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군대는 인간수양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갔다가 돌아온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2년이나 3년이라도 전쟁이 있어 목숨을 잃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군대는 인간수양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때려서 고쳐주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 옵니다. 근성이나 의지가 생겨나고 책임감이라든지 사람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든가, 군대는 하나의 인간수양 단계였습니다."
보자면 우리가 흔히 보고 듣는 말과 거의 비슷하지 않습니까?
이는 바로 구 일본군에서 복무했던 한 일본인의 증언입니다. 어째 그때 당시의 일본군이나 현대의 한국군이나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은 어느 정도 공통가치분모가 있다는 점이 좀 소름끼치기도 하네요.
물론 구 일본군이라고 해서 모든 일본인들이 천황폐하만세를 쌍수들어 높이 외치며 반갑게 입대한건 아니었습니다.....
이들 역시 징병검사를 거쳐 군에 들어갈 수 있느냐 아니냐를 검증받았는데, 웃기게도 이들 역시 징병을 회피하기 위해 갖가지 위법행위를 했으며 이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1921년에 발행된 <군사경찰잡지>제 15권 제3호에서 발표된 요시자와 헌병 상등병이 쓴 <징병기피의 예방에 대하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위법행위들이 징병검사에서 실행되곤 했다고 합니다.
-도수 높은 안경을 사용하여 근시안이 되는 것/ 전혀 고장이 없는 눈을 근시처럼 호소하는 것/ 눈에 자극성이 있는 것을 넣어 안구를 충혈시키는 것/ 전날 밤 수면을 취하지 안호 다른 눈병이 있는 것처럼 호소하는 것/ 귓속 깊숙이 콩 종류를 넣는 것/간장을 다량으로 마시고 심장의 고동을 높여 심장 외에 질병이 있는 것처럼 호소하는 것/ 신검 2~3일 전부터 식사를 조절하여 신체를 쇠약하게 하는 것/ 손가락을 절단하는 것/ 고의발치(....)/ 항문에 옻을 발라 치질이 있는 것처럼 호소하는 것/신불(神佛)에 징병을 면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
이런 것을 보면 구 일본군이나 현대 한국군이나 공통적으로 징병제가 가진 한계점에 부딫히고, 사회가 군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지 싶습니다.
의무로 인하여 복무하게 된 군대라는 곳은 정말 죽도록 가고 싶지 않지만, 죽지만 않는다면 곧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되는, 누구나 거치게 되는 통과의례라는 인식 말입니다.
p.s : 최근 읽고 있는 책인 일본의 군대라는 책에서 본 내용들이며, 이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 같을 수는 없지만 한국군 역시 일본군이 겪었던 한계를 몇가지씩 거치고 있기에 좀 씁쓸하면서도 소름끼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