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대 초반 군 의무복무 이후 대학교 복학 직후부터 기분장애(우울증, 질병코드 F32.2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를 현재까지도 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저의 우울함을 이해해달라 따위의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수가 및 문재인케어에 대해서 언급하겠지만 저는 문재인케어에 대해서 소극적 찬성일 뿐 적극적 지지나 반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부정책의 비호나 비난을 할 의도의 설명은 최대한 자제하겠습니다.
또한 의사는 더더욱 아닙니다. 감히 이런 글을 보시는 여러분과 의사 선생님들에게 지식의 짧음으로 비웃음 받을 각오를 하고 씁니다.
여러분이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가기를 겁내시는 점, 혹은 정신과를 이미 오랫동안 다님에도 정신과 다닐때마다 한숨 쉬시는 분이 많다는 걸 알기에 매우 부족한 지식과 지극히 편파적이고 (전 제 스스로가 편파적이라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주관적인 견해를 개진하고자 합니다.
일선 정신과의사선생님들을 옹호하는 의견과 비판하는 의견 두 가지가 동시에 쓰여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제 식견이 짧고 주관적이고 지극히 경험적인 의견이므로 잘 고민하시면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서론이 길어졌군요. 이제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를 말하겠습니다.
먼저, 일상적인 삶을 사시는 분들이 급격한 우울감 및 우울증, 기타 신경증(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발현 된 후 정신과를 가기 꺼려한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편견을 깨라고는 말 못합니다.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선입견은 매우 강력한 동기가 아닌이상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감기 가지고 내과,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 가면서 마음의 질환은 왜 전문가에게 치료 및 상담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요? 심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해는 합니다. 그 점의 대한 설명은 차후로 미루겠습니다.
또한 정신과 계열 약은 의외로 약국에서 사먹는 감기약보다도 안전합니다. 제약회사들은 타 약과 달리 정신에 작용하는 약물을 만들때는 과장 조금 보태서 안전성에 병적이라고 오해할 만큼 집착해서 연구 및 생산합니다. 그럼에도 겁내는 이유는 뭘까요? 제 짧은 식견으로는 일단 부작용 문제인데 이것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1. 부작용이 강함 ->항정신병제...그러니까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쓰이는 약, 또는 알코올 의존(중독)증에 쓰이는 약들은 여러분은 물론이고 저, 심지어는 정신과 의사들도 (본인들이 일부러 복용하진 않을테니) 그게 얼마나 사람을 고통받게 하는지 모를만큼 부작용이 강력합니다.
2. 부작용이 약한 대신 반드시라고 좋을 만큼 꼭 발생 : 정신과 약들은 항콜린성(쉽게 말해 몸의 수분이 마름)이 가장 기본적인 부작용이라고 불릴만큼 일단 부작용이 발현하는것에서부터 치료가 시작됩니다. 저의 경우는 첫 정신과 약물을 복용했을 때 3일 밤낮을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어머니가 깨우실 때를 제외하고 내내 잤습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 따르면 극도의 불안과 분노, 스트레스를 수면욕으로 해결하려고 몸이 약을 통해 반응한거라 합니다. (그때 약은 지금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시절만 해도 정신과 의사선생님들 대부분은 약의 성분이나 이름을 환자에게 가르쳐주는걸 심히 꺼려하셨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누가 생각나시면 지는겁니다.^^)
항암제나 약국에서 사먹는 일반의약품의 감기약이나 약에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는건 세상에 없습니다. 만병통치약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부작용 없는 약도 이 세상에 없다는 점, 꼭 아시길 바라며 부작용 역시 치료의 일환으로 발현된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명을 미룬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정신과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가 대표적이겠죠. 사실 그런 환자분들은 정신증이라 해서 대게 일선 정신과의원에선 함부로 다루지 못합니다. (일본은 아예 우울증, 불면증 등은 심료내과라는 분과를 만들어 운영하고 정신과가 문자 그대로 정신질환들을 담당합니다) 그러한 문제의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러다보니 정신병원 등이 많은 오해와 편견을 받지만,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도 의학적 기준으로는 질환을 앓고 있는겁니다. 그 분들이 정신과의원 및 정신병원에서 진료 및 입원받는건 당연한 거라는 겁니다.
또한 금액입니다. 보통 다른 과(내과, 가정의학과를 예로)를 예로 들자면 진찰료+약제비입니다. 그러나 정신과는 조금 다릅니다. 진찰료+정신요법료+약제비 입니다. 정신요법료는 정식 용어이며 일반적으로 면담 및 인지,행동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신과는 상대적으로 금액이 크며 무엇보다도 2018년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검사가 비급여(비보험)입니다. 또한 진료 및 치료 기간이 장기를 넘어 초장기입니다. 환자에겐, 특히 저소득층에겐 큰 부담이 되는 것입니다. 몸도 아픈것도 서러운데 병원비가 웬말? 이분들에겐 마음'도' 아픈 것이 서러운데 이걸 치료하는 것도 돈이 필요하냐며 절규하십니다. 그리고 이 분들 중 대다수는 우울증 최악의 합병증을 겪게 됩니다. '자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아닙니다. 정신과를 단기간 진료받은 분은 물론이거니와, 장기간 진료받는 분마저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떨치질 못합니다.왜일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과 다름, 혹은 틀림에 대해 조금 격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정신과 의사는 '의사'지 심리상담사는 아닙니다. 우리가 의사 만나길 좋아하는 사람은 (큰 병 앓고 완쾌되는 한) 없지요? 또한 수가 문제로와 현실적, 의학적 문제로 약물 처방에 70%이상을 의존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니다. 사람의 말을 듣는게 정신과 환자의 일인데, 환자의 말을 듣지 않는 모순된 상황...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건 심리상담사의 업무가 더 성격이 강하다곤 하지만 정신과 의사들 역시 이 일을 최소한은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유는 수가 문제로 인해 정신과 의사는 환자와 면담을 길게 하는 것보다 짧게 많은 환자를, 약물로 처방 및 치료하는 걸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호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내 말을 들어주길 원하는 의사가 정작 말을 안 들어주는겁니다. 저의 경험을 사례로써 알려드립니다.
