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나는
불 꺼진 방안에
책상 아래 웅크린 채로
가만히 있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은 그럴 때면
왜 그러는 거냐며
날 붙잡아 끌어내고는
이내 서로를 향해 소리 지르고
던지고 싸우고는 했다
시시비비를 가릴 누군가가 필요했던 건지
아니면 그저 관중이 필요했던 건지는 모른다
그저 난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못한 채
홀로 두 손을 들고 벌을 서는 나날이었음을 기억한다
세상을 등진 채 누워
창으로 비치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면
울고 있는 나의 얼굴이 보였다
어린 나의 세상은 그 두 가지뿐이었다
지금이라고 뭐가 다를까
나라도 좋은 어른이 되어야지
아직도 홀로 벌을 서고 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7hjieun/223567681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