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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자작소설] A story between two - 6.
게시물ID : lovestory_37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보글장이
추천 : 1
조회수 : 4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10/12 23:23:35
3편. 덧없는. 그래서 가져서는 안되는. 그러나 가질 수밖에 없는.

*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희망은 혼자 남아 인간을 지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판도라의 마지막 이야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뇨. 당신은 이미 떠난 모든 저주를 합한 것만큼 해악한 저주에요.”
*

  ‘선생님.’
  ‘어?’
  ‘당신은 제가 목표학교를 어디로 잡았으면 좋겠나요?’
  ‘응? 흠... 너 정도면 동강대나 두양대정도 노릴 수 있지 않을까?’

  힐끗 웃는 그 사람.

  ‘물론 너가 공부를 열심히 한다면 그렇겠지~반 등수도 좀 올리고 후후.’
  ‘선생님.’
  ‘어?’
  ‘제가 당신을 잡으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날?’

  이젠 그런 말 정도는 익숙하다는 듯한 그 사람의 목소리.

  ‘Y대. 그 곳에 가면, 절 다시 한번 봐주시겠어요?’
  ‘응?’
  ‘Y대요.’
  ‘아... 거기?’

  피식 헛웃음을 짓더니 나를 본다.

  ‘성원아, 거기 진짜 높아, 커트라인. 알고는 있지?’
  ‘알아요.’
  ‘거기... 좋지.’

  난, 그렇게 말을 흐리던 그사람의 목소리를, 나는 알았어야 했다. 그때 그 사람은 Yes라는 대답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나는, 바보같게도 믿어버렸다. 믿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 사람의 실낱같은 그 한마디만 믿고선 죽어라고 공부한 후, 지옥과 같은 2년이란 시간을 보낸 후.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그 대학교에 합격한 이후 조심스레 걸어본 그 사람과의 전화 한 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그걸 정말로 믿은거야?’
  ‘설마 너가 정말로 해낼줄은 몰랐어.’
  ‘하지만 이걸로 좋은 결말이잖아?’
  ‘뭘 더 바라는거야? 그것보다, 혹시 과외자리 남는거 없니?’

  ...그래. 아직 안돼. 그냥, 나만의 착각일 뿐일거야. 그래.

*

  밤 열시를 넘어가면서 야식에 대한 조원들의 요청이 하나둘씩 이어지기 시작했지만, 열두시를 넘어가버리자 그것을 제어하던 조장이 결국은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일단 나도 피자를 먹고 싶었으니까, 뭐 그정도로 해두자.

  “그런데 돈은 어떻게 모으면 될까?”

  다섯 명이 사이좋게 신촌의 밤거리로 나온 직후, 주현누나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한마디 한다. 그리고 다섯 명은 뭐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갑을 꺼내든다. 아마 뭐 각자 걷어서 적당하게 사먹자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비장의 병기가 있다.

  “우후후후.”
  “응?”
  “지수야 우리 조장 밤이 되면 미쳐뿐가보다.”

  한번 미심쩍게 웃었다가 순식간에 경석이한테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버린 나는, 하지만 꿋꿋하게도 그 웃음의 근거를 조원들에게 내보였다.

  ‘외식상품권 10만원’

  그와 동시에 날 제외한 네명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른다. 이럴 줄 알고 저번에 인터뷰를 갔을 때 모종의 지원을 요청했지. 이럴 때 이 위대한 조장을 찬양이라도 한번 해줬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만.

  “워우 돈 안내도 되는구나!”
  “역시 조장이다마!”

  아, 그래그래. 당신은 뭐 해줄말 없나요, 서연누님. 그렇게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서연누나를 바라본다. 

  “여~ 대단한데에~”

  누나도 내 그러한 시선을 느꼈는지 평소보다 과하게 귀여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준다. 장담하건대, 이 사람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평소 목소리가 이렇거나, 혹은 극한의 정신력으로 이 목소리를 내보내는 것이다. 뭐 둘중 뭐가 되었든지 간에 듣는 사람으로써는 감사할 따름이다만. 아무튼 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하고 손으로 쳐주신다. 물론 천사 강림을 연상케하는 미소는 서비스다.
  아무튼 이러한 좋은 분위기는 야식타임 도중에도 계속 이어져서, 우리는 먹는 시간 동안에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를 까맣게 잊고 웃고 떠들고 놀았다.

  “그런데 성원이 넌 왜 자꾸 서연누나 옆에 가앉는긴데?”
  “그래. 너 수상하다. 너 지금도 왜 둘이만 그렇게 앉아있는건데?”
  “아니 그게 우연히 어쩌다보니...”
  “성원이 너 나보다 서연이 좋은거야??”

