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지도, 세심하지도 않고
오히려 덜렁대는 성격에 좋은게 좋은거란 인생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내가 남편과 부하를 만들었다 히히
현재 43일차 육성 중. 이제 슬슬 적응이 되어가는거 같기도 하고...
세이브도 안되고, 엔딩을 보려면 한참 멀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하루하루 플레이하는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 중!
부하는 나에게 41주만에 유도를 통한 12시간의 자연분만 진통을 주고 결국 제왕절개로 튀어나왔다.
3.77kg/ 53cm, 무게는 우량하지 않았으나 키는 큰 편인 그런 부하였다.
나는 이 날을 기점을 내진 트라우마를 얻어 입원해있는 4박 동안 내내 악몽만 꿨다.
부하는 힘이 센 녀석이어서인지 젖도 잘 빤다고 했다. 빨기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도 이 놈은 가열차게 유선을 뚫어주었더랬다.
그래서인가... 아직까지 젖몸살이란 것을 한번도 경험 해보지 못했다. 이건 땡큐.
조리원으로 옮겨 2주 동안 원치않은 감금 생활을 하며 오로지 부하의 밥을 챙기는 나날을 보냈다.
부하만 낳으면 임신 전 몸으로 금방 돌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임신 시 10kg만 쪄서 아기 낳으면 다 빠질 줄 알았는데 조리원에서 운동을 그렇게 해도 5kg만 빠진 채 나왔다.
다시 친정으로 2주 동안 귀양을 가서 엄마의 잔소리+부하의 울음에 시달렸다.
무려 한달을 미역국만 먹었지만 내 세치혀는 늘 새로 먹는 것처럼 맛있어 하더라.
모유 수유란 것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너무 세게 빠는 녀석 때문에 유두가 남아나질 않았지만 죽어라 물렸다.
솔직히 이때까지는 모성애가 별로 없었다. 젖은 오기로 물린 느낌이다. 모유를 먹여야 좋은 엄마라고 하니까.
부하가 울면 엄마가 가서 달래주고 잘 때도 엄마가 끼고 잤다. 그래도 별 불만이 없었다.
부하 때문에 미리 우리 집에서 귀양 가 있던 삼룡이(고양이)랑 노는게 더 좋았다. 고 녀석 동생이 생겨서인가 엄청 앵겨대더라.
2주가 다되어 갈 때즈음이야 혼자서 부하를 기를 생각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놈)은 집을 치워놨다고 했지만 한달 동안 내가 없이 방치된 집은 던전 같았다.
새 집에 적응하기 위해 피를 토하듯이 우는 부하를 남편한테 안겨놓고 미친 듯이 집을 치웠다.
부하는 까다로웠다.
놈은 배가 고프면 밥을 내놓으라고 울었고 졸려도 재우라며 울었다.
첫 날 요리재료가 없어 짜장면을 시켰는데 결국 두 젓가락 먹고 다시 내놨다.
하지만 남편(놈)은 탕수육까지 깨끗이 먹었다. 원래 눈치가 없는 사람이었다(근데 잘생김. 용서ㅇㅇ)
그렇게 첫 날이 지났다. 저녁에는 좀 가라앉아서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부하는 급속도로 집에 적응을 했다. 먹으면 자고 혼자 놀다가도 자고 오히려 심심했다.
집안일도 하고 아가 용품도 삶고 운동도 했다. 난 깨끗하니까 매일 샤워도 했다.
그렇게 잘 지내나 싶더니...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놈이 잠을 안자기 시작했다.
3시간씩 두 번 낮잠을 잤는데 30분짜리 한 번으로 줄었다. 물론 잠을 잘 안자는 것 뿐이지 울지는 않아서 괜찮았다.
밤에는 더 가관이었다.
분명히 안겨있을 때는 천사같이 자더니 내려만 놓으면 나 죽는다고 울었다.
갓 한달 된 녀석이 발달만 빨라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악을 쓰면서 운다.
남들이 들으면 우리가 애 잡는 줄 알지않을까, 이웃들 눈치가 보인다.
그렇게 1시간을 씨름하다 결국 젖을 물려서 기절 시키듯 재운다.
다행히 밤에는 한 번 잠들면 잘 자주는 녀석이었다. 무조건 4시간- 꿈수-3시간을 잤다.
놈은 엄청 먹었다.
43일차 현재 분유를 하루 네번 먹는다. 아침 120/ 점심즈음 140/ 오후 120/ 막수 140
사이사이는 모유를 먹는다. 직수여서 얼마나 먹는지는 모르지만 평균 분유 520~560+모유인데 배를 곯지는 않는거 같다.
이걸 매일매일 먹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유두 혼동 따위 녀석에게는 없다. 뭘 줘도 잘 빤다.
가끔 다 먹이고서 빼면 배 덜 찼는데 뺏었다고 운다.
지금 6.1kg에 61cm가 되었다. 소싯적 쇠질을 좀 했던 나인데도 안아서 들어올리는게 버겁다.
잠투정에 지친 우리는 며칠 전 부터 수면교육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안눕법으로.
자장가는 부하가 좋아하는 과수원길을 택했다. 남편과 나는 매일 밤마다 과수원 혈맹을 맺어 파티를 돌았다.
부하는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과수원길을 30번씩 걸었다. 가끔은 40번이 되기도 했다.
처음에는 로맨틱한 가사라며 사랑을 듬뿍 담은 눈으로 불러줬는데, 점점 아카시아 꽃이고 나발이고 힘들어졌다.
망설이다가 공갈 젖꼭지를 사 보았다. 웬걸? 10분만에 잠들었다. 우리 혈맹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녀석은 10시에 목욕 후 밥을 먹고 11시에 잠이 들어 7시에 일어난다. 도중에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디 잘못된 줄 알고 지켜보느라 잠을 못잤다. 다음에는 젖이 땡땡 불어 아파서 새벽에 혼자 일어나 유축을 했다.
어느 날 아침에 기저귀를 가는데 붉어서 책을 보니 탈수 증상이라고 했다.
그 뒤에는 깨워서 젖을 준다. 먹고 잔다. 안깨우면 7시부터 또 자기만하니까 도중에 깨워서 먹여야한다.
물론 지금도 잔다. 그야말로 리틀 잠만보랄까. 밤 11시- 오후 1시까지는 잠이다. 그대신 낮잠을 잘 자지 않는다.
그래서 부하가 잠이 든 오전에 무조건 내 일을 한다. 밤에 쓴 젖병과 공갈을 삶으면서 집을 쓸고 닦는다.
삶아진 것들을 살균기에 넣고 돌려놓고 어제 사용한 옷과 가제수건을 삶고 세탁한다. 그 사이 설거지.
어제 널어놓은 빨래를 개서 정리하고 새로 나온 빨래를 널고 아침 운동을 한다.
남편이 일어나면 두유 들려 보내고 아침을 먹는다.
사이사이 부하를 들여다 본다. 날갯짓을 하며 잔다. 이제야 모성애가 생기나, 이불에 짓눌린 볼 살만 봐도 깨물어 주고 싶다.
놈이 좀 빠른거 같으니까 50일의 기적이 왔다고 믿고있다. 100일이 되면 상황이 급변할까봐 겁난다.
그래도 지금은 뭐, 살만하다. 매일매일 새로운 몹을 도는 느낌이지만...
결론은 여러분 공갈 사세요 천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