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의 노을.
길을 걷다 문득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기운에 하늘을 올려다 보았던 기억이 많이 떠오른다.
밤새 내리고 아침에 그친 듯, 차갑지만 매섭지 않았던 겨울 풍경.
특유의 푸근하고 풍요로운 분위기에 매료되어 저택을 마련하고 이사 한번 안 가고 눌러앉은 도시 화이트런.
멀리 모험을 나섰을 때면 돌아갈 고향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만인의 연인이었던 리디아를 기반으로 만들었던 니디아.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동료.
스스로 신을 자칭하고 장구한 세월 동안 탐리엘 곳곳에서 신처럼 숭배받고 있는 인간, 탈로스의 석상.
요르바스커의 두 기둥, 팔카스와 빌카스 형제.
요르바스커에는 에일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전사가 있지만 그곳에 간판이 있다면 이들일 것이다.
스카이림 지방의 수많은 대장장이들 중 가장 많이 찾았던 대장장이 아드리안. (이웃집이라서.)
명실상부한 스카이림 최고의 대장장이 에올룬드 그레이메인.
비그나 그레이메인의 형제이자 탐리엘에서 유일하게 스카이포지 강철을 제련할 수 있었던 대장장이.
딸이 있는 미망인임에도 불구하고 화이트런 남자 절반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카를로타 발렌티아.
늘 붙임성 있고 싹싹한 말씨지만 남자들이 추파를 던질 때마다 머리 아프다는 듯 귀찮아 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스카이림 지방의 야를 중 가장 좋아했던 발그루프.
"야를께서는 제국의 편입니까? 아니면, 스톰클록의 편입니까?"
"나는 화이트런의 편이네."
회색의 현자들을 만나기 위해 탐리엘에서 가장 높은 산인 세상의 목젖을 오르며.
게임에서 오르는 산에서도 가슴이 벅찰 수 있다는 것을 느꼈었다.
세상의 목젖 중턱에 위치한 하이 흐로스가. 이곳에 회색의 현자들이 은둔하고 있다.
하이 흐로스가에서 명상 중인 안기어.
막강한 힘을 가졌음에도 묵묵히 정도의 길을 길을 추구했던 이들의 대표자.
비가 내리던 어느 평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악에 맞서 홀로 암흑빛 탑을 지켰던 마법사이자 가련한 딸이었던 일리아.
차가운 도시 윈드헬름.
그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그림자 속에 잔혹함이 만연하던 곳.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도시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지난 날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던 랄로프.
스톰클록 진영에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인물.
스카이림에서 모험을 시작한 수많은 모험가를 미아 내지는 사망자로 만들었을 광대한 규모의 블랙리치.
소환 마법사의 소환수 중 가장 우아하고 멋지다고 생각되었던 화염 아트로나크.
여행 중 마법사들에게 습격을 당했을 때, 처음 그 모습을 보고 화려한 외형과 움직임에 감탄했었다.
팬달 가라사대 스카이림 최고의 미녀라는 카밀라 발레리우스.
여전히 리버우드 마을에서 스벤과 팬달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다.
이채로운 바위빛의 도시 마르카스.
고대 문명, 혹은 남미 유적에 방문한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아했던 도시.
일상이었던 용들과의 사투.
2년 넘게 제대로 된 공격 마법도 배우지 않고 활이나 쇠뇌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양손검 한 자루만 들고 다녔기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용들과의 싸움은 늘 고역이었지만 그래서 더 즐거웠다.
2012년 4월과 5월에 공개됐던 앨리스와 루시아. 근래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NPC들과 비교해도 손색이나 이질감이 없다.
음습한 안개 아래 검은 뿌리를 둔 도시, 리프튼.
도둑들 때문에 어둡지만, 그래서 활기찬 도시이기도 하다.
정의롭고 유능한 모험가이자 명검 그림시버의 주인, 암사자 묠.
고고한 도시 솔리튜드.
시로딜 지방의 임페리얼 시티나 스킨그라드에 비하면 수수한 도시지만 벼랑 위에 우뚝 서 초연한 매력을 품고 있다.
