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글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가장 행복한 부분을 써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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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고싶어."
"바다? 갑자기?"
"파란 바다. 그게 내 인생에서 너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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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행복한 부분을 쓰고 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그 뒤를 쓸 수 없다.
이런 내 상태를 본 문수림 작가가 말했다.
"끄덕끄덕. 마주하는 시간에 서 계신 거죠.
그런 적이 없었다면, 꽤 오랜 시간 힘드실 겁니다.
전 그런 지옥 같은 순간이 왔을 때마다 펜을 들어서 이렇게 살아있습니다만...
안해보던 이가 해보려고 하면... 많이 아플 겁니다.
마주하는 것 자체가 극도로 싫어서.. 그냥 무기력해진 상태로 몇날 며칠이 흘러도 제자리인 것 같은 고통이 있을 수 있어요.
많이 힘들면 원고를 멀리 치워버리고 일상으로 돌아오세요.
때가 되면 절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와닿았다.
그래. 도망치고 있는거다.
잠으로 무기력으로..
과거의 고통에 잠식되어 있는거다.
나는 공포스러움에 마주보고 있지 않았다.
마주 볼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마주봐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아니 지금도 그저 무엇이든 해볼 뿐
어떻게 마주봐야 하는 지 알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준 문제라고 생각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니까.
그러나 그냥 내가 덮고살자 했으니 지나간 것이었다.
실제로는 속에 감춰두고 나도 보지않고
잊었다 생각한 "아픔" 자체였다.
기차표를 예약했다.
지금 기분으로는 그 무엇도 되지않을것 같아서 말이다.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었다.
그런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가지 못했다.
20년전
2년6개월을 사귀고 6개월을 더 싸우고 이별하면서
그 작은거 하나를 왜 못했을까?
그 작은거 하나를 왜 못해줬을까?
미련일까?
미련한걸까?
지금에서야 후회 한들 만나서 사과도 못하고
아니 살았는지도 죽었는지도 모르는 그 사람이
불현듯 생각나서 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걸까?
왜 얼굴은 생각이 안나는데 웃는 미소는 기억나는걸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사진하나 남지않은..
아니 남기지않은 첫사랑은
허망하게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나는 혼자 바다를 보러 갈거다.
가서 무엇이든 시도는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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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에서 쓴글을 그대로 퍼온거라 반말입니다.
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