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막장 지도자 이긴 한데.. 사실은 좀 미묘한 인물 유방입니다.
사실 저에게 유방은 가장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한때 창천항로에 빠져든 적이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조조 대신에 조조 빰치게 악날하고 뻔뻔했던 인물 유방을 좋아했더랬지요.
당시에 '천하인' 이라는 어떤 개념에 미친듯이 몰입해서는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게 매력적인 영웅상을 상상했던거지요 ㅎㅎ
유방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많은이들이 용인술의 대가로 유방을 언급하지만 뭐.. 일단 천하를 가진 사람인데 그 정도의 능력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능력도 없다면 한낱 군웅에 머물렀겠지요.
저는 유방의 매력 포인트를 '악날함과 뻔뻔함' 이라고 봅니다. 음.. 다르게 말하자면 그릇의 차이 랄까요? 생각하는 것이 일단 우리랑은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 '이 놈은 과연 미친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속보면 주변에 사람이 꼬임니다. 소하 부터 시작해서 장량 한신 경포 등등등 백전노장들이 그의 아래에 몰려들고 또 목숨을 걸고 지켜 내기도 합니다.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방의 매력포인트라 할 수 있는 악날함과 뻔뻔함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1. 양아치 유방.
<고조본기>
고조가 장년에 이르러 관원 시보로 사수정의 정장이 되었다. 관아의 모든 관원치고 그에게 깔보고 멸시당하지 않은자가 없었다. 그는 주색을 좋아해 늘 왕우와 무부의 주점으로 가 외상으로 술믈 마시고 술에 취하면 그곳에 들어눕곤 했다. (중략) 고조가 매번 술을 사 머물러 마시면 술 매상이 평소의 몇배가 되었다.
-> 유방의 본질은 양아치 입니다 ㅋㅋ 관원 시보(옥리였던 소하의 추천인거 같습니다.)로 고작해서 정장이나 된 주제에 관원들을 깔보고 멸시했다고 하며 주색을 좋아한다고 하니 과연 엄청난 한량인거 같습니다. 거기에 매번 외상술이라니;;;; 뭐 이런 작자가 ㅋㅋ
2. 분수를 모르는 유방.
<고조본기>
고조가 일찍이 함양에서 요역을 할때 한번은 황제의 행차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진시황의 행차를 보고는 자연스래 크게 탄식하며 말하길 "아. 대장부라면 응당 저러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 참 재밌는 부분인데, 지역의 양아치 유방이 요역에 끌려와서 자그마치 황제의 행차를 보고서는 저리 말한겁니다. 분수를 좀 알아라.....
그런데 더 재밌는건 유방의 평생 라이벌 항우는 이 시황제의 행차를 보고서 "내가 저놈의 자리를 빼앗아 버릴테다" 라고 말합니다. 두 사람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네요 ㅋ
3. 뻔뻔한 유방.
<고조본기>
선보 사람 여공은 패현 현령과 가까운 까닭에 원수진 사람을 피해 현령의 식객이 되어 패현에 살고 있었다. 패현의 호걸과 향리들이 현령에게 귀빈이 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와 인사 했다. 이때 아전의 우두머리였던 소하가 여러 대부들에게 말했다 "진상한 예물이 1,000전에 이르지 않는 자는 당하에 앉기 바라오"
정장으로 있던 고조는 평소 여러 관원을 경시한 까닭에 거짓으로 설명과 예물 액수를 적어 제출하며 '하전만(하례금 1만전)' 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실은 1전도 지참하지 않았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이놈아 ㅋㅋㅋㅋ
4. 거짓말쟁이 유방.
<소상국세가>
초나라 좌윤 항백은 항우의 계부였다. 그는 평소 장량과 가까이 지냈다. 그는 항우의 군사가 유방을 친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말에 올라 밤을 세어가며 유방의 진영으로 달려가 사적으로 장량을 만났다. (중략) 장량이 이내 안으로 들어가 유방에게 이 사실을 모두 말했다. (중략) 유방이 말했다."그대는 나를 위해 그를 안으로 불러들이도록 하시오. 내가 형장을 시봉하듯이 그를 대접하겠소"
장량이 나가 항백에게 성심으로 요청하자 항백이 안으로 들어와 유방을 만났다. 유방은 술잔을 들어 축하한뒤 아이들의 혼인을 약속하며 이같이 덧붙였다. "난 입관한 후 추호도 감히 사사로이 취한 바가 없습니다. 이민을 장부에 기록하고 부고를 봉인한 채 항 장군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 절대 무적 항우가 자신을 치러온다고 하자 벌벌떠는 유방입니다. 처음 보는 항백을 지극히 대접하네요. 그런데 실제로 유방은 입관 이후에 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소상국세가>
유방은 진나라 궁실과 휘장 개와 말 귀중한 보배 1,000여명의 부녀자 등을 보고 이내 머물러 살고 싶어 했다.
