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수도권 1순환으로 진입하면 처음 마주하는 것이 김포대교 입니다. 당산철교만큼음 아니지만 오후에 그 다리를 지나면 꽤 멋진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고요. 수도권 1순환에서 가장 붐비는 정체구간, 김포톨게이트-시흥톨게이트 구간의 시작이기도 한 다리입니다.
김포대교를 지나가다 시흥방면 기준 오른쪽을 쳐다보면 강의 유속을 조절해주는 보가 있는데요. 이 보의 경계에는 사시사철 철새들이 도깨비바늘 마냥 둥둥 떠다닙니다.
요즘같은 겨울에는 추울법도 한데 그 강바람을 맞으며 어떻게들 그렇게 잘 버티고 있는걸까요. 대견합니다.
사실 이 철새들이 보에 모여있는 이유는, 유속이 느려지면서 온갖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웅어.. 장어.. 붕어... 새들에게는 그야말로 뷔페나 다름없겠네요.
어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곳은 황금어장이라고 합니다. 쏘가리며 장어같은 고기들이 쉽게 잡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계에도 일조하는 곳입니다.
보를 만든 이유와는 조금 어긋났지만 그래도 인간과 동물 양쪽에게 좋은 결과가 되었으니 인간이 만든 것 중 꽤 괜찮은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때때로 서슬퍼렇고 낡았으며 불행한 일들로 가득하다고 조소하지만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기분이 조금 나아집니다.
"잠깐만요! 나도 있어요!"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불행과 나쁜 것들이 나와 세상을 뒤덮었을 때 겁에 질린 여자가 황급히 상자를 닫았고, 그 안에서 마지막 남은 목소리가 자신을 꺼내달라고 했다죠.
여자는 상자를 다시 열었고 그 안에서 들린 목소리의 정체는 '행복' 이였다고 합니다.
이 서슬퍼런, 때로는 불행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광경을 보며 행복이라는 목소리를 떠올렸듯이, 힘들고 추운 이 시절에 소소한 기쁨과 어떤 생각의 조각들을 떠올리며 때로 그것들을 모아 한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쩌다보니 김포대교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가 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떤가요?
여러분은 김포대교 아래의 생태계를 알게 됐고 전 근자에 쓴 글중 꽤 괜찮은 글을 썼으니 서로에게 이득이 된 순간을 즐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