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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철이
게시물ID : freeboard_2031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논개.
추천 : 4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4/09/01 17:32:10

언젠가

 

일곱 살 터울의 내 동생을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가 있었다

 

동네 어귀 어딘가

개천 아래 살던 아이

 

항상 줄줄 흐르는 코를 손으로 슥 훔치고는

바짓가랑이 어딘가에 문지르며 헤- 웃는

그 아이가 내 동생은 탐탁지 않았나 보다

 

한 번씩 먹을 걸 들고 와 동생에게 줄 때면

신중하고도 비장한 표정을 한 채로 눈알을 굴려

나름대로 깨끗한 옷가지에 비벼 건네주기도 했지만

역시나 동생은 탐탁지 않았나 보다

 

어느 날인가

 

얼굴엔 여전히 땟자국이 흥건한 채

자신에게 건네는 빵인지 뭔지를 건네는

손을 바라보다가는

그 아이의 배 곪는 소리에

문득 어쩌면 처음으로 그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자신은 처음이지만

항상 자신을 바라봤을 그 아이의 눈에는 그리고 얼굴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었고

동시에 많은 것이 결핍돼있었다

 

도망치듯 뛰어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동생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늘 그 아이가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말을 섞기도 하고

때로는 코 흘리는 그 아이에게 수건을 건네기도 했으며

한 번씩 마주 보며 웃었다

 

비가 많이도 내리던 그 어느 날

 

그 아이 아니 관철이는 사라졌다

누군가는 불어난 물에 떠내려갔다 했고

누군가는 수배자인 아버지 때문에 도망갔다고도 했다

 

개천 아래를 바라보다

손으로 코를 훔쳐본다

닦을 곳이 없이 허공에 머물 뿐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7hjieun/223568379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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