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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의 왕 과 구야국
게시물ID : history_204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량011
추천 : 10
조회수 : 201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4/23 02:40:53
박대재, "弁韓의 '王'과 狗邪國 -3세기 전반을 중심으로-" 란 논문을 한편 접했습니다. 솔직히 별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흥미로운 주장을 접하게 되었네요.

가야사야 원체 알려진게 별로 없는 분야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단 알려진 부분만 말해 보면 '전기가야연맹에서 후기가야연맹으로 이어지는 소국들의 연맹집단'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가야는 신라나 고구려 그리고 백제와는 다르게 하나의 소국을 중심으로한 중앙집권화에 실패했다 정도가 잘 알려진 내용이겠군요. 그런데 이 논고의 저자는 이런 잘알려진 기존의 가야사에 반기를 듭니다. 

사실상 이 논문의 핵심은 '은하정치체계'로 귀결됩니다. 
Tambiah 저 "The Galactic Polity : The Structure of Traditional Kingdom in Southeast Asia" 란 논문에서 처음 제기된 이론인데 동남아국가들, 그 중에서도 말라카 반도를 중심으로한 도서지역의 소국들의 위계질서를 다분히도 서양의 시각에서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된 이론입니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주로 무역 혹은 정치 권력의 하향적인 방향성에 의해서 교통, 물산의 요지에 위치한 정치집단을 중심으로 소국집단들이 은하의 원형을 이루면서 집단의 위계가 형성된다는 겁니다. 

1.jpg

은하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지역은 교통 혹은 물산의 요지로서 정치집단들 중에 가장 최상층에 위치하게 되고 그 주변부로 갈수록 교통과 물산의 중요도가 떨어지기에 정치 집단에서도 영향력이 감소하여 그 위계가 설정된다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관문사회' 정도로 설명이 될거 같습니다.

이어서 저자는 가야집단을 기존 학계의 방식 처럼 단순히 '연맹'이라고 부를수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은하정지체는 본질적으로 경제 혹은 정치권력에 따른 영향력이 실제 영토에서 펼쳐져 실제하게 되는 개념인 관계로 '연맹'의 기본 전제인 '소국들 간의 대등한 정치체를 기반으로한 공동 대응'이 필요로 하지도 형성하기도 적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영향력인데다 중심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그 소국의 중심에 대한 의존 내지는 충성도는 급격히 떨어지기에 연맹집단을 형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지요.

논문의 저자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2가지의 근거를 제시합니다. 
1. 구야국의 중심지인 김해 일대는 3세기경에 어로와 교역을 중심으로 생존하던 지역이다.
흔히 알려진 바로 김해 삼각주를 중심으로한 벼농사를 기본으로 구야국이 성장한 것이 있지만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김해 삼각주는 3세기 경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김해의 해안선은 지금보다 내륙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런고로 김해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삼국유사] 기이편 가락국기 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옵니다.
"좌우를 둘러보며 말하길, 이 땅은 좁기가 여뀌 풀입과 같다. 그러나 뛰어난 남다른 점이 있어 16羅韓의 거주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로왕이 가락국의 지세를 평가하는 부분인데, 재미있게도 땅을 좁다고 평가합니다. 한마디로 농사 짓기에는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어서 뛰어난 남다른점을 언급하는데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다분히도 교역의 중심지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2.  변한의 왕은 진한 마한의 왕과는 다르다.
[삼국지]에는 변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변진은 진한과 잡거하고 또한 성곽도 있다. (중략) (변한) 12국에 또한 왕이 있다.(有)"
반면에 진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보입니다.
"변한과 진한은 도합 24개국인데, (중략) (진한)12국은 진왕에 속한다.(屬)"
진한과 변한의 왕을 설명하면서 각자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데 변한은 '있다' 라고 표현한 반면에 진한은 '속한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표현의 차이를 변진한 간의 차이점으로 해석합니다. 
우선 '있다'라는 표현의 변한왕이 12국에 각각 왕이 있다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첫번째, [삼국지]나 이 책의 전거인 [위략]의 경우 이미 읍차 신지 살해 와 같은 토착적인 군장의 호칭을 적어놓고 있으며 
두번째, 구야국의 신지와 안야국의 신지가 더 존경받았다 라는 [삼국지]의 기록으로 보아 세력의 차이가 나는 소국집단을 통틀어서 왕이라고 칭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세번째, [삼국지]에는 변한의 12국에 '각자 거수 들이 있다' 라고 하여 신지 읍차 살해와 같은 군장들을 통틀어서 '거수'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국지] 동예옥저전에는 '군왕은 없고 각 읍에 장수들이 있다' 라고 하여 편찬자의 왕과 거수들간의 다른 인식을 분명히 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로 변한왕은 변한집단의 대표주자를 표현하는 호칭일 것이라고 저자는 추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진한의 '속한다'와 다른 변한의 '있다'를 해석해야만 하는데, 저자는 이를 '요동 - 낙랑 - 대방 - 마한 - 구야 - 일본' 으로 이어지는 당대의 교역로의 존재에 따른 구야국의 가야일대에 대한 영향력의 전개를 '있다'라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이야기 합니다. 
앞서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런 영향력의 전개는 사로국이나 고구려 백제와는 다르게 군사력에 기반한 영향력의 개념과는 다른 관계로 '관문사회' 혹은 '은하정치체계' 정도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변한의 왕의 존재는 다른 연맹집단(진한 마한)과는 다른 존재양상을 보여주었을 것이고 이를 [삼국지]에서는 '있다'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2.jpg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 논문을 통해서 김해에 기반을 둔 구야국이 낙동강과 남해안의 교역로의 요지에 위치하면서 주변의 소국들에 연맹이 아닌 '은하정치체'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냥 잡설입니다.)

그렇다면 전기가야는 과연 연맹왕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로국이나 백제 고구려와는 다르게 중앙집권화되는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고대국가로의 성장에 '실패'했다고 평가 할 수 있을까요?
논문의 저자는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저자의 논지를 따라가게 되면 결국 위의 질문에 도달할 수 밖에 없게 되는듯 싶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전기가야의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연맹'을 형성하기란 어려운 상황이었고 동시에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힘이 있는 구야국의 토지는 좁았던 관계로 막강한 군사력을 행사하기란 어려웠고 동시에 굳이 군사력을 기반으로한 연맹집단의 형성을 하지 않고도 경제적인 재분배(교역로에 따른)만으로도 가야집단을 통제할 수 있었을 테니깐 말입니다.. (물론 그 지배는 매우 한정적이었겠으나 이를 극복할 만한 역량을 좁은 토지를 가진 구야국이 과연 가질 수 있었을지 의문이고 말이죠. 여기에 더해서 위에서는 언급을 안했습니다만.. 포상팔국의 공격대상인 구야국을 [삼국사기]는 '신라의 변경' 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포상팔국의 구야국 공격이 신라에게 '변경'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질 정도라면 구야국의 김해는 사실상 변한과 진한의 경계에 가까히 위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구야국이 환경적으로 진한과의 갈등 내지는 간섭을 받았을 가능성을 내포함과 동시에 구야국의 태생적인 한계를 지목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위와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볼때. 구야국을 중심으로 하는 진한이나 마한과 같은 (가야)변한연맹집단의 형성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는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아간다면 태생적으로 '연맹'을 형성하지 않았고 또 적절하지도 않았던 변한을 진한과 마한의 발전양상과 동일시 여겨 '고대국가로의 발전에 실패했다' 라고 평가하는 것도 별로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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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용두사미로 끝난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아무튼 간만에 재미있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은 글이었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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