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님이 주민등록상 생일이 12월 15일입니다. 바로 오늘
겨울에 태어났지요. 해마다 겨울이 오면 저는 기타를 치면서 겨울아이 노래를 연습했고
각시님의 생일에 가끔 불러 주기도 했습니다 . 또 그노래 부르냐며 딸에게 약간 핀잔을 듣기도 했었지요.
평생 음력으로 생일을 쇠었는데 오늘은 양력 생일을 쇠게 되었습니다.
음력생일은 10월이라 이미 지나버렸고 식구들 죄다 까먹고
각시님에게 슬픔을 안겨 주었습니다.ㅠㅠ
지난 주 어느 날 아침 밥상에 팥밥과 미역국이 올라왔는데 평소에 저라면
"어 오늘 누구 생일인가? 왠 팥밥이야?" 라고 했을텐데 몸이 아파 만사
귀찮아서 팥밥인지 콩밥인지 말도 않고 입맛없이 억지로 먹고 아무 말도 안했지요.
그런데 각시님 ....그 날이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아무도 몰라주면 화라도 내야지....
며칠이 지난 후에야 생일 잊은 걸 눈치챈 딸이 엄마 찾아가 미안했다고 울고....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아 "미안해 얼마나 속상했어 말 좀 하지 그랬나?" 했더니
"많이 슬프더라 말하기 싫고..." 결혼 후 지금까지 각시생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데
내가 선물을 못해줘도 노래를 불러 주고 아침에는 아이들에게 "오늘 엄마 생신이니 축하해줘라"
하고 공지를 하곤 했었는데 각시님 속으로 얼마나 슬펐을지 미안하고 내 마음이 참 안 좋습니다.
그나마 주민등록상 생일인 오늘 딸과 사위가 마련해 준 외식자리를 함께해서 맛나게 샤브샤브도 먹고
사위로부터 꽃다발 선물도 받고 케익도 받아서 마음이 조금은 풀렸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 잊지 말고 잘 챙겨 줍시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 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