  주현누나 그렇게 말하면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겠습니까...
  그냥 먹기나 하자.

  “왜 성원이 얼마나 귀여워~”

  응?
  순간 피자를 먹느라 반쯤 팔아버린 정신이 다시 환불되었고, 난 피자 빵조각을 손에 쥔 채 옆을 돌아보았다. 지금 내가 잘못 들은건가? 아니면 이 사람이 나보고 지금 귀엽다고 이야기를 해준건가?

  “에?”

  입안에 미처 씹지 못한 치즈를 가까스로 넘기기는 했지만, 그러한 행동이 보람 없게도 난 지금 마땅히 할 말이 없다. 임마, 뭐라고 말좀 해라.
  하지만 얼굴 빨개질까 두려워져 서둘러 고개를 숙이는 것이 고작이다.

  “성원아 고개는 왜숙이는데? 뭐 떨어졌나.”
  “성원아 고개 좀 들어봐라”
  “어떡해 지금도 귀여워~”

  아나.

  “저 화장실좀...”

  하면서 서둘러 자리를 떠버린다. 내 이런 행동이 다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다들 폭소를 한다. 이 사람들이 날 지금 갖고놀고있다, 이거냐.
  나 이대로 상품권 가지고 그대로 피씨방으로 돌아갈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건 아니겠지.

  “성원아아.”

  뒤에서 갑자기 서연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화장실 이쪽인데.”

  ...응.

*

  (날 제외하고)즐거웠던 야식시간이 끝나고 다같이 피씨방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아니, 느렸다. 날 제외한 네명의 발걸음은 뭔가 발에 모래주머니 10kg씩 차고 5km를 뛰고 난 후의 모습이다. 모두의 머리에 당근달린 모자라도 달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이대로라면.
  하지만 뭐 어쩔 수 있을까. 탓하려면 새내기의 철이른 열정을 탓하세요, 누님들. 막차는 이미 한참 전에 끊겼으니, 나도 피해자라고.

  “이건 이렇게 조사해주시구요.”
  “또? 성원아 좀 봐줘라~”

  피씨방에 들어가서는 다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누님들은 3살 연상이 얼마나 심각한 차이인지 몸소 보여주시겠다는 듯이 심각한 체력저하를 보여주시었고, 태도 역시 점차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지수와 경석이는 체력은 고갈되지 않은 듯 계속 서로 대화를 열심히 주고받고 있었으나, 작업 능률이 나머지 두 사람에 비해 그다지 나아보이지는 않아보였다.
  그렇게, 두시간정도가 더 흘렀을까. 핸드폰 시계는 이제 세시반이었다. 물론 새벽 세시반이다. 이렇게 된다면 조원들 사기저하를 막는 것도 조장의 역할이려나 - 어디보자. PPT, 자료조사, 분석... 대충 원하는 만큼은 되었다...고 해야할까.
  살짝 머리를 긁적거려본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들을 하나씩 보고 나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에에... 이걸 이렇게 하고...

  “성원아아.”

  오른쪽에서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

  “에?”
  “싸이월드 들어가봐.”

  응? 갑자기 싸이월드는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해본다. 뭔가 일촌명이라도 바꿨나? - 그런데 이 사람, 평소와는 달리 날 보지도 않고 모니터를 보면서 나한테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라, 저분 왜저러지 싶으면서도 일단 싸이월드에 접속은 해본다.
  방명록에 뉴가 있구나. 이거만 확인하고 뭘했는지 좀 보자...
  ...아아.

  ‘파이팅~~!! ^^ 힘내요’

  ...

  “봤어?”

  다시금 오른쪽을 보니, 다시금 해맑게 웃고있는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모니터에서 피어오르는 광원을 받으면서 웃는 얼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순간 눈물샘에 눈물이 살짝 고여버린다. 만약 남자를 공략하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 이 사람이 캐릭터로 있으면, 이 사람은 분명 사기캐릭터일 거다. 분명하다. 특히 귀여움에 100점만점에 110점주마.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그러한 내 마음에 다시금 음영이 드리워진다.

  ‘위험해.’
  무엇이.
  ‘더이상 너한테 다가오게 하지마.’
  왜.
  ‘상처받는건 너니까.’
  ...
  ‘설마 저 사람과 잘 될수 있을거라 생각하는거냐.’
  아니. 안다, 결국에는 내가 상처받을거라는 것은.
  ‘그런데 왜?’
  글쎄.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마지막까지 인간을 괴롭히려 남겨진. 그 희망이라는 존재가 서서히 마음 속에서 움트고 있는지도 모르지.
  저 사람이 더 이상 나에게 다가오면 안된다는 것은 안다만,
  알고 있지만.

