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조합원들의 급여가 평균 9,700만 원이 되고 있는 것이 올곧이 그 조합원들의 노력의 대가인지, 아니면 2·3차 협력업체의 대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판단해 봐야 된다."
"자동차업종의 원청 (근로자 급여)을 100이라고 했을 때 1차 협력업체는 약 64% 수준, 2차 협력업체가 3분의 1 수준인 34% 수준, 3차 협력업체는 29% 수준이다."
-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7월 18일)
대기업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귀족노조'를 비판한 말이다.
대기업 근로자가 하청 중소기업 근로자의 몫까지 가져가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비판은 과연 합당한가.
일단 현대차 근로자 급여를 따져봤다.
현대차 공시를 보면,
작년 기준 1인 평균급여액이
남자 = 9,700만원
여자 = 7,400만원
평균 = 9,600만원 이었다.
남자 근로자만 보면 이 장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이 장관이 여자 또는 평균액을 제외한 건 조금이라도 더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그렇다면 임원의 급여는 얼마일까.
정몽구 회장 = 56억원
정의선 부회장 = 18억 6,600만원
김충호 전 대표 = 29억 9,600만원
(퇴직금 18억 8,900만원 포함)
윤갑한 대표 = 10억 5,300만원
평균 = 28억 7,900만원
이들 임원 급여 평균은 근로자 급여 평균의 30배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는 작년 기준으로 총 1조 795억 5,700만원을 현금으로 배당했다.
보통주는 주당 4,000원, 우선주는 주당 4,100원.
정몽구 회장은 5.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총 1,139만 5,859주.
보통주와 우선주 구분이 안돼 있으니 대충 중간값인 4,050원으로 계산하면
4,050원 X 1,139만 5,859주 = 461억 5,322만 8,950원
정몽구 회장은 대략 460억원의 배당을 받았다는 계산이다.
이것을 정 회장의 연봉 56억원과 합치면 516억원이다.
이 금액은 근로자 평균 급여 9,600만원의 538배에 달한다.
이쯤되면 근로자 평균 급여 9,600만원이 푼돈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어떻게 이런 '돈잔치'가 가능했을까.
작년 현대차의 매출은 44.4조원.
매출원가는 33.3조원이었고 매출총이익이 11조원에 달했다.
여기서 이런저런 비용을 다 빼도 당기순이익만 5.4조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현대차는 돈을 잘 버는 회사여서 임원과 주요 주주들, 근로자들이 돈을 많이 가져갔다는 얘기다.
물론 임원과 근로자 급여는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이들이 이런 '돈잔치'를 할 동안 하청 중소기업들은 왜 그 잔치에 끼지 못했을까.
같은 정부이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직권조사와 병행해 자진시정 면책제도를 적극 홍보해 원사업자의 신속하고 자발적인 대금지급을 유도하겠다."
"올해도 서면실태조사, 익명제보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업종을 중심으로 4월부터 순차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할 것."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3월 11일)
-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대구·경북지역 14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와 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의 발언.
원청업체에서 하도급대금을 후려치거나 제때 안주는 관행이 너무나 팽배해 있어 하청 중소기업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지난 몇 년 동안 하도급금 미지급이나 후려치기 등의 문제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도급법 위반 신고는 사실상 거래 중단을 각오해야만 할 수 있다."
- 당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표들의 발언.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간단하다.
어느 근로자가 월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돈을 제대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차는 돈이 남아돌고 하청업체는 배가 고프다.
단순히 근로자의 급여 문제가 아니다.
이기권 장관은 9,700만원을 비난하기 이전에 516억원을 비판해야 했고, 그보다 먼저 대기업의 폭력적인 하도급 관행을 이야기해야 했다.
이 장관은 결국 자신의 무지만 드러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