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편수회 사업 개요 중 조선 반도사의 편찬 요지
<朝鮮半島史 編纂要旨>
백반(百般)의 제도를 쇄신하여 혼돈된 구태(舊態)를 개혁하고 각종의 산업을 진흥하여 빈약한 민중을 구제하는 일은 조선의 시정상(施政上) 당면의 급무이기는 하지만, 이들 물질적인 경영에 노력함과 함께 교화(敎化)․풍기(風氣)․자선(慈善)․의료(醫療) 등에 관해 적절한 조치를 집행하며, 조선백성의 지능과 덕성을 계발(啓發)함으로써 이들을 충량(忠良)한 제국신민의 지위에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번에 중추원(中樞院)에 명(命)하여 조선반도사를 편찬하게 한 것도 이 또한 민심훈육(民心訓育)의 한 목적을 달성코져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할 것이다.
대저 식민지의 통치를 개론(槪論)하는 자들은 말하기를 식민지 인민을 교육하고 그들의 식견을 향상시켜 주는 일은 그들의 모국에 대한 충성된 사상을 함양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불평반항(不平反抗)의 기풍을 조장하는 결과로 끝나고 마는 것이 상례(常例)라고, 지금 그들의 조선 고래(古來)의 역사를 열독(熱讀)하는 일에 편의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지도 모를 이러한 사업은 자칫하면 그로 인하여 그 구태(舊態)를 회상하고 그 일에 연연케 할 자료를 제공해 주는 일에 불과할 것이라고.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과거에 구미(歐美)의 여러 식민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례를 들어 모국과 식민지와는 지세(地勢)가 아주 상이하고 인종 또한 근본적으로 상이하며 도저히 동화융합(同化融合)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국은 식민지의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일에만 급급하고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는 일에는 등한한 것이다.
식민지 또한 모국에 대해 경조화복(慶弔禍福)을 함께 하려는 정의(情誼)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임은 자연의 형세(形勢)인 것이다. 제국일본과 조선의 관계는 이에 반하여 강역(彊域)이 인접하여 있고 인종이 서로 같고 그 제도 또한 쌍방이 비슷하여, 혼연(渾然)한 일대영토(一大領土)를 구성하고 상호간에 이해휴척(利害休戚)을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인을 방치(放置)하여 그들이 일진월보(日進月步)의 대열에서 낙오케 됨을 돌보지 않는 일은 처음부터 국가의 기초를 공고(鞏固)히 하는 소이(所以)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하물며 그들을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지경에 묶어 놓으려 함은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있어서는 전연 불가능한 일에 속함에 있어서랴.
오히려 끝까지 그들을 교화(敎化)하여 인문(人文)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하고 일치합동(一致合同)의 단합된 힘으로 제국일본의 앞날의 융성을 도모케 함은 만세(萬歲)의 양책(良策)으로서, 병합(倂合)의 큰 뜻 실로 여기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조선의 인민을 교화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以上)은 처음부터 그들의 이목을 가리는 계책으로 나와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더 더욱 교화의 본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밝혀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조선인은 여타의 식민지의 야만미개한 민족과는 달라서, 독서와 문장에 있어 조금도 문명인에 뒤떨어질 바 없는 민족이다. 고래로 사서(史書)가 많고, 또 새로이 저작(著作)에 착수된 것도 적지 않다.
그리하여 전자(前者)는 독립시대(獨立時代: 합병이전)의 저술로서 현대와의 관계를 결(缺)하고 있어 헛되어 독립국 시절의 옛 꿈에 연연케 하는 폐단이 있다. 후자(後者)는 근대조선에 있어서의 일로(日露)․일청(日淸)간의 세력경쟁을 서술하여 조선의 나아갈 바를 설파(說破)하고, 혹은 ‘韓國痛史’라고 일컫는, 한 재외조선인의 저서 같은 것은 진상을 규명하지는 않고 함부로 망설(妄說)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적(史籍)들이 인심을 현혹시키는 해독, 또한 참으로 큰 것임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절멸(絶滅)시킬 방책만을 강구한다는 것은 도로(徒勞)에 그치는 일이 될 뿐 아니라, 혹은 그 전파(傳播)를 장려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헤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구사(舊史)의 금압(禁壓) 대신 공명적확(公明的確)한 사서(史書)로써 대처하는 것이 보다 첩경(捷徑)이고, 또한 효과가 더욱 클 것이다.
이 점을 조선반도사 편찬의 주된 이유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서적의 편찬이 없다면 조선인은 무심코 병합(倂合)과 관련 없는 고사(古史), 또는 병합을 저주하는 서적만을 읽는 일에 그칠 것이다.
그리하여 점점 세월이 흐르다 보면 눈앞에 다가오는 당면사(當面事)에만 익숙하여져 오늘의 밝은 세상이 오로지 병합의 은혜에서 연유한 것임을 망각하고 부질없이 구태(舊態)만을 회상하여 도리어 진보(進步)에의 기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이와 같이 된다면 어떻게 조선인동화(朝鮮人同化)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있을 것인가?
>조선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데, 편찬의 목적이 제국 신민을 양성하는 바에 도움이 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나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이 것이 곧 사료의 조작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이러한 사료의 편찬으로 합병과 동화의 당위성을 만들어 줄 것을 원할뿐이지 어떠한 사료의 삭탈이나 조작을 뜻하는 건 아니며 도리어 이러한 것의 문제는 그 쪽 그러니까 조선사 편수회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