  “어?...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라고 말하며 살짝 얼굴을 붉히는 서연누나를 본다. 아니, 쭉 보고 있었다. 이거야말로 넋을 잠시 놓고 있었던 것이구나.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 목표량도 어느정도 된 거 같은데! 슬슬 접죠~”

  나의 이 구원과도 같은 외침에, 서서히 사망선고를 기다리며 의자속에 파묻혀가던 조원들이 번개같은 속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카운터로 가서 다섯명의 자리값을 계산한다. 야간이라 그런지 다섯 명이 거의 여섯시간을 했는데도 2만원대가 나온다. 뭐 그정도라면, 아까 상품권을 내고 받은 거스름돈이 있으니까 부담없이 낼 수 있고, 걱정할 이유는 없다.

  “...”

  그리고 지갑을 꺼내려다가 내 그 모습을 보고 다시금 그 꺼낸 이유를 잃어버린 조원들은 먼저 내려가는 내 등뒤를 부리나케 쫓아온다.

  “성원아 너 오늘 왜그렇게 오바하냐? 너 나중에 운다 임마”
  “야, 이러면 우리가 미안해지잖아-”

  상품권 내고 거스름돈 받은거라니까 그러네 - 물론 이런 말을 굳이 하고는 싶진 않다. 나도 생색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아아, 다음에 내. 나 마음 바뀌기 전에 허허.”
  “너 무리하는거 아냐...?”

  날 살짝 바라보는 서연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마요, 제가 무리할리가.
  자아, 그럼 이제 헤어져볼까나 - 하면서 시계를 본다.
  ...
  3시 35분이다.

  앞으로 첫차까지는 2시간반이 남았다는 소리다.
  이런 젠장, 나 왜 피씨방에서 나온거지.

  “그런데 다들 이제 뭐 어떻게 돌아가실 수 있으세요?”

  슬쩍 물어보긴 한다만. 이미 모이기 전에 나는 ‘나 혼자만’ 이 근처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신촌사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웃는 분은 주현누나다.

  “나는 기숙사데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어깨를 으쓱하는 사람은 경석이다.

  “나도 기숙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사람은 지수다.

  “나도 기숙산데.”

  이렇게 귀엽게 이야기하시는 분은 서연누나이다.
  아무튼, 그럼 난 이렇게 이야기해야하나.

  “전 여기서 버스타고 한시간반거린데요, 여기서 노숙하죠 뭐.”

  ...이랬다간 뭔소릴 들을지 모른다. 젠장, 이거 뭐 주위에 찜질방 하나 없다니. 나름 대학생들이 노는 거리에 찜질방이 없다라, 반성좀 해라. 서대문구청. 갈곳을 잃은 대학생은 그저 피씨방에서 담배연기 맡으면서 의자를 눕히고 자야한다는거냐.
  ...뭐, 경석이도 지수도 각자 룸메이트가 있으니. 괜히 들어가서 민폐를 끼칠 이유가 없다. 자, 그럼 사람들 배웅해주고, 난 그냥 피씨방에서 스타나 하다가 첫차나 탈까나. 조원들한테는 이야기하지말고, 그냥 먼저 가라고 해야겠다.

  “그런데 성원이는?”

  ...아아. 하지만 그걸 그냥 넘어갈 서연누님이 아니다. 어찌보면 정말 착하다고 봐야겠지만, 뭐 그렇다고 대책도 없지 않습니까. 당신의 그 천사같은 마음씨는 그저 제 마음속에 담아두겠습니다만.
  뭐라고 말좀 해보자. 걱정말라고 해야할까.

  “...아, 걱정마세요.”

  그래, 잘 말하고 있어.

  “뭐, 어떻게든 되겠죠.”

  ...왜 갑자기 괜시리 삐져버린 초등학생 연기를 수행하는거냐. 내자신이지만, 살짝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는 서연누나의 눈이 갑자기 반짝거린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 에이, 착각이겠지. 
  그런데 서연누나가 입을 열었다.

  “성원아”
  “네?”

  졸린 눈을 비비면서 기숙사행 택시를 잡아보려고 손을 뻗으려는 나의 눈이 뒤를 향한다. 뒤에서는 피곤해보이지만 여전히 예쁜 누나의 얼굴이 보인다. 아, 정말 나 눈에 뭐가 한꺼풀한꺼풀씩 씌워지는구나. 처음 봤을땐 이쁘다는 것을 거의 못 느꼈는데...

  “에고... 내 룸메만 없다면 그냥 너 데리고 가는건데.”

  아아, 그렇습니까요.

  “...에이, 너 그냥 내 방으로 올래?”

  예예, 알겠습니다요...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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