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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134일째
게시물ID : baby_202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슬픈다람쥐
추천 : 32
조회수 : 1959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7/06/16 21:24:11

그리곤 컴퓨터를 켭니다.
미련인지 추억인지 백업해두었던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했던 사진들을 봅니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첫만남, 여행, 결혼, 출산, 휴가, 육아...
당황스럽게도 사진속의 제모습은 너무도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제게 과분했던 눈물날정도로 행복했던 그 시간들을 꼼꼼히 되새겨봅니다.

추억은 사진속엔 그대로인데 지금 난 어쩌다 이리된것인지 자책합니다.
한참을 눈물 흘리며 멍하니 있다가
사진폴더 통채로 shift + del 키를 눌러 지웁니다.

그리곤 오늘날짜를 넣어서 새로운 폴더를 만듭니다.
앞으로의 행복한 추억들을 담을 준비를 합니다.

반듯이 행복해 보이겠습니다.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운지 134일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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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를 보고 딸아이가 투정부리며 울어준다.
현관에 앉아 아이를 꼭 안아주고 말한다.

'우리딸 고마워, 아빠 다녀올게'

이내 딸은 울음을 그쳐준다.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않지만
난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어른이 되면서 돈때문에 하지 못했던 모든것들을
내 딸에게만큼은 해줄수 있다.
욕심이지만 내딸에게 그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고 싶다.
적어도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일은 없도록 열심히 살것이다.

얼마전 회사에서 임직원을 상대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를 선발하는 신청이 있었다.
생각없이 신청했었는데 출근해서 이메일을 뒤적거리다보니
주자로 선발되었다는 답신이 와있었다.

너무 기뻤다.
막 웃으면서 눈물이 날정도로 기뻤다.
딸에게 너무나도 좋은 추억거리를 선물할수 있게 되었다.

올해말 아니면 내년초가 되겠지만
난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같이 뛸것이다.
아이 손에 성화대를 같이 쥐고 
2018년 올림픽 성화를 함께 옮겼다는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일을 할것이다.

일부러 동료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혹 시셈하여 기회를 빼앗길까 겁이났다.

괜시리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게다가 엊그제 주문해두었던 반짝이는 LED 신발도 도착했다.

퇴근후 어머니 집에가서 아이가 엘리베이터 내려오는 타이밍에
LED 신발에 불을 활짝 켜고 아이를 맞는다.

딸아이는 아빠에게 총총 걸음으로 달려와 안긴다.

'아빠.. 이거내꺼야? 아빠가 사준거야?'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선물에 너무도 기뻐한다.
아이가 기뻐하니 아빠도 너무 행복하다.

옆에서 아이것만 사준다고 투덜거리시는 어머니께 용돈을 찔러드리고
집으로 향한다.

아이는 차안에서 반짝이는 신발을 신고 노래를 불러준다.

'아빠 상어~ 뚜룻뚜뜨르, 힘이 센 뚜룻뚜뜨르, 바닷속~'

분명 이노래는 상어가족 노래인데
딸아이는 아빠상어 부분만 계속 반복해서 불러주었다.
노래가 슬프지만 행복하다.

한껏 기분이 업된 아이는 신발신고 신나게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잠들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행복해졌음을 느낄수 있었다.
내일은 분명히 더 행복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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