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몇 주 동안 이 글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고민했습니다.
게시물ID : soda_20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고지선생님
추천 : 18/23
조회수 : 4239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11/03 12:57:12
옵션
  • 본인삭제금지
  • 외부펌금지
어쩌면 이 글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네요.

얼마 전에 한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지금은 베오베에서 내려간 것 같지만,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soda&no=1766


이 글을 요약하면

1. 애엄마가 식당에서 물은 셀프라는 직원에게 무슨 말대꾸냐며 진상부림

2. 근처의 고딩들이 그 애엄마더러 맘충이네 미친x년이네 하며 욕함

3. 애엄마는 음식 먹지 않고 나감


댓글을 죽 보고 있자니 둘 다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진 내가 혹시 꼰대는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을 시원하다고 하는 댓글 분위기에 저는 도저히 동조하기 힘들었습니다.

한 2주 넘게 저 게시물의 댓글들을 꼼꼼히 읽어 봤지만 내가 틀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저 고딩을 옹호하는 댓글 보니 무슨 독립운동가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스스로의 논리를 주장하시던데...



물론 본문의 진상 아주머니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그에 행한 고딩들의 욕설도 분명 문젭니다.

(이 글이 조작이라는 것은 둘째치고)

이것을 옹호하는 사람이 많고 그것이 오유의 대세가 된다면...

저는 '꼰대'의 길을 선택하렵니다.



우리는 흔히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도저히 극단적인 방법 외에 해결이 안되는 상황 때는 이것이 필요악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저히 바뀌지 않는 자들을 향한 죽창이라거나, 반민족 친일파 청산이라거나 라는 것 말이죠.

하지만 저 아주머니가 그렇게 악을 악으로 갚아야 될 정도의 극단적인 행위를 했을까요?

설령 그렇다고 한들, 이러한 행위를 옹호하고 박수치는 게 옳은 건가요?

우리 스스로 어떤 특정 집단을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을 악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무찌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물리치면 장땡,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행동은 매우 위험하며 흔히 말하는 극과 극은 통한다, 에 한 걸음 다가서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논지에 더 나아가면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뭔 짓을 해도 땡, 이라는 수구의 논지와 매우 흡사합니다.

항상 1번 찍는 사람이 이런 논리 펼치지 않았습니까?

비리 있으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되지.
똑같이 바꿔 볼까요?
쌍욕을 하면 어때, 맘충 쫓아내면 됐지.

이런 건 무슨 짓을 해도 상대를 누르면 끝, 이라는 건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메갈리안의 논지와 일치합니다. 메갈리안을 보시죠. 여혐에 미러링한답시고 남혐을 조장하다가 결국 괴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게다가 제일 큰 문제는 자기들이 괴물인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근묵자흑이라고 했습니다. 묵을 가까이 하면 시커매진다는 거죠.

악을 악으로 갚아도 된다 라는 결과주의론적인 생각은 좀 더 깊게 고찰하고 지양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검게 물들여지는 순간 우리의 논지는 힘을 잃게 됩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