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담배를 처음 피운 것은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였습니다.
당시 다니던 독서실에서 중학교 동창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담배 피우는 것을 보고
"나도 한 대만"으로 시작해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엔 제가 담배를 사서 피우게 되더군요.
물론 학생신분이라 대놓고 피우진 못 하고 몰래 숨어서 피워야 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걸리진 않았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대놓고 피웠습니다.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는 골초였지요.
그렇게 1년 반 이상을 흡연하다가 어느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목이 너무 답답한 겁니다.
기침을 하다가 가래가 나와서 뱉었는데 시커먼 가래가 엄청 많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담배를 서서히 줄여나가다가 담배를 끊게 됐습니다.
약 6개월 동안 금연을 하다가 술자리에서 술김에 또 담배를 피우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는 끊을 생각도 없이 계속 15년 정도를 매일 한 갑정도 피운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전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연애 중이었는데 데이트를 할 때는 담배를 안 피우다가 데이트가 끝나면 담배를 피웠습니다.
결혼을 앞둔 상황에서 전 아내가 결혼 전에 담배를 끊는 것이 어떠냐고 하길래
노력해보겠다고 말하고 몇 달정도 담배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결혼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피우게 되더군요.
아내의 잔소리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그 때 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아내를 보낸 후 저는 다시 담배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도 저는 계속 담배를 피웠습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제가 담배를 피우는 것에 별 말을 하지 않았지만,
임신을 하게 되자 저에게 담배를 줄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제한을 뒀습니다.
하루에 담배 5개피가 리미트였습니다.
하루 한 갑(20개피)가까이 피우던 저에게 하루 5개피는 너무 적은 양이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담배 갯수를 늘려달라고 했지만 아내는 단호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의 앞에서는 5개만 피우는 척 하고
아내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몰래 담배를 피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이것을 눈치챘는지 제가 나갔다 들어오면
제 손과 입에서 담배냄새가 나는지 체크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고 돌이 되어갈 무렵
자고 있는데 아침에 아내가 절 깨우더군요.
컴퓨터 방에서 한국어공부를 해야 하니 저보고 딸램을 좀 보고 있으라고요.
아내는 공부하러 들어가고 딸램은 침대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서 멍하니 있자니 담배가 피우고 싶더군요.
딸램은 자고 있었기에 잠깐 나갔다와도 괜찮겠지 싶어서
저는 딸램 혼자 두고 밖으로 나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왔습니다.
들어와 보니 집 안이 난리였습니다.
딸램이 제가 나간 동안 침대에서 떨어져버린 겁니다.
다행히 침대 프레임을 다 빼고 매트리스만 바닥에 깔고 있어서 높이가 낮았고,
바닥에도 두꺼운 매트와 이불을 깔아둬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많이 놀랐는지 크게 울고 있더군요.
아내도 다른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아이 울음소리에 나와보니
아기 혼자 바닥에 떨어져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는지
저를 보면서 큰 소리로 뭐라고 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무슨 말이었는지 물어보니 담배를 끊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말이었답니다.
어쨌든 제가 잠깐의 흡연욕구를 참지 못 하고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온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그깟 담배가 뭐라고 아이까지 돌보지 못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날로 담배를 끊고 오늘까지 금연 중입니다.
아래에 어떤 분이 담배를 끊은 이야기를 쓰셨길래 저도 한 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