번쾌가 간했다. " 패공은 천하를 갖고 싶습니까? (중략) 원컨대 패공은 급히 패상으로 돌아가십시오. 궁중에 더 이상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유방이 이를 듣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방이 벌벌떨며 항백에게 거짓을 고했군요.. 아.. 물론 장량의 간원으로 패현으로 돌아가긴 합니다.. 그렇게 보면 거짓은 아닌가...?
5.겁쟁이 유방.
<소상국세가>
유방이 다음 날 아침에 100여 기를 끌고 항우가 있는 홍문으로 찾아와 사죄했다. "저와 장군은 육력으로 진을 공격했습니다. 장군은 하북 저는 하남에서 싸웠습니다. 본의가 아니게도 제가 먼저 입관파진하여 여기서 장군을 다시 알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소인들이 쓸데없는 말을 하여 장군과 저 사이에 혐극을 만들고 있습니다"(중략) 이들이 잠시 앉아 있는 동안 유방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하면서 번쾌를 밖으로 불러냈다. 유방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나오면서 인사도 하지 않았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번쾌가 답했다 "지금 저들은 바야흐로 칼과 도마를 준비하고 있고 우리는 어육이 되어있는데 무슨 인사치레 입니까" 이에 마침네 황급히 달아났다. 홍문에서 패상까지는 40여리(약16km)였다. 유방은 타고왔던 마차를 놓아둔채 급히 몸을 빼어 홀로 말을 타고 달아났다. 번쾌와 하후영 근강 기신등 4인은 칼과 방패를 든채 유방을 좇아 걸어서 도망했다. 당시 유방은 도주하기에 앞서 장량에게 홍문에 남아 있다가 항우에게 사과한 뒤 백옥구슬을 바치고 옥두를 범증에게 주라고 이르면서 덧붙였다. "이길로 가면 우리 군영까지는 20리에 불과하오. 내가 우리 군영에 이르렀다고 여겨질 즈음 공은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오."
-> 유명한 홍문의 연 장면 입니다. 간지 철철 번쾌와는 다르게 겁을 집어 먹어 도망 치면서도 '아.. 지금 도망가도 되는거여?' 라면서 걱정하고 그러다가 도망칠때는 다 버리고 혼자서 말 타고 튀는 우리의 유방입니다 ㅋㅋ 심지어 도망치면서 장량한테 40여리 길을 20여리로 속이면서 '나 도착하면 그때 너 들어가서 나 집간다고 사과해라' 라고 남기고 자기 군영으로 돌아온 우리의 유방이었습니다 ㅋㅋ
6. 패륜킹 유방 1
<진승상세가>
항우는 한나라가 동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이미 제나라를 치고 있는 까닭에 제나라를 완전히 격파한 후 한나라를 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중략) 유방이 마침내 항우의 도성 팽성에 입성하여 보화와 미인을 모아 놓고 날마다 술잔치를 벌였다. 항우가 이 소식을 듣고 대로하여 직접 정병 3만을 이끌고 남쪽으로 갔다. 항우의 군사가 새벽에 유방의 군사를 치면서 팽성의 동쪽에 이르렀다. 정오가 되어 유방이 이끄는 한나라 군사를 대파하자 한의 군사들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중략) 유방은 패 땅을 지나면서 집안 식구를 거두고자 했다. 유방은 도주하던 중 효혜와 노원공주를 만나 수레에 태웠다. 이때 초나라 기병이 추격해오자 급한 나머지 두 자녀를 수레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당시 태복으로 있던 하후영이 수레에서 내려 다시 수레에 태웠다. 이런 일이 세번이나 계속되었다. 하후영이 말했다. "지금 상황이 비록 긴박하기는 하나 더 이상 질주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자식들을 내버리고 어찌하려는 것입니까" 그러고는 천천히 갔다. 유방이 대노하여 10차례나 자식들을 참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후영이 끝까지 보호하여 두 자녀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 항우의 본진을 빈집털이로 털어먹으신 우리 유방형님... 하지만 항우의 3만 군세앞에 무너지는군요. 참고로 이렇게 죽은 한나라군이 10여만명... 3만 vs 10여만....... 왜 진거지;;;;;
아무튼.. 위급한 순간에 유방은 자녀들을 3번이나 수레에서 밀어서 버리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게 하후영에게 막히자 이번에는 아예 죽여버릴라고 까지 하는군요;; 뭐.. 이런 패륜종자가;;;;;
그 와중에 천천히 가는 하후영 패기 ㄷㄷㄷ
7. 퉁퉁이 유방.
