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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라노벨이 아닌 거 같은 라노콘 습작
게시물ID : animation_2041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VANGELION
추천 : 2
조회수 : 24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3/01 12:02:13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멈춘다. 어두운 세상. 시선에는 아무것도 없다. 분명 밝았던 달이 있었던 걸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숲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없었다. 어두운 숲 속, 그는 그렇게 멈춰 있었다. 숲도, 세상도, 함께 멈춰 있었다.

 

두근, 두근

 

그래서 그는 두려웠다. 심장소리가 묻히지 않는 정적이 두려웠다.


정적을 깨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낮추고 싶었다. 부수고 싶다는 파괴적인 충동까지 생각한다. 불안감은 파괴적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 고동을 듣고 추적할 것만 같았다. 물론 그것은 지대한 착각이다. 피해망상이다. 다름 아닌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자신에게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심장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질리 없다. 머리가 그렇게 판단한다. 혼란이 들어차던 머리가 식어간다.

그리고, 하지만, 머리만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떨리는 손과 흐르는 땀방울은 머리를 신뢰하지 않는 듯 하였다. 그는 그 배반을, 그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하구나, 그리고 손을 씻어서 물기가 남아있나보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안일함은 한 때는 분명한 그의 장점이었을 터인데. 지금도 그러했을까.



어찌되었건 그는 현실에 개의치 않았다.


정지한 시간 속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높은 담을 생각한다. 그녀의 가문을 생각한다.

검은 머리칼, 태양 아래의 반짝임, 그녀의 숨결. 숨결. 심장이 크게 요동친다. 잠깐 기억한다. 그녀의 또렷한 얼굴과 빠져드는 듯한 검은 눈동자를. 기억에서 바라본다. 잠깐 숨을 삼킨다. 세상이 잠깐 멈춘다. 세상엔 오직 그와 그녀뿐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때를 기억한다.

 

저기 저 여인은 누구죠?

 

사랑을 깨닫던 입술을 떠올린다. 그는 잠깐이나마 축제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세상을 채운 화약의 빛깔, 강렬하게 스스로를 유혹하는 여인들과, 미각을 죽이는 강렬한 음식들 사이로 그녀는 있었다.

그와 그녀의 선택과는 별개로 가문은 원수지간이었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가문의 어른들도 몰랐으며, 다만 오래되긴 오래되었다고 버릇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노래로 기록될 목소리를 외친다. 창문에 닿은 목소리와 햇빛이 반짝인다.

 

두근, 두근, 두근

 

그를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은 정적을 깨는 소음이었다. 다시금 울리는 자신의 심장소리였다. 비릿한 피의 맛을 그제야 깨닫고, 그는 다시 현실을 되찾는다. 걷는다. 바닥의 낙엽들이 바스라진다. 심장소리는 다시금 들리지 않고, 발걸음이 숲을 채운다.


사랑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

 


랑해

 


끊어지듯이 흘러나온 그의 말은 허공을 향한다. 숲의 나무에 부딪혀 부서지고 스러진다. 닿을 사람이 없는 소리는 고요했다. 정적에 삼켜진다


메아리조차 없는 심연이었다


그는 소리가 사라진 곳을 잠깐 본다. 그리고선 따라 걷는다. 이 숲 어딘가에 분명히 있던 오두막을 찾아간다. 이야기의 완결을 위해 그는 찾아간다.


오해할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사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말이었다.

그랬다.








라노벨이 아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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