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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명절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2032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택시운전수
추천 : 8
조회수 : 109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4/09/17 15:06:35

저는 장손입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저도 장남이죠.


증조할아버지도 장남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3대째 장남인 것만 해도 엄청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1년에 명절과 제사를 합쳐서 대여섯번의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모든 행사를 저의 어머니께서 다 치러내야 하셨죠.


숙모님들이 와서 도와주신다고는 하지만 전날 혹은 당일에 와서 조금 도와주고 마는 정도였고


그 외 장보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밑준비는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장손에게 시집을 온 어머니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였고 


그래서 20여년을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사셨답니다.


그러다가 제가 성인이 될 무렵 어머니께서는 파업을 선언하셨습니다.


이제 더이상 우리 집에서 제사는 지내지 않겠다.


천주교식으로 성당에 연미사를 신청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대신 명절때만 와서 밥이나 먹고 가라.


이상이 대략적인 저희 어머니의 파업 선언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온 집안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우리가 뭐 서운하게 한 것이 있냐고 


작은 아버지들이 어머니에게 묻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답하신 이유는 다름아닌 바로 저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명절에 제사에 1년에 대여섯번 씩 상을 차려야 하는 집안에 어떤 여자가 시집을 오려고 하겠냐.


우리 아들 장가도 못가고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꼴 나는 못 본다.


내가 여기서 악습을 끊어야 그나마 ㅇㅇ(제 이름)이가 장가갈 가능성이 늘어난다.


어머니의 합리적인 이유에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수긍을 했고 


그 이후로 우리 집안에 제사와 명절 차례는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저도 연휴동안 제 가족들과 여행계획을 잡는 바람에


어제 있었던 성묘도 못 가고 오늘 아침에 부모님 댁에서 간단히 식사만 하고 집에 들어와 쉬고 있습니다.


오유분들 모두 행복한 명절 보내셨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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