임페리얼 시티의 외관이 화려한 황제의 모습이라면 솔리튜드는 긍지 높은 여왕의 모습이다.
바다 건너로 보이는 모로윈드의 붉은 산.
결국 분화한 붉은 산을 보고 있노라면 먼 옛날 네레바린의 길고 길었던 싸움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자칭 모로윈드 최고의 검사라는 텔드린 세로.
그런데 화염 계열의 파괴 마법과 화염 아트로나크를 소환하고 심지어 치유 마법까지 구사하는 마검사였다.
솔스타임을 유랑하며.
스칼 마을의 스토언과 프레아.
용감하고 강인했던 부녀.
진정으로.
스카이림 지방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모습의 텔 미스린.
스카이림 지방의 툰드라를 벗어나 모로윈드 지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러 매체에서 유명했던, 도전자들을 -말 그대로- 하늘의 별로 만들어버렸던 거인.
헤르메우스 모라의 왕국이자 그의 도서관, 아포크리파.
전 우주의 지식을 수집하여 저 끝없는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열 일곱의 데이드릭 프린스 중 하나이자 지식과 운명의 데이드릭 프린스, 헤르메우스 모라.
그리고 데이드릭 프린스 중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프린스.
최초의 드래곤본, 미락.
한 명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음에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다른 한 명은 돌아가고 싶은 고향에 대한 열망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외딴 세상에서 서로 막강한 용언을 퍼부으며 싸웠던 상대.
한밤의 보랏빛 오로라.
비운의 여주인공 세라나.
악몽 같았던 소울 케언과 -소울 케언과 블랙리치가 악몽이었다면 악몽, 지옥, 절망을 다 합친- 다크폴을 함께 누볐던 흡혈귀 동료.
안타까운 이야기의 여주인공이었지만, 손짓이며 몸짓이며 말투며 가장 재미있는 동료였다.
길이 없어서 길을 잃는 광활한 소울 케언.
땅의 바다.
강대한 용이자 친구에게 쿼나린의 칭호를 준 소울 케언의 더네비어.
흡혈귀에 맞서는 단체인 던가드의 요새.
사진에는 없지만 흡혈귀 사냥꾼들과 안 어울리게 주변 경관이 굉장히 아름답다.
치머 종족 전체에게 저주를 내렸던 데이드릭 프린스, 아주라의 석상.
윈터홀드 마법 대학.
마법을 배울 목적으로 갔던 적이 없어 잘 모르는 곳이지만 학생들이나 기숙사 등 분위기를 보면 재밌어 보이는 곳이었다.
대마법사 사보스 아렌.
드웨머의 유적.
드웨머를 만날 수는 없지만 드웨머가 남긴 그 장대한 유적들은 스카이림 지방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광활한 빙원 위에서 펼쳐졌던, 가장 치열하고 격렬하고 박진감 넘쳤던 전투였던 두 쌍둥이 용, 보스라룸과 나스라룸과의 전투.
많은 비극의 원흉이자 오만했던 배신자, 버써.
달에서 만나기로 했던 리버와 조니.
'투 더 문'을 너무 인상 깊게 했던 때였고 바로 NPC로 만들었다.
스카이림 지방의 동굴과 유적에서 수도 없이 싸웠던 드로거들.
언제나 골치 아프게 환영해주는 친구들.
마법사 셉티무스 시그너스를 찾아 헤맸던 북해.
퓨처 워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었다.
일흔다섯 개의 도전 과제 중 마지막으로 완료했던 도전 과제, 전설의 용.
찾는 것도 일이었지만 무찌리는 것도 일이었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내린 계곡.
세상의 파괴자, 알두인.
날개짓으로 대지를 뒤흔들고 하늘에서는 불의 비를 뿌리며 맹포한 포효로 대기를 찢던 평생의 적.
삼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무던히도 싸웠던 주인공.
날아가는 오다빙을 바라보며.
많은 장면이 떠오르지만 이 장면은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장면일 것 같다.
그리고 여행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