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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누나
게시물ID : freeboard_20295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논개.
추천 : 6
조회수 : 12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8/04 00:15:56

 

어릴적 아파트로 이사간다며 들떳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난다

 

뭔지는 잘 몰랐지만 엄마가 좋아하니 좋은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좋긴했다

 

전전하던 반지하와는 다르게

 

볕이 들었고 거실 옆으로는 방 하나가 놓여져 있었으며

 

단지 사이에는 놀이터와 당시 나에겐 생소하던 상가라는 건물들이 있었으니

 

그 변화가 기꺼운건 나와 엄마 뿐은 아니었나보다

 

도박과 폭력을 일삼던 아비도 한달즈음은 조용했던걸 보면

 

하지만 다시금 되풀이 되었을때 의외로 난 아무렇지 않았다

 

어쩌면 언제쯤 날 때릴까 걱정하던 시간에 비하면

 

오히려 그 돌아온 일상이 안심되었던것 같기도 하다

 

지금에 와서 다닥다닥 붙은 영구임대 아파트를 떠올려 보자면

 

개미굴을 뒤집어 거꾸로 지상에 세워논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쯤 부터 나의 불행을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했던거 같다

 

얼토당토 안한 이유로 옷이 발가 벗겨서 집 밖으로 쫒겨날때면

 

또 옆집의 누군가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하지만 나와 비슷한 이유로 집 밖으로 나와 있었으니까

 

그 어느날이었다

 

복지관에 다녀오는 길 나는 기다란 복도를 지나고 있었고

 

이내 쿵 소리가 들렸다

 

복도 담벼락 끝을 잡고 메달리자 교복 치마 끝자락이 보였지만

 

이내 누군가에 의해 끌어내려졌다

 

쿵인지 퍽인지 그 오묘한 소리만 아직껏 귓가에 맴돌 뿐이다

 

열다섯 

 

월평 주공 아파트 101동 어딘가 내 위에 살던 누나는 죽어버렸다

 

스스로를 밀어버린건지 세상이 당겨버린건지는 모른다

 

그게 내 생에 처음 마주한 죽음이었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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