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세기에 성립된 페르시아 제국은 급속도로 영토를 확장하여, 서아시아의 대부분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 영토는 서로는 이집트, 북으로는 오늘날의 카자흐스탄, 동으로는 인도, 남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에 이를 만큼 거대했죠.
여기까지는 세계사 교과서를 1분만 읽어도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페르시아 제국에 관련된 중요한 사실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기원전 6세기에서 4세기까지 약 200년 동안 존속하면서, 페르시아 제국은 그리스 등 주변 국가들로부터 질투 어린 선망을 받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페르시아 제국이 누렸던 어마어마한 풍요로움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페르시아 제국의 부유함이 얼마나 대단했느냐 하면, 나중에 그리스 연합군을 지휘한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의 수도 중 한 곳인 수사를 점령했을 때는 5만 탈렌트 어치의 은괴를, 페르시아 제국의 종교적 수도인 페르세폴리스(페르시아는 수도가 여러 곳이었습니다.)를 점령하고 나서는 12만 탈렌트 어치의 금화를 차지했습니다. 12만 탈렌트는 기원전 5세기 무렵 그리스의 도시 국가인 아테네의 1년 재정보다 무려 300배나 많은 수치였습니다. 아테네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 중에서 가장 부유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페르시아 제국이 갖고 있었던 경제력은 그리스 전체를 합친 규모보다 훨씬 거대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1탈렌트의 가치가 얼마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기원전 431년에서 404년까지 그리스인들끼리 싸운 펠로폰네소스 전쟁 무렵에 1탈렌트의 금화는 200명이 탑승하는 군함인 3단 노선 1척을 1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무너뜨린 시기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보다 약 70년 이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물가의 가치가 달라졌다고 해도 12만 탈렌트라면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 발행했던 다릭 금화)
실제로 페르시아 제국이 가진 부는 그리스인들의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이 발행했던 다릭 금화의 위상은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화와 같았습니다. 그처럼 다릭 금화는 그리스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리스인들은 다릭 금화를 갖기 위해 페르시아 제국 군대에 복무하는 용병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략했던 원수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에 반해 그리스는 스파르타 왕 데마라토스가 페르시아 황제인 크세르크세스 1세에게 말했듯이, "본래부터 가난을 타고 난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부터 늘 풍요로운 지역인 아시아를 정복하겠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죠.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는 자신의 책인 <역사>에서 “만약 페르시아의 수도인 수사를 점령한다면, 얻을 수 있는 부는 감히 제우스신과도 견줄 수 있을 것이다. 페르시아에는 금과 은과 구리, 곱고 아름다운 직물, 노예와 곡물과 가축 등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그리스인들은 알렉산더 대왕의 지휘 아래, 아예 페르시아 제국을 통째로 정복해서 다릭 금화들을 완전히 차지하려는 야망을 품었고 그것을 실현시켰습니다. 그래서 알렉산더 대왕을 따라 원정에 동참했던 그리스인 데마라투스는 “오늘 이전에 죽은 그리스인들은 알렉산더가 다리우스의 왕좌에 앉는 모습을 못 보았으니,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모른 채 죽었구나!”라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야 오랫동안 가난에 시달리다가 당시의 세계 최강대국을 정복하여 그 엄청난 부를 모조리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럴만도 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