제 경우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현재 진료받고 있는 제 선생님과 상의해서 경기도 수원의 모 대학병원에 우울장애 및 폭식장애 치료차 가게 되었습니다 .첫 상담은 좋았으나 이내 실망했습니다. 첫째는 심리검사를 해야한다는 말이었는데 이것을 의사선생님은 저에게 알려주지도 않고, 그것도 진료실 밖으로 나와서 진료실 밖 간호사가 했던 점이었습니다. 심리검사를 예약해야 하니 날을 잡으라더군요. 저는 그때 진료의뢰서는 물론이요, 복용중인 약물, 성분, 용량을 암기하고 갔었고(사실은 항상 외우고 다닙니다. 지금도요)MMPI-2(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자율신경계 검사한 기록 등을 갖고 갔는데 왜 또 검사이며, 설사 검사 진행이 필수라 한다면, 왜 의사선생님은 아무 말도 안하고 간호사가 설명하냐는 것입니다. 둘째로, 검사비가 비급여였다는 겁니다. 저는 의료급여 1종의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이 검사비는 그 당시 약 23만원이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큰 돈이었습니다. 그래도 예약했습니다. 또 문제는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이 심리검사 진행일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의 끝판왕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두 번째 진료일, 저는 제가 진료받기 직전의 환자가 하필이면 40분 면담하는 것을 기다여야 했습니다. (총 기다린 시간은 2시간) 하필 2시간의 약 절반을 제 직전의 환자가 잡아먹은 거죠. 대학병원이니 예약은 당연히 했고 예약시간에 맞춰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했으나 방금 환자는 40분이면서 제 면담시간은 3분도 채 안되었습니다. 그리고 약도 제가 다니던 정신과 약물을 그대로 주겠다는 의사선생님께 '저는 저에게 맞는 약을 찾으려고 제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서 왔는데, 특별히 다르게 할 게 없습니까?' 라고 여쭈었습니다. 그 다음, 저는 지금까지도 잊지 못할 상처를 얻었습니다. "약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그 날로 즉시 그 의사와의 재진 예약은 물론이요, 예약한 검사일 일정 취소 및 검사비를 환불받고 다시 지금의 선생님께 진료받습니다. 여러분, 이게 꼭 저의 일만일까요? 정신과를 단기간, 혹은 장기간 외래진료받는 분들은 이 경험의 몆 배나 되는 고통과 수난을 겪습니다. 저는 이 일이 지금도 뼈에 사무치도록 분노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우 약과인 케이스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껏 제 의사선생님과 가족들을 제외하곤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안 하다 이번에 오유에서 씁니다.
여기까지 보면 정신과 가지 말라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저는 분명 제목에서 "여러분, 정신건강의학과 가시는 걸 겁내지 마세요." 라고 했습니다. 정신과는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과 대화하는 진료과입니다. 만약 이런 의사가 있다면, 다시 저한테 맞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중증의 정신증을 제외하고는 정신과는 의료사고과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사와 계속 진료했다면 제가 나을까요?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은? 또한 제가 현상태를 유지했을까요? 결정적으로, 만약 이 때 치료를 포기했더라면??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여러분, 사람간에는 자기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있듯이 정신과 의사도 내게 맞는 의사가 있습니다. 내게 맞는 의사, 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주는 의사를 찾아서 만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운이 없는 나쁜 경험은 빨리 떨쳐야한다는겁니다. 정상인이든, 저같은 질환을 앓는 분이든.
최근 문재인케어는 정신과 의사들에게는 많이 편의를 봐주는 편입니다. 정신요법료 개편이 20년만에 이루어졌으며,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진료할 때 의사가 버는 정신요법료 수가도 인상되었으며, 정신과 의사들 스스로부터가 통찰하며 '우리도 환자와 얘기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의 의료정책과 정신과 의사선생님들의 노고가 결실을 맺길 바라며 본론을 마칩니다.
서두는 길고, 말은 횡설수설한 제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끝으로 몆 마디 더 하겠습니다. 첫째,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고 하지 않는다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미쳤다는걸 압니다. 정신병원에 제 발로 입원하는 사람들. 계속 내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지금도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해를 하기 쉽게 '미쳤다'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했을 뿐, 사실 이분들과 저는 어지간히 중증의 정신증이 아닌 이상 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잘, 그것도 의외로 객관적으로 깨닫고 계십니다. 둘째, 제목의 말을 또 한 번 반복하겠습니다.
여러분, 정신건강의학과 가시는 걸 겁내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2018년 11월 06일 여러분의 지식에 사족을 더하는 경기도의 한 오유 유저가-
출처 | 대부분 자기작성. 수가에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http://medipana.com/news/news_viewer.asp?NewsNum=218977&MainKind=A&NewsKind=5&vCount=12&vKind=1 (소외됐던 정신과도 비급여의 급여화‥요구 사항은?, 메디파나뉴스) 2.http://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5821 (7월부터 동네의원 정신과 상담비 40% 줄어든다, 뉴스웍스) 3.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400 (정신건강의학과 "정신요법료 바로잡기 20년 걸렸다", 의협신문) 4.http://www.medigatenews.com/news/1501320552 (정신과 전문의들 "정신과 수가개편, 의사도 환자와 대화하고 싶었다", 메디게이트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