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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2
게시물ID : menbung_206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햄볶아
추천 : 12
조회수 : 58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7/14 03:08:32
어머니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음슴체ㄱㄱ

우리집에서 유독 어머니만 음력생일을 챙기심.
귀차니즘강한 우리가족들은 민증에 찍힌 양력 생일에 케익에 초 꼽고 노래불렀음. 그것으로 끝인줄알았음..

어느날 어머니가 아침부터 포풍 요리를 하기 시작함.. 아예 찻장은 다 열려있고 가스렌지 3곳에 불이 활활타고있음. 한곳은 보글보글 끓고 두곳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었음. 우리 가족 중 유일한 여자인 어머니를 제외하고 3남은 주말이면 정수리에 해가 있는걸 보고 일어날까말까하다가 햇님 넘어가실때쯤 일어남. 난 아침에 씨원한 물한잔하고 화장실갔다가 다시 잘려던 찰나에 그 어마무시한 광경을 목격함.

어릴적 봤던 요리왕 비룡이 내 눈에 보였음.. 이게 도대체 무슨상황인가 싶어 어머니한테 물어보니 대꾸를 안하심.. 손님 오는가 보다~ 싶어서 문잠그고 다시 잤음. 한참 꿈나라에서 파도타고 있을때 내 폰으로 전화가옴.
엄마였음.

간혹 내가 자고 있을때 부모님은 외식을 하러가기때문에 밥먹으라고 전화 한것 같았음.
굿모닝맘!!!>< 하며 받았으나 나와. 한마디하고 끊으심..

거실로 나가보니 한상 거나하게 차려져있고 어릴적부터 보았던 상황버섯주의 봉인이 풀려있었음.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식탁에 앉으니 어머니는 너거 형이랑 대빵깨워와라 하심.
자다일어나서 사리분별이 안됬던터라 기계마냥 형이랑 아버지를 깨움. 겨울잠 중도포기한 곰들마냥 식탁에 앉아있으니 어머니가 먼저 한술뜨심. 자연스럽게 눈을 반쯤 감고 밥을 먹고있었음. 근데 그날따라 희안한게 유일한 여성인 어머니는 항상 밥먹을때마다 강아지들한테 안돼!못줘!이노옴! 하며 대화를 하시면서 식사를 하는데 그날따라 숟가락젓가락질이 점점 빨라지더니 내가 반그릇쯤 먹었을때 한그릇 더 퍼오심.

정신이 완전히 들고보니 내가 먹은것은 미역국이요 혀에 감기던 것은 안심스테이크였음. 어머니맞은편에 앉아있던 나는 조심스럽게 어머니..오늘 무슨일있으시옵니까? 라고 물었음.

밥먹고 나면 바로 밥상치우고 각자 할일하러 들어가는게 일상이었는데 그날따라 어머니가  말을 좀 길게 하심.
대충 내용이 "난 내새끼들 행복한 모습이면 삶의만족도가 남들의 배는 되는 것 같다. 근데 남을 행복하게 해줄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되기때문에 난 우선 내가 행복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먼저 생각한다. 오늘 밥이 정말 맛있네. 내가 한거지만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아 맛있다!!!!!맛있네!!!!!" 하며 그릇을 치우심. 
어머니가 말씀 끝내시자마자 우리집 분위기는 전투준비태세 연습경보 울릴때가 돼었음.. 형이랑 나는 눈치만 보고있고 아버지한테 도움의 눈빛을 보냈으나 아버지도 모르는 눈치였음. 쭈뼛쭈뼛 밥상 치우고 난 내방으로 돌아감. 거실분위기가 무서워 강아지들부터 내방으로 피신시키고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개뼈따구를 꺼내줌.

카톡안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문자로 혹시 결혼기념일 이시냐니까 아니라고함. 데이트약속있으셨냐니까 그것도 아니라고함. 형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눈치 없는 강아지는 내보내달라고 낑낑거리고있고.. 결국 난 온갖 곳을 다 뒤지기 시작했음. 그러다 달력을 펼쳤는데... 펼쳤는데!!!!!!! 양력 밑에 쪼그맣게 음력이 표시 되있웄음. 계산해보니 오늘이 어머니생신.. 알고나니 주마등처럼 오늘 점저가 생각남. 미역국..고기.. 큰일났었음.. 우리 남자들은 케잌으로 퉁칠수있을줄알았으나 어머니는 작년 음력생일 퍼레이드 이벤트가 많이 그리우셨는것같았음. 곧장 진돗개 발령하고 아버지께 문자를 보냄. 오늘 엄마 음력 생일. 이라고..

형은 운동 핑계로 나가고 아빠는 담배피러 나간다는 핑계로 모두모두 가출을 해버리심. 나는 이집의 막내요 내 계급은 내 발밑의 강아지랑 동기.. 부랴부랴 선물할께 뭐라도 없을까 찾았으나 .. 없음.. 남자방에 휴지,휴지통,컴퓨터 말고 있을께 뭐가 있겠음... 생존을 위해 생각하니 좋은 방법이 떠올랐음.

아버지랑 형에게 문자를 하니 역시나 선물 사러 나간거였음. 난 준비를 하고 있을테니 문앞에서 접선하자고 함. 두시간쯤 흘러 밤도 아닌 낮도 아닌 그런 시간이 되었음. 집앞이라는 형문자에 부랴부랴 세미정장컨셉으로 밖으로 나감. 형은 어떻게 그런걸 구했는지 케잌에 날짜와 이름을 적어왔음. 초꼽는 자리까지 만들어왔음. 아부지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돈봉투로 추정되는 하얀 봉투를 보여주심.

심호흠한번하고 초에 불붙이고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 준비했던 엠알을 틀고 노래를 부름. 어머니는 눈치가 빨라서 알고있겠다 싶었는데 모르는척하는건지 진짜 모르는건지 매우매우 기뻐하심. 초 불고나서 평소 이문세씨 팬이시라던 어머니 말씀이 떠올라서 통기타치며 노래불러드림.

형과 나의 선물 증정이 끝나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바라보심. 아버지는 또 멋쩍은 웃음에 말없이 흰봉투를 건네심. 어머니는 우리의 선물보다 그 얄팍하고 얍싸리한 흰봉투를 보며 마치 엄마라는 첫마디를 뱉은 막내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봉투를 열어보셨음. 난 아직도 기억함. 숨길수없는 기쁨과 사람이 기쁘면 코에서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두번 나오는구나.. 하고...

어머니는 돈봉투에서 두장을꺼내 형을 주며 케잌값이라고하고 한장을꺼내 날주며 공연값이라고함. 흔치않은 기회이기에 어머니 만수무강하시옵소서 하며 받아챙김. 아버지는 묵묵히 옷을 챙기시고는 데이트가자고 어머니 손을 잡고 이끌었음.



그날 안들어오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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