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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음식들 중에서 가장 비싸고 희귀하면서 훌륭한 맛을 지니고 있지만, 조리 방식이 너무나 잔혹해서 금지시켜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요리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의 오르톨랑입니다.
오르톨랑은 철새의 일종인 회색머리 멧새로 유럽과 아시아의 대부분에 살고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오르톨랑은 아프리카로 떠나는데, 이 틈을 노려 프랑스에서는 들판에 그물이나 덫을 설치해서 오르톨랑을 잡은 후에 본격적으로 오르톨랑을 요리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데 그 방식이 매우 잔인합니다.
먼저 오르톨랑을 새장이나 상자에 가두고는 덮개로 위를 덮고 나서, 두 눈을 찔러 멀게 하면 오르톨랑은 눈이 보이지 않고 앞이 어두워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고 항상 밤인 줄 알게 되는데, 이것을 노려서 오르톨랑한테 기장의 씨앗 같은 곡물이나 포도를 먹이로 주면 마구잡이로 계속 먹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오르톨랑의 몸은 평소보다 2배나 커지는데, 이는 좁은 새장이나 상자 안에 갇혀 운동을 하지 못하고 끝없이 먹이만 먹기 때문에 온 몸에 지방이 끼어 부풀어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약 28일 동안 오르톨랑한테 계속 먹이를 공급해 살을 잔뜩 찌우고 나면, 새장이나 상자에서 오르톨랑을 꺼내서 아르마냑(프랑스 남서부 아르마냑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을 가득 담은 통에다 산 채로 빠뜨려 죽입니다. 그러면 오르톨랑의 몸 전체에 아르마냑이 잔뜩 배어들게 되는데, 오르톨랑이 죽은 것이 확인되면 건져서 몸의 털을 모두 제거한 이후에 오븐에 넣고 8분 동안 구운 다음 꺼냅니다.
그런 다음 오르톨랑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발부터 먼저 입에 넣고서 부리를 제외한 머리까지 통째로 씹고 먹고서 뼈는 입 밖으로 뱉어냅니다.
이때 먹는 방법이 전통적으로 전해지는데, 커다란 냅킨이나 수건으로 머리를 덮는 것입니다.
왜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오르톨랑을 먹는지에 대한 근거는 두 가지인데, “원래 이 오르톨랑은 어느 카톨릭 수도사가 먹었는데 음식에 지나치게 탐닉하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율을 어긴 죄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는 것이다.”라는 주장과 “오르톨랑을 먹었을 때에 느끼는 향기와 풍미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이다.”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머리를 가릴 만큼 오르톨랑의 맛과 풍미는 매우 황홀했던지, 이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요리사인 앤서니 부르댕은 뉴욕으로 밀수입한 오르톨랑을 개인 만찬에 먹고 나서 그 경험에 대해 2010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인 중간의 생에서 “내가 어금니를 아래로 내리고 새의 갈비뼈를 부술 때마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을 정도였다. 매우 천천히 씹을 때마다 새의 뼈와 지방층, 고기, 피부 및 내장을 통해 다양하고 놀라운 풍미를 느꼈다. 그 경험은 황홀경에 가까웠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프랑스의 요리사인 미셸 게라르는 2014년 오르톨랑을 먹어본 경험에 대해 “(이 요리는) 헤이즐넛의 맛이 은은하게 나는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살과 지방, 작은 뼈를 모두 뜨겁게 먹을 때마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의 제 21대 대통령을 지낸 프랑수아 미테랑도 오르톨랑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전립선암으로 죽기 며칠 전인 1995년 새해 전야에 30개의 굴과 푸아그라를 먹은 다음 소테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마시고 마지막 코스 요리로 두 개의 오르톨랑을 먹었습니다.
이처럼 오르톨랑은 전 세계의 부유층들한테 사랑을 받는 미식이지만,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잔인한 데다 오르톨랑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오르톨랑들이 마구 잡히는 바람에 그 개체 수가 거의 멸종될 상황에 놓이자 1999년 프랑스에서 불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국수주의자들은 “오르톨랑이야말로 프랑스의 영혼을 상징하는 최고의 요리인데, 왜 금지시켜야 하는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오르톨랑을 몰래 잡아들여 계속 먹었고, 외국의 부유한 상류층들도 오르톨랑의 맛에 반해 불법으로 처벌받을 것을 감수하고 여전히 오르톨랑을 찾았습니다.
급기야 2007년 9월 프랑스 정부는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던 오르톨랑을 보호하겠다는 법률을 엄격히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러한 발표는 2016년에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오르톨랑의 불법화가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탓이었습니다.
불법이라는 금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오르톨랑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현상을 본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결코 없어질 수 없는 본능이 아닐까요?
출처 | 술맛 나는 세계사/ 도현신 지음/ 유노책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2055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