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생 때이니까....2001년? 그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학원에서 수업 도중 선생님이 해 주신 이야기입니다.
옛날 선생님이 국민학생 때였다고 합니다. 어느날 밖에서 놀다가 집에 갔더니,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해졌더랍니다.
동네가 이상하다, 지금 나라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횡설수설 하는 등 반쯤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만 이제부터 집 밖으로,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내에 나가면 안된다, 나가면 죽을 수도 있다, 선생님이 학교에 안와도 된다면서 방에 겨울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게 했습니다.
그러고 거의 열흘 가까이를 그렇게 집에 갇혀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부모님도 거의 바깥에 나가지 않고 가끔 라디오만 듣기만 하시고.
영문도 모른 채 밖에 나가서 놀지도 못하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게 되니 짜증만 났다고 하지요.
몇년 후, 선생님은 왜 그토록 어머니가 당황해하고,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갇혀 있어야만 했는지 그 때서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집은 광주였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던 때는 1980년 5월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나중에 알고 보니 집 바깥에도 총알이 날아 왔다고 하더군요. 그 때는 어릴 때라 총소리가 뭔지도 몰라서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5.18도 2주 밖에 남지 않아서 문득 생각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