돈보내달라고 전화하느니 다른 직업 알아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부모님은 저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고 마음이 얼마나 미어지겠어요.

쇼가 잘 된다고 해도 걱정인 게 첫 시즌 에피소드가 13편이면 신입작가의 경우 5000만원 정도를 받아요. 중요한 게 에이전시와 매니저가 각각 10%를 떼어가고 세금도 20%정도 떼면 제게는 3000만원 정도가 남아요. 다음 해까지 방송이 없으니 올해 수입은 이걸로 끝인데 3천만원으로는 일 년 살기에도 빠듯해요. 게다가 다음 시즌이 방송나가면 다행이어도 방송 캔슬되어서 전부 엎어지면 그대로 수입이 제로라서 애타죠 돈이 없어서

또 시즌이 쭉 이어져서 소재고갈로 방송종료 한대도 일하고 있던 작가들이 바로 다음 방송으로 투입되지는 않아요. 또 몇 년을 암흑 속에서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바로 다음 방송에 투입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건 아주 높은 자리에 아주 실력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극소수만 그렇게 되는 말 그대로  one in a million 이라서 작가라는 직업은 평생을 스트레스 받으며 살아야할 것 같아요.

꿈을 이루고 싶지만 평생 저렇게는 못 살겠다 싶어서 이렇게 이른 나이에 나름대로 인생의 절반의 시간 동안 꿈꿔오던 직업을 포기하려고 해요.. 어제 많이 울었는데 잘 포기가 안되네요. 

가족들이 경영학과 가라고 할 때 나는 내 꿈 이루겠다며 문예창작과 갈 때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저를 비웃을 때도 칼을 갈며 노력했는데 저는 너무 어렸고 현실은 너무 거칠어서 도무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무슨 직업을 목표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당장은 삶의 목적이 사라져서 아무것도 손에 안잡혀요. 

부모님한테는 아직 말씀 못 드렸고... 위로가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 남겨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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