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鄴) 땅에 유수(留守) 자리가 비자 모사 적황은 문후에게 서문표를 적임자로 추천했다. 업은 조, 한나라와 이웃한 땅이라 위나라도 상당히 신경써서 다스려야 했다. 그런데 막상 서문표가 업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한마디로... 망했어요. 연유를 캐물으니 "매년 하백(河伯)[1]이 장가를 들어 그 뒷바라지 하느라 등골이 빠집니다"하는 답이 나왔다. 뭥미 싶어서 자세히 알아보니, 날이 가물지 않고 물길도 잔잔하도록 매년 처녀를 인신공양하는 풍습[2]이 있었다. 무당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백에게 바칠 처녀를 물색하면, 관리들은 세금을 걷어 거하게 행사를 치르는 것.[3] 돈 있는 집은 딸을 살려야하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몸값을 바쳤고 가난한 집 딸들만 희생되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매년 이 짓을 했으니 백성들은 세금폭탄을 맞아 쪼들리고, 딸자식 가진 부모는 이웃 땅으로 도망가 인구가 감소해서 세수가 줄고... 서문표는 다음 번에 하백이 장가를 들면 자기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벼슬아치와 지역 유지를 비롯해 수천 명 구경꾼이 몰려들었고, 일흔 살 무당이 위풍당당하게 선두에 서고 젊은 무당 십여 명이 뒤를 따랐다. 서문표는 "하백의 신부 얼굴을 보자"고 요청했고, 산 제물로 뽑힌 처녀를 보더니 "이 오크는 뭐임? 이래서야 하백한테 체면이 서겠음? 아 시바... 무당님아 하백한테 가서 며칠만 유예기간을 얻어오삼. 내가 새끈한 처녀를 대령하겠삼."하더니 부하를 시켜 냅다 무당을 강물에 집어던졌다. 누구도 예상 못한 사태인지라 한동안 모두 벙쪄 있는데, 서문표는 태연자약 덧붙였다. "할망구가 늙어서 동작이 굼뜨네. 거기 빠릿빠릿한 젊은 무당님아가 좀 가보삼."하고는 또 무당을 강물에 집어던졌다. 두 명 더. 젊은 무당도 감감무소식(...)이자 서문표는 또 덧붙였다. 사태가 이쯤 돌아가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지만 서문표는 뻔뻔할 정도로 태연했다. 의관을 정제하고, 허리도 굽히고, '나는 하백의 답신을 존내 정중하게 기다리고 있음'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보였다. 물론 하백의 답신은 없었고, 서문표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무당도 삼노도 안옴? 에라, 나머지 관리하고 유지들 강물로 고고씽."하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했다. 일동 이마가 깨지도록 절을 하며 살려달라고 빌었고, 비로서 서문표는 "앞으로 하백을 장가 보내겠다는 새퀴가 나오면, 중매 서라고 내 친절히 강물에 던져주겠삼. 콜?"하고 선언했다. 이후로 업 땅에서 산제물을 바치는 풍습은 사라졌으며, 흩어졌던 사람들도 다시 모여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