<자치통감>
6월 항우가 팽월을 격파해 쫓아내던중 한이 다시 성고에 주둔했다는 보고를 받고 이내 군사를 이끌고 서쪽으로 가 형양성을 함락시키고 주가를 생포했다. (중략) 이때 유방이 은밀히 몸을 빼내 하우영과 함께 수레를 타고 성고의 옥문을 빠져나온 뒤 북쪽으로 황하를 건너 소수무에 묵었다. 이튿날 새벽 유방이 한나라의 사자를 칭하면서 조나라 영루로 급히 들어갔다. 이때 장이와 한신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았다. 유방이 이들의 침실로 들어가 인신과 병부를 빼앗았다. 이어 장군기로 지휘하여 여라 장수를 소집한 뒤 두 사람의 자리를 바꿨다. 장이와 한신은 잠에서 깨어 유방이 온것을 알고 놀랐다.
-> 이번에도 항우와의 결전에서 병력을 말아 드신 유방 성님입니다만.... 어느세 또 조나라 까지 가서 별동군의 병부와 인신를 몰래 회수하고 있네요 ㅋ
내 병력도 내꺼 니 병력도 내꺼 라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하기야 뭐 일단은 장이나 한신이나 유방의 신하니깐 당연한 절차겠지만서도요 ㅋ 근데 왜 그걸 몰래 하냐고 ㅋㅋㅋㅋㅋ
8. 패륜킹 유방 2
<고조본기>
항우는 양나라 지역의 10여개 성을 함락시킨 직후 성고가 격파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이내 군사를 이끌고 돌아왔다. (중략) 항우는 광무를 탈환해 그곳에 주둔하면서 한나라 군사와 대치했다. 몇 달 후 초나라의 군량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항우는 군량이 바닥날까 걱정해 곧 널빤지를 만들어 그 위에 태공(유방의 아버지)을 올려 놓은 뒤 유방에게 고했다.
"지금 속히 항복하지 않으면 태공을 팽살(끓는 물에 넣어서 죽임)할 것이다."
유방이 대답했다.
"나는 그대 항우와 함께 북면하고 초회왕의 명을 받았을 뿐 아니라 형제가 되기로 약속까지 했소. 나의 부친은 곧 그대의 부친이오. 기어이 그대의 부친을 삶고자 한다면 나에게도 고기국물 한 종지를 나눠주길 바라오"
-> 패륜킹 유방 두번째 입니다. 첫번째는 자식들을 죽이려 하더니 이번에는 아버지네요...ㅜㅜ 태공이 저 소리 듣고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 까요;;
9. 말빨왕 유방.
<고조본기>
항우가 다시 유방에게 전했다. "천하가 흉흉한지 이미 여러해가 되었소 이는 오직 우리 두 사람으로 인한 것이오. 나는 한왕에 도전하여 자웅을 결하고 싶소."
유방이 웃으며 사양했다. "나는 지혜로 싸울 지언정 힘으로 다투지 않는다."
(중략)
이내 항우가 독신으로 도전하려고 하자 유방이 항우의 죄상을 열거하는 것으로 응답을 대신했다.
(중략)
항우가 이 말을 듣고 대로해 매복한 궁노수에게 명하여 유방을 쏘아맞히게 했다. 유방이 가슴에 상처를 입고는 점짓 발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저 어린놈들이 내 발가락을 맞혔구나"
-> 앞서 봤던 패륜킹 유방 2 에 바로 이어지는 스토리 입니다. 역발산기개세의 항우가 유방에게 결투를 청하자 능숙한 언변으로 잘 빠져나갑니다. 아예 죄상을 열거하며 항우를 살살 놀려 먹는 군요 ㅋ 나중에 가슴에 활을 맞은 대목에서는 '저 어린놈들이 내 발가락을 맞췄다' 라면서 너스레를 떨기도 하네요 ㅋㅋㅋ 물에 빠져도 입은 둥둥 뜰거 같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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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가지 정도만 적어 봤지만 사실 유방의 기행은 찾을 수록 많습니다. 역이기와의 첫 만남도 그렇고 한왕으로 봉해진 이후의 모습도 그렇지요.
하지만 지금 이렇게 제가 열거한 모습이 유방의 진짜 모습만은 아닐겁니다. 그러니깐 그렇게 사람들이 꼬이고 꼬여서 결국에는 천하를 통일한 거겠지요?
오히려 저런 기행 혹은 뻔뻔한 유방의 모습이 일종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은 유방의 그릇이 알수 없는 매력을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한것이겠지요 ㅋ
제목은 막장 지도자 이지만 저는 외려 그런 모습에 매료되는거 같습니다.ㅎ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케릭터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