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이야기같아. 그런 느낌 알겠어? 아주 어릴때 어머니가 날 붙잡고 읽어주신 동화책 내용같은, 너무나 오랜만에 듣게된 이야기인데도 귀에 낯익고 괜시리 웃음이 새어나오는듯한 느낌말야. 너에게 나는 그런 아주 오래된 이야기같은 느낌이야. 차가워진 바람이 얼굴에 스치니까 나도 모르게 네 생각을 했어. 한동안 말야, 네 생각하지않으려고 노력했어. 생각나면 자꾸만 보고싶어지고 보고싶어지면 행여나 너에게 연락하게 될까봐 겁났어. 만신창이같은 모습으로 전화하고 네가 또다시 나에게 실망할까봐 그래서 생각안하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오늘 불연듯이 네 생각이 밀려들어왔어. 차가운 바람이 어느 순간 날 그 날의 나로 만들어버렸어. 얼어붙은 손, 차갑게 식은 외투, 빨갛게 상기된 얼굴 어느 순간 나는 또 다른 시간에 서있어. 자꾸만 가슴 한켠에서 불안한 마음이 생겨나. 끊임없는 걱정과 끊임없는 초조함이 마음 한 귀퉁이에서 날 찔러. 누군가가 분명 네 옆에 서있을것만 같은 느낌이야. 과거를 후회하고 있어. 그때 내가 조금더 당당한 사람이었다면 남들에게 번듯한 사람으로 보였다면 그때 널 붙잡았더라면 순간순간의 후회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어느 해변처럼 밀물같은 후회들이 밀려와서는 자취도 찾을수 없게 날 덮어. 벌써 일년이야. 불과 두달이면 내가 너에게 말했던 시간이야. 설레고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 하지만 가슴 가까이 붙은 가시때문에 두근거릴때마다 가시가 가슴을 찌르고 있어. 어느 노래 가사말처럼 하루는 길어도 일년은 짧다던데 맞는 말 같아. 길고 긴 하루를 마감하는데 어느덧 일년이 지났어.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조금만 더 기다릴께. 일년의 기다림의 마지막이니까 웃으면서 찾아갈께. 행여나 다른 누가 그 옆에 서있다고해도 너도 웃어줬으면 해. 너 웃고 있으면, 행복한 얼굴이라면 나도 웃으면 돌아갈테니까. 바람이 무척이나 차가워. 여름내 사용한 선풍기를 씻어서 다락에 올리고 꺼내둔 반팔셔츠들을 넣고 긴팔 옷들을 옷걸이에 걸어. 차가운 바람 너무 많이 쐬지말고 건강하다고 옷 얇게 입지말고 이제는 두툼한 옷들을 챙겨. 감기걸리지말고 몸관리잘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