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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2014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댓글캐리어
추천 : 6
조회수 : 84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23/09/09 18:11:37
문과쪽입니다.
어릴때 학창시절까지 책읽고 글쓰는거 좋아했어요
이과를 간 건 다들 그렇듯이 취업때문이었죠.
20살 땐 시집들고 다니고 개천가 벤치에 앉아 사색하는게 취미였던 기계공학과 학생;
친구들이 PC방을 가거나 당구장을 갈 때 전 포엠토피아라고 하는 시 공유 사이트에 시를 써서 올리기도 했었어요
한번은 출판사에서 같이 일해 볼 생각없냐고 메일을 받은 적 있는데 고민했었지만 바로 거절했어요.
왜냐면 그럴만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사이트에 일반인들이 쓰는 시를 봐도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수 없이 많은데 제가 프로로 간다는 게 납득이 안 되더라구요.
또 시인 이정하가 제가 시를 쓰고 싶게 해 준 롤모델이었는데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세계에선 서정적이고 쉽게 읽히는 이정하 시를 별로 높게 평가하진 않는 듯 했어요. 소녀감성적인 시라서 여고생들이 인터넷에 올리고 다이어리 꾸미는 쪽으로 많이 퍼졌죠.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암기과목에 약하니 문과를 안 간게 다행이었다 싶은 생각도 들고 글작가가 꼭 문과를 나와야 하진 않고 일이 아니라 취미로 두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아내가 좋아하는 심윤경 작가도 분자생물학과라는 순수이과 출신인데도 필력이 대단하구요. 전공답게 풍경을 묘사하는 표현에 지적인 느낌이 가득해요. 작가가 문과였으면 비유를 활용해 느낌적으로 표현했을 걸 마치 잎을 눈앞에 두고 보는 것처럼 묘사하는 게 뛰어나요.
또 최근엔 소설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쓰다가 제가 창작한 비극적 스토리에 몰입되서 스스로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아서 중단한 적 있는데 소설가는 감정소모가 장난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고 이게 본업이었으면 전 스트레스받아 오래 못 살았겠단 생각도 들더군요. ㅎㅎ
지금 엔지니어 삶이 힘들지만 안정적 수입도 있고 새로운 걸 창작해내고 메커니즘을 해석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감정소모가 많이 안 들어서 과공감러 성격을 가진 저한텐 적성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편한